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홍성군의 광개토대왕릉비 건립에 대한 우려
[기고] 홍성군의 광개토대왕릉비 건립에 대한 우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1.12.0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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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

지난달 16일 비공개로 진행된 홍성군 정책협의회에서 광개토대왕릉비 원형복원 걸립을 위해 본예산(안)에 5억 5000만원을 군의회에 제출했다. 애초에는 광개토대왕릉비 탁본을 전시하는 계획에서 무려 5억 5000만원을 투입해 원형복원 건립을 진행하는 대형 사업으로 발전했다. 홍성군은 비문에 기재된 홍성의 옛 지명 3곳이 언급돼 있다고 보고 역사 연구와 교육자료로 활용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이는 광개토대왕릉비의 내용을 전혀 잘못 이해하고 혈세를 낭비하기 위해 군민을 기만하는 행위이다. 비문 내용은 명확하게 백제와 신라가 고구려의 속국이었으며, 백제는 고구려에 자발적으로 조공을 바치는 국가였다. 그러나 백제가 왜구와 소통하면서 고구려와의 서약을 어기자 고구려왕이 군사를 일으켜 백제 안에 있는 왜구의 세력을 퇴치하고 백제 성읍 15개와 900개의 촌을 정복한 내용이다.

홍성군 홈페이지에 자랑스럽게 걸려 있는 홍성군의 문화적 전통성은 내포 문화권이고 내포 문화권은 백제, 통일신라, 고려, 조선을 걸쳐 발전해 온 고유의 문화이다. 이곳을 침략한 것을 업적이라고 여기고 만든 것이 광개토대왕릉비인데 이것을 거액의 혈세로 복원해 설치한다는 것은 지역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

또 광개토대왕릉비 비문 내용에 대한 역사적 고증 절차도 없이 지역 특성을 살려 역사 연구와 교육자료로 활용하겠다는 홍성군의 취지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런 상황에서 얼마의 홍보 효과를 유발할지, 어떠한 교육 효과가 있을지 추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5억 5000만원을 들여 상징 조형물 1식을 건립하겠다는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내포 문화권을 초토화하고 이를 기념한 왕릉비를 내포 문화권의 중심이라고 자랑하는 홍성군이 거액을 투입해 스스로 짝퉁 왕릉비를 건립하는 것은 용납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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