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으로 힐링, 그림으로 행복… 함께 나누고 싶다
자연으로 힐링, 그림으로 행복… 함께 나누고 싶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1.29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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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향기’ 안채봉 대표, 12월 12일까지 수덕사 선 미술관서 개인전
12월 12일까지 수덕사 선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숲향기’ 안채봉 대표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12월 12일까지 수덕사 선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여는 ‘숲향기’ 안채봉 대표가 ‘행복한 미소’를 짓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충청남도경찰청 건너편 2층에 있는 ‘숲향기’에 가면 식당인 걸 알고 있지만, 마치 갤러리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자연의 빛이 살아있는 그 그림들을 보며 ‘모네인가, 고흐인가?’하고 머릿속 지식을 꺼내보지만, 사실 그 작품들은 그 ‘식당 주인’의 솜씨다.

‘숲향기’ 안채봉 대표(60)는 7년째 이 자리(예산군 삽교읍 청사로 202)에서 식당을 하고 있지만, 훨씬 더 오랜 세월 캔버스 앞에 서 있었다. 그런 안 대표가 이 지역에선 처음으로 개인전을 연다고 해 찾아가 봤다.

안채봉 대표는 이달 29일부터 오는 12월 12일까지 수덕사 선 미술관(화요일 휴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이번 전시의 타이틀은 ‘행복한 미소’이며, 서양화 30점 정도를 선보인다.

안 대표는 “서울 인사동에서 전시회를 하려고 했는데 코로나에 발목을 잡혔다. 작품을 걸 수 있는 장소를 찾다 선 미술관과 인연이 닿았다”며 “지치고 힘들 땐 풍경을 보며 힐링한다. 난 서산의 시골마을에서 자랐는데 전기도 안 들어오고 버스도 안 다니는 곳이었다. 자연이 놀이터였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아름다운 사계절은 날 미소 짓게 한다. 그런 마음이 담긴 게 이번 전시”라고 말했다.

안 대표는 성신여대(전 성신여자사범대학)에서 미술교육을 전공했고, 대학 졸업 후 27년간 인천에서 미술학원을 했다. 또 한국 구상미술 초대전, 한·일·프랑스 3개국전, 아 대한민국전, 내포아트페스티벌, 예산군공공프로젝트 등 다수의 단체전과 교류전 경험이 있으며, 대한민국미술대전 입선, IMA 국제미술대전 특선, 경인미술대전 입선 등 수상 경력도 화려하다. 지금도 (사)한국미술협회 예산지부, 여명회, 한일교류회, 한중교류회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인천에서 왕성한 활동을 그가 7년 전 홍성에 온 이유는 ‘모정(母情)’이었다. 안 대표는 “호텔조리를 전공한 딸이 식당을 열게 됐고, 자연스레 함께하게 됐다. 사실 3년만 도와주고 올라가려했는데 이 지역과 사람들이 좋아 눌러앉게 됐다”며 “한동안은 붓을 놓았다. 하지만 캔버스 앞에 있어야 행복할 수 있음을 알게 됐고, 4년 전쯤 다시 붓을 잡았다. 잠을 줄이더라도 그림은 꼭 그린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주말에 짬을 내 바다나 강, 숲으로 가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석택리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그는 “유화 작업은 ‘올린다’는 표현을 쓴다. 스케치 위에 3~4번 색을 입힌다. 마르는 시간도 필요하고 해서 현장 작업은 힘들다”며 “그림을 그릴 때 자연의 ‘빛’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사진으로 자연 속의 그 순간과 그 순간의 내 감정을 담아오는 것이다. 하지만 사진으로만 봐선 그걸 알 수 없다. 그래서 꼭 직접 찍어온다”고 전했다.

앞서 이야기했듯 ‘숲향기’는 식당이자 안 대표의 갤러리다. ‘혹시 귀한 그림이 상할 수도 있지 않느냐’는 우문(愚問)에 “방방마다 그림을 걸었다. 내가 어느 곳을 그렸든 손님들은 각자의 추억에 맞춰 그 그림을 본다. 그러면서 그 시간이 좋아지는 것이다. 물론 그림은 손상될 수 있다. 하지만 누군가 봐야 의미 있는 게 그림이다. 전혀 아깝지 않다. 손님들이 좋아해주실 때 참 기쁘다”는 현답(賢答)을 듣게 됐다.

안 대표는 “처음에 미술학원을 접고 내려온다 했을 때 지인들의 걱정이 컸다. ‘원장님’이 ‘식당 주인’의 삶을 견딜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난 여기 와서 사람들에게 참 많은 걸 받았다. 특히 도청 직원 분들의 도움이 컸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이곳에서 식당도 그림도 계속할 것이다. 그게 내 사명 같다”고 말했다.

끝으로 안채봉 대표는 “인생의 롤모델이 ‘타샤 할머니’다. 그 분처럼 꽃과 나무를 그리며 늙어가고 싶다. 하나님이 내게 준 달란트(재능)로 여러 사람에게 ‘행복한 미소’를 주고 싶다”고 전했다.

겨울옷을 입기 시작한 수덕사 나들이도, 건강한 밥상으로 유명한 숲향기를 찾아 곤드레 밥이나 허브삼겹살을 먹는 것도 모두 좋을 것 같다. ‘행복한 미소’를 짓게 될 그림을 보는 두 가지 길, 여러분을 위해 열려있다.

 

※안채봉 대표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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