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주민 중심, 현장 중심’에서 본 장곡면주민자치회 활동 사례
[기고] ‘주민 중심, 현장 중심’에서 본 장곡면주민자치회 활동 사례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2.1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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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홍성군은 전국 최초 유기농특구지만, 농사로 발생되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일은 그 명성을 따라가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예전보다 줄었다고는 하지만, 요즘도 이른 새벽이나 저녁 어스름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을 홍성 전역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영농폐기물 소각’이 농촌지역의 미세먼지 발생과 환경오염, 산불 등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그 어느 때보다 삼엄하게 관리가 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영농폐기물을 ‘잘’ 처리하기란 쉽지 않다.

영농폐기물은 생활폐기물처럼 상시 수거 체계가 아니다. 홍성군의 경우 4월과 11월 두 번 ‘숨은 자원 모으기의 날’을 운영하고 이때 마을 단위로 영농폐기물을 배출한다. 때를 놓치면 한참 방치될 수밖에 없고, 고령의 어르신이나 차가 없는 가구는 이나마도 이장이나 이웃의 도움을 받아야만 한다. 의지가 있는 마을은 ‘영농폐기물 집하장’을 설치하라고 사업비를 지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 역시 제대로 활용이 되려면 관리의 수고와 이동이 어려운 농가에 대한 지원이 병행돼야 하기 때문에 선뜻 신청하지 못하는 마을이 많다.

예산군은 2019년부터 올 11월까지 ‘예산군 미세먼지 저감 전략수립 및 리빙랩 시범사업 연구’를 진행했다. 이 리빙랩에 참여한 주민들 역시 영농폐기물 소각이 예산군 미세먼지 발생의 주요 원인이고 소각을 줄이기 위해서는 영농폐기물 수거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주민들이) 영농폐기물을 ‘수거해오시면’ 처리해드릴게요”가 아니라 “(행정에서) 영농폐기물을 수거하러 갈게요”로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리빙랩에서는 일자리사업을 활용해 과수농가를 방문, 반사필름을 수거하는 정책을 제안했다.

실제 청양군은 2019년부터 영농폐기물 전담 수거반을 운영하고 있다. 2인1조로 구성된 전담반은 5t짜리 전용 집게차로 군내 모든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폐부직포, 폐차광막, 폐농약병 등을 수거해 불법소각을 줄이는 동시에 주민 불편을 해소하고 있다.

경기도는 콩깍지, 깻대 같은 영농부산물 소각 대책도 마련했다. 영농부산물을 퇴비화 할 수 있도록 파쇄기를 대여하고 고령이나 여성 농가에는 인력도 지원한다.

예산군 리빙랩그룹의 제안, 청양군의 영농폐기물 수거 정책, 경기도의 파쇄기 대여 정책을 통해 배워야할 것은 ‘소각은 불법, 금지’라는 경고가 아니라 ‘소각하지 않아도 되도록 도와주겠다‘는 세심한 현장중심 지원이다.

지난 11월 장곡면에서도 ‘농촌 쓰레기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한 시도가 있었다. 장곡면주민자치회에서 주민들이 뽑은 현안 1순위 '영농폐비닐 자원화'에 대해 시범사업을 추진한 것이다. 면 소재지에서 멀거나 인구가 적은 다섯 개 마을을 선정해 환경교육을 진행하고 영농폐비닐 수거작업을 지원했다. 환경교육을 통해 분리배출과 영농폐기물 처리에 대해 안내하고 주민자치회 위원들이 직접 출연하고 제작한 동영상을 상영했다. 일방적인 사업이 되지 않도록 주민자치회 위원 두셋이 마을마다 동행해 주민들의 의견을 들었고, 실제로 영농폐비닐 수거 지원 인력을 해당 마을에서 구하기도 했다. 주민들의 불편이나 제안을 꼼꼼히 적어 참고자료로 삼고 내년도 계획에 반영한다고 한다. 마을에 필요한 일, 주민들이 어려워하는 일을 찾아내 세심하게 지원할 방법을 찾고 실험하는 과정은 ‘주민자치’가 무엇인지, 동시에 정책은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는지 잘 보여줬다.

농사짓는 모든 사람을 잠재적 불법행위자로 만들 것이 아니라, 주민들 ‘스스로’ 살기 좋은 마을, 깨끗한 환경을 가꿀 수 있는 정책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 산불을 ‘감시’하거나 불법소각을 ‘단속’하는 인력을 영농 폐기물이나 부산물을 소각하지 않도록 수거하고 돕는 인력으로 전환하면 어떨까? 전기트럭으로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영농폐기물을 수거한다면?

세금 수억 원을 들여 조형물을 세우고 멀쩡한 마을길을 뜯어고칠 것이 아니라, 단 몇 천만 원으로도 주민 삶의 질, 지역의 품격을 높일 수 있다. 주민 중심, 현장 중심으로 생각한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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