삶에 깃든 우리 춤… “함께 흥했으면”
삶에 깃든 우리 춤… “함께 흥했으면”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0.27 17:2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터뷰] (사)내포전통예술보존회 시찬우 대표
10년쯤 전 예산에… “국악학원 차리고, 보존회 만들고”
“전통예술 붐 꿈꿔”… 12월 4일 추사홀서 제자들 공연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시찬우 대표. 보존회 제공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시찬우 대표. 보존회 제공

제7회 경기실버국악제가 지난 10월 9일 의왕시 평생학습관에서 비대면으로 펼쳐졌다. 자동차로 거의 두 시간이나 걸리는 다른 동네 이야기를 꺼낸 건, 이번 행사가 완전히 남의 일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예산군노인종합복지관 팀은 제7회 경기실버국악제에서 특별상(단결상)의 영예를 안았다. 전국의 60세 이상 개인과 팀을 대상으로 한 이번 대회에는 무려 242건의 동영상이 접수됐으며, 그 중 35팀이 최종 선정됐고 그 중에는 예산도 있었다.

14.4대 1의 경쟁률을 뚫은 이 팀의 뒤에는 (사)내포전통예술보존회 시찬우 대표(예산국악예술학원 원장)가 있었다. 그는 “복지관에 매주 월요일 한국무용을 배우는 동아리가 있고, 그 중 17명이 이번 대회에 참가해 서도민요 ‘자진염불’에 맞춘 ‘무정세월’이란 작품을 선뵀다”며 “평균연령 84.5세의 제자들이 큰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시찬우 대표는 또 “응봉복지관에서도 흥춤과 부채춤을 가르치고 있는데 그 분들도 전국 대회에 입상했었다”며 “예산주민자치센터를 통해 ‘교방굿거리’를 가르치는 온라인 수업도 하고 있다”고 보탰다.

그는 2014년 국악자격평가협회 사범자격증을 땄다고 한다. 하지만 전통예술과 함께한 건 훨씬 오래된 일이다. 시찬우 대표는 “국악은 아기 때부터 생활의 일부였다. 할머니랑 살다보니 자연스러운 것이었다. 할머니의 장구 가락에 들썩였던 춤사위가 삶 속에 자리한 것”이라며 “어릴 때 굿판에서 춤을 춘 적도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충남 무형문화재 제40호 영산대재 작법무 전수자이며, 3년쯤 전부터 내포 영산대재 행사에도 참여하고 있다.

시찬우 대표는 “어린 시절부터 함께한 우리의 춤과 소리지만 제대로 배운 건 서른아홉부터다. 이런저런 이유로 대학 진학을 접고 일찍 시집을 갔고, 이후엔 장사도 하고 직장도 다니고 아이도 키워야 했다. 숙제를 다 하고 나서 진짜 하고 싶은 일을 시작한 것”이라며 “인천시립무용단 수석단원인 송성주 선생의 도움이 컸다. 올해 내가 예순한 살이니 그것도 벌써 20년이 넘은 셈”이라고 말했다.

강원도 동해 출신인 그는 서울과 인천을 거쳐 10년쯤 전 예산으로 왔다. 이곳에서 사업을 하는 남편 친구와의 인연이 계기가 됐다고 한다.

시찬우 대표는 “예산은 전통예술문화의 불모지였다. 이곳에 한국무용 선생님도 내가 처음이고 국악예술학원도 최초라고 들었다”며 “게다가 돈은 많이 들고 비전은 없다는 한국무용에 대한 선입견도 있다. 그래서 내가 한 번 키워보려고 만든 게 ‘내포전통예술보존회’”라고 말했다.

예산읍에 자리한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사진=노진호 기자
예산읍에 자리한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사진=노진호 기자

내포전통예술보존회(예산군 예산읍 충서로 946)는 지난 8월 29일 사단법인으로 정식 등록됐으며, 9월 4일 예산군청 추사홀에서 창립공연을 가졌다. 회원은 100여명이며, 임원은 이사 4명과 감사 1명이 있다.

시찬우 대표는 “내포지역 무형문화재가 12개나 된다. 그것들을 함께 전승하고 또 그 문화로 인해 더 많은 사람을 이 지역으로 불러 모으는 게 보존회의 목표”라며 “각 분야 권위자로 이사진을 구성한 것도 그런 것을 위한 포석”이라고 설명했다.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이사진은 법륜사 운산 보명 스님(내포영산대재), 이진수 선생(풍물), 이정순 선생(내포보부상 난전놀이), 송성주 선생(한국무용) 등으로 짜였다.

내포전통예술보존회의 창립공연은 화려했다. 그 공연에선 작법무와 지게상여소리, 한량무, 부채춤, 상좌무, 버꾸춤, 평양검무 등이 펼쳐졌고, 모두 각 분야의 내로라하는 인물들이 무대에 섰다.

시찬우 대표는 “예산과 홍성 그리고 내포에 전통예술문화의 붐을 일으키고 싶다. 지금은 이 지역 사람들이 국악을 배우러 다른 도시로 가지만 앞으론 세종이나 천안 같은 곳에서 이곳을 찾게 만들고 싶다. 그래서 보존회 건물에 숙소도 마련했다”며 “한국예술종합학교 전통예술원 학생들이 연2회쯤 이곳을 찾는다. 그게 창립공연 당시 ‘바디에더늠’의 무대로 이어지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특히 “예산과 홍성, 내포에도 한국무용 전공자들이 있다. 함께 힘을 합한다면 이 지역에도 괜찮은 무용단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보존회가 지역 무용인들이 모이는 장소가 되길 바라고, 전통예술 활성화의 시작점이 됐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시찬우 대표는 현재 9개 정도의 프로그램을 지도하고 있다. 오는 12월 4일 예산군청 추사홀에서 제자들의 공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이 자리는 출연진 개개인의 결실인 동시에 지역 전통예술 붐의 첫 장이다.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한 무대, 함께 즐길 수 있길 바란다.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창립공연 중 바디에더늠 공연 모습. 보존회 제공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창립공연 중 바디에더늠 공연 모습. 보존회 제공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창립공연 중 작법무. 보존회 제공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창립공연 중 작법무. 보존회 제공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창립공연 중 한량무. 보존회 제공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창립공연 중 한량무. 보존회 제공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창립공연 중 지게상여소리. 보존회 제공
내포전통예술보존회 창립공연 중 지게상여소리. 보존회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