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효(孝)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다
[칼럼] 효(孝)는 백행(百行)의 근본이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1.2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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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현 청운대학교 교수

‘동몽선습(童蒙先習)’은 1543년(중종 38년) 조선시대 실천적인 관료지식인이자 유학자인 입암(立巖) 민재인(閔齋仁) 선생에 의해 최초 목판 인쇄로 간행된 교과서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사람이 쓴 최초의 교양 교과서일 뿐만 아니라 서양 최초의 교과서인 체코슬로바키아 출신 코메니우스(1592~1670년)의 ‘세계도회(世系圖會·Orbis Sensualiuum Pictus)’보다 1세기 이상 앞서는 것이다.

‘동몽선습’의 편찬 동기는 당시 아동들의 학습과 학부형들의 자제 교육 상태는 말단적인 훈고와 문장에만 치우치고 근본에 대한 교육은 경시되고 있었으며, 입암 선생이 풍속이 병들어 사람들이 마음대로 행동하고 성품을 질곡(桎梏)해 금수와 가깝게 됨을 애통하게 여긴 데서 출발한다. 이 책의 서론에 해당하는 총서에 사람됨의 인륜(人倫)의 중심은 오륜(五倫)에 있다고 했다. “하늘과 땅 사이에 있는 만물의 무리에 오직 사람이 가장 존귀하니, 사람을 존귀하게 여기는 까닭은 다섯 가지 인륜이 있기 때문이다” 오륜 속에서 각자가 수행해야 할 도리와 역할을 명료하게 제시한 다음, 이러한 도리와 역할의 수행이 바로 사람됨의 길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므로 이 다섯 가지 도리가 있음을 알지 못하면 짐승과 다를 바가 없다고 단언하고 있다.

동몽선습은 어린이들이 제일 먼저 배우고 익혀야 할 책이다. 이 책은 임금과 신하, 어버이와 자식, 남편과 아내, 어른과 어린이, 벗과 벗 사이에 지켜야 할 다섯 가지 도리를 가르치고 있다. 저자 민재인 선생은 그 당시 어린이들의 행동이 그다지 탐탁하지 못해 바로 잡아야겠다는 생각에서 지었다고 한다. 오륜 중에 부자유친(父子有親)은 부모와 자녀가 수행해야 하는 도리와 역할을 지적한 것이다. 부모와 자녀 사이에 친함의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자녀들은 부모의 분신이다. 아버지는 자식을 낳아 극진하게 아끼고 사랑하며 바르게 자라도록 기르는 한편, 자식은 자식된 도리로 부모를 우러러 받들고 효성스럽게 모셔야 한다. 그러므로 어버이는 자식을 올바른 방법으로 자식이 좋지 않은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만약 어버이가 자기 자식을 자식으로 여기지 않거나, 자식이 또한 어버이로 섬기지 않는다면, 이를 어찌 사람답게 사는 사람이라 할 수 있겠는가?

옛날 중국의 순임금은 부모에게 효도로써 정성을 다했기 때문에 어버이는 이에 감동해 나쁜 마음을 버리고 차츰 좋은 사람으로 변했다. 이와 같이 효도는 참으로 사람답게 사는 길이라 할 것이다. 일찍이 공자도 말했다. “다섯 가지 형벌에 속하는 것이 3000가지가 있다지만, 어버이에게 자식으로서 다하지 못한 불효보다 더 큰 죄는 없다.” 아버지에게 잘못이 있다면 부드러운 말씨로써 아뢰어 잘못을 저지르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했는가 하면, 설사 어버이가 자식을 죽일 마음을 가지고 있을 지라도 어버이에게 극진한 효도를 함으로써 어버이의 마음을 돌이키게 했다는 것을 예로 들고 있다. 또 어버이가 자식에게 아무리 잘못을 저질렀다고 해도 자식 된 도리를 하지 않는 것은 죄악 중 가장 큰 죄악이라고 했다.

자식이란 아버지의 뼈와 어머니의 살을 빌어 태어났으므로 태어난 그 때부터 세상에 비길 수 없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은혜를 입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그러므로 설사 어버이로부터 좀 소홀한 대접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태어날 때의 태산 같은 은혜를 생각하며 최소한 그 은혜만이라도 갚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어버이의 극진한 보살핌으로 자라났다면 어버이에 대한 그 은혜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부모의 태산 같은 은혜를 우리는 얼마나 보답할 수 있을까?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는 하늘이 정해준 천륜(天倫)이다. 따라서 부모가 사랑하시면 기뻐해 잊지 말아야하고, 부모가 미워하시면 두려워할 뿐 원망하지 않는다. 또 부모가 과실이 있거든 간하되 뜻을 거스르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부모가 살아계실 때, 돌아가셨을 때, 돌아가신 후에도 예로써 극진히 해야 한다. 부모에 대한 진정한 효도는 공경하고 마음과 실천이 더욱 중요함을 말하고 있다. 이른바 불효라는 것은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 것, 부모를 욕되게 하는 것, 부모를 위태롭게 하는 것, 자식의 게으름이나 방탕한 생활을 하는 것이다.

오륜(五倫)은 효도가 모든 행실의 근원이 됨을 강조한다. 사람의 됨됨이나 행실이 착한지, 착하지 않은지를 보고자 한다면, 먼저 그 사람이 효도를 하는지, 효도를 하지 않는지를 보는 것이다. 어버이에게 참다운 효도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임금과 신하, 남편과 아내, 어른과 어린이, 벗과 벗 사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일을 잘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효도란 실로 보람되고 큰일임에는 틀림없으나 그렇다고 실행하기 매우 어렵거나 남에게 크게 자랑할 만한 일은 아니다. 사람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이 다섯 가지의 도리를 벗어나는 행동을 삼가고 경계해야 하겠지만 그 중에서도 어버이를 섬기는 효도가 모든 행실의 근본이 된다는 사실을 깊이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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