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농업에 부는 스마트 붐에 부쳐
[칼럼] 농업에 부는 스마트 붐에 부쳐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2.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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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우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팀장

얼마 전 본 신문에 ‘우주 쓰레기’를 다룬 기사가 있었다. 농본에서 농촌으로 밀려드는 폐기물매립장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는 터라 눈이 갔다. 기사는 스페이스X, 아마존을 선두로 전 세계가 ‘우주 인터넷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고, 앞으로 지구 주변에 7~8만여기의 위성을 발사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십수년 내에 위성이 과밀화돼 연쇄 충돌사고 등의 위험이 예상된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기사를 읽다 보니 우주 쓰레기보다는 다른 두 개의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하나는 기사에서 소형 위성이 발사될 장소를 지구궤도라고 지칭하는데, 기자가 ‘지구궤도’를 ‘좁은 공간’이라 표현한 부분이다. 지구를 넘어 (우주의 극히 일부분이긴 하지만) 우주 공간을 ‘좁다’고 하는 시대가 도래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다른 한 가지는 새롭게 부상한 이 난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인터뷰한 전문가의 말이었다. 그 전문가는 “기존에는 생각지 못했던 제거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경향신문). 그뿐이었다. 신문의 반 페이지를 차지한 기사에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은 ‘생각지 못했던 제거 기술의 개발’만이 존재했다.

생각해보니 이 기사는 현대인이 믿는 상식이란 무엇인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첫째. 법적으로 누구의 소유도 아니라면 자연은 멋대로 점유하고, 사용하고, 더럽혀도 된다. 둘째. 처리하기 곤란할 정도로 많은 폐기물이 생긴다면, 그건 그 장소가 좁기 때문이지 쓰레기를 발생시킨 것 때문은 아니다. 셋째. 문제에 봉착했을 때 원인이 된 행동을 중지하기보다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 참신한 새 기술을 개발한다.

농업에도 ‘드론직파’, ‘무인트랙터’, ‘스마트시설(팜)’ 등 ‘스마트’가 넘쳐난다. 스마트한 기술을 믿고 농민이 없어도, 농지가 사라져도 괜찮다고 한다. 오히려 경쟁력을 강화할 계기라며 반기는 농학자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신기술은, 그 효과가 어떤 방식으로 나타날지 모르기 때문에 100% 신뢰할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기술만을 믿고 종국의 궤도를 유지하는 것은 위험하다. 농업기술실용화재단에서 일부 농작물을 각각 시설재배, 노지재배 했을 경우 발생하는 온실가스양에 대해 조사·발표한 바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고추의 경우 시설재배가 노지재배보다 17.5배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등 시설재배가 적기·노지재배에 비해 유의미하게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함을 알 수 있다.

아무리 기술이 발전해도,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하고, 땅과 그 땅을 일굴 농부가 없다면 쌀도, 배추도, 마늘도 없다. 해마다 전체 농지의 1%가 사라지고, 농민 평균연령이 66세에 이르고, 그나마도 농가의 95%가 영농후계자가 없는 게 한국 농업의 현실이다. ‘스마트’하기만 해서는 먹고 살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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