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만의 무대… 예산, 청년들이 머무는 곳으로”
“우리만의 무대… 예산, 청년들이 머무는 곳으로”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1.19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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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극단 예촌 이승원 대표
예당국제공연예술제… “예당호 알리고, 일자리 만들고”
오늘의 젊은 예술인상… “단원들과 함께 이뤄낸 성과”
10년 전 고향으로… “예산·충남, 공연을 통해 알릴 것”
극단 예촌 이승원 대표를 지난 16일 만났다. 사진=노진호 기자
극단 예촌 이승원 대표를 지난 16일 만났다. 사진=노진호 기자

이달 초 예산은 또 한 번 예술과 함께했다. 가을의 끝자락, 낙엽으로 운치가 더해진 예산을 꾸민 건 지난 2~7일 펼쳐진 ‘제9회 예당국제공연예술제’와 ‘예산예술제’였다. 동춘서커스로 시작을 알리고 송승환의 난타 공연으로 대미를 장식한 이 이벤트는 극단 예촌 이승원 대표(47)의 작품이다. 내포뉴스는 곧 겨울이 다가옴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으로 가득하던 지난 16일 그를 찾았다.

이승원 대표는 이번 이벤트에 대해 “지역 예술청년들의 일자리 창출과 함께 예당호를 알리기 위한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10년 전 고향(예산)으로 내려와 예당저수지를 찾았는데 참 좋았다. 지역민들에겐 익숙한 곳이지만, 외지인들에겐 임팩트가 있을 것 같았다”며 “처음엔 국내로 한정했다. 예촌 단원들과 해외공연을 다니던 중 그곳 예술인들을 예산에 모시고 싶단 생각이 들었고 2017년(5회)부터 국제예술제가 됐다. 프랑스와 러시아·일본 등에서 참여했고, 이후에도 교류를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지역 청년들이 더 많은 것을 보고 느낄 수 있길 바랐다. 공연 예술을 통한 좋은 영향은 청년들이 지역에 머무는 계기도 될 것”이라며 “아동들도 참여하도록 확장을 구상 중”이라고 더했다.

이 대표는 얼마 전 지역민들에게 좋은 소식도 전했다. 충남 예술인 최초 ‘오늘의 젊은 예술인상’ 수상자로 선정돼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표창을 받은 것이다.

그는 “수상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감사했고 예촌 단원들의 얼굴이 떠올랐다. 2015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페스티벌 금상과 제38회 대한민국연극제 대통령상과 연출상, 한국예총 주관 대한민국예술문화대상 등이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은데 그것들은 모두 단원들과 함께 이뤄낸 것이기 때문”이라며 “예술이란 지역의 한계가 없단 걸 다시금 깨닫게 됐고, 윤봉길이라는 지역의 이야기가 인정받은 듯 해 더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 예산지회장과 (사)한국연극협회 충남도지회장 등도 맡고 있으며, 동신대학교 사회개발대학원 뮤지컬실용음악과에도 출강 중이다. 경기대 문화예술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올해 청주대에서 ‘충남연극사’란 논문으로 문학박사가 됐다.

이 대표는 “아무래도 지역 예술인들은 전문적인 공부보다는 현장 중심의 교육이 이뤄진다. 그런데 자료를 남기지 않으면 세월 속에서 그 흔적도 의미도 사라진다. 충남 연극의 역사를 돌아보고 열정으로 무대를 만든 선배님들을 위해 ‘충남연극사’를 쓰게 됐다”며 “1년 정도 걸렸는데 많은 자료가 사라지고, 개개인의 말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어려운 과정이었다”고 전했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유미경 극단 예촌 부대표는 “대표님의 좋은 영향력 덕분에 펜을 잡기 시작한 단원들이 많다. 아마 예촌은 가장 학력이 높은 극단일 것”이라고 보탰다.

이 대표가 이끌고 있는 극단 예촌은 1996년 첫 무대를 올렸고, 그도 창단멤버 중 하나였다. 2011년 주선홍 전 대표가 쓰러졌고, 서울 대학로 무대에 있던 이 대표가 이곳을 맡게 됐다.

이 대표는 “사실주의 연극은 지역의 문화적 환경과 맞지 않았다. 지역 축제가 많다는 것에서 고전을 활용한 마당극 스타일을 택하게 됐다. 생존을 위한 결단이었던 셈”이라며 “사실주의 연극도 병행한다. 우리의 무기를 다양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윤봉길 의사를 재조명한 ‘역사의 제단’은 처음으로 전문작가에게 글을 맡긴 작품이다. ‘일본의 야욕은 끝나지 않았다는 것과 상해 의거는 윤 의사의 의지와 기획으로 이뤄진 것’ 등에 초점을 맞췄다. 그냥 ‘영웅 만들기’로 끝나선 안 된다고 여겼다”고 말했다.

인생의 절반 이상을 무대와 함께한 그에게 ‘연극’에 대해 물었다. 이 대표는 “연극은 살아있는 것이다. 관객과 현장에서 상호작용을 하기 때문에 우리만의 생각이 담겨 있어야 한다”며 “기존 사실주의 연극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셰익스피어 등이 다 들어오지만 우리의 문화와는 다르다. 그 메시지는 존중하고 살리되 우리의 눈으로 해석해야 한다. 우리만의 역사성을 담아 진정 우리의 무대를 만들면 연극 팬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지역 연극에 대한 고민도 깊었다. 이 대표는 “서울은 스태프도 배우도 많지만 여긴 그렇지 않다. 난 연출이면서 기획자이고 다른 일도 한다. 그러다보면 한계에 봉착하게 된다”며 “예술을 하는 청년들이 지역에 머물게 하려면 그 근거가 될 시스템이 있어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쓰고 있는 앞으로의 시나리오도 궁금했다. 이 대표는 “내년 충남연극제를 준비 중인데 괴물 같이 변한 자본주의 모순 속 노동자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어떤 대안을 제시한다기보다는 현 상황을 담을 생각”이라며 “내년은 상해 의거 90주년이기도 하다. ‘역사의 제단’ 무대를 전국 곳곳에서 펼치고 싶다. 윤봉길을 알리는 건 예산과 충남을 알리는 일이다. 그런 일을 이어가고 싶다”고 전했다.

이승원 대표가 쓴 ‘충남연극사’ 머리말에서 그의 의지를 볼 수 있었다. 그 중 일부를 발췌하는 것으로 이번 만남에 대한 기록에 마침표를 찍을까 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단절은 연극도 위협하고 있다. 그래도 다듬은 연극의 열외와 동지들과의 합심은 대중의 가슴을 흔들고 애원하며 창조의 싹을 피울 것이며, 심연한 연극 세상을 통해 불꽃같은 우리의 의지를 결연하게 보여줄 것이다.’

극단 예촌의 ‘퓨전 심청전’ 중 한 장면. 예촌 제공
극단 예촌의 ‘퓨전 심청전’ 중 한 장면. 예촌 제공
극단 예촌의 ‘역사의 제단’ 중 한 장면. 예촌 제공
극단 예촌의 ‘역사의 제단’ 중 한 장면. 예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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