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택만큼 중요한 노력… “판타지, 점차 현실로”
선택만큼 중요한 노력… “판타지, 점차 현실로”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1.0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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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범氏, 고교 진학 포기… 검정고시 후 대학 진학
예산군청 환경과 합격… “꿈을 찾는 게 중요하다”
‘학교 밖’으로 나와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기범 씨를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만났다. 사진=노진호 기자
‘학교 밖’으로 나와 자신의 꿈을 이뤄가고 있는 기범 씨를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만났다. 사진=노진호 기자

우리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짜장 vs 짬뽕과 같은 일상의 고민부터 진보 vs 보수와 같은 유권자로서의 결정까지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고, 올해도 그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로버트 프로스트는 ‘가지 않은 길’이란 시에서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 그리고 그것이 내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어떤 것을 선택하는 것만큼 그것을 이루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도 중요할 것이다. 내포뉴스는 2022년 새해를 맞아 고교 진학을 포기하고 ‘학교 밖’을 선택한 후 환경 공무원으로 군청 안으로 입성한 한 아이의 이야기를 전한다.

김기범(24) 씨는 지난해 9월 예산군청 환경과 지방환경서기보(9급)에 합격했으며, 올해 1월 1일자로 정식 임용됐다. 그는 홍주중학교 졸업 후 고교 진학을 포기했고, 2014년 고졸 검정고시를 통과했다.

그에게 학교는 영 별로였다. 김씨는 “교우관계도 안 좋았고 우울증도 심했다. 또 집안 문제까지 안 좋은 일이 한꺼번에 몰려와 너무 힘들었다”며 “사춘기 때라 반항심도 컸고, 입시 입주 공부보다 경험이 중요하다 생각해 고교 진학을 하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어 “학교 밖 청소년이 된 후 공부를 놓았다. 그러다 아버지가 홍성군청소년상담복지센터의 검정고시 지원 프로그램을 권유했다”며 “센터에서 승마와 볼링 등 참 다양한 경험을 했다. 그 시기 서부면에 있는 굼뱅이 농장에서 반년쯤 일하기도 했다”고 더했다.

기범 씨는 신성대학교 환경과 18학번이다. 그는 2019년 학사모를 쓴 후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고, 1년 반 만에 예산군청 환경과로 가게 됐다.

기범 씨는 “아직 여러 모로 어리버리하지만, 특별히 걱정은 안 한다. 직접 부딪히며 적응해 가는 중”이라며 “선배 공무원분들이 다 잘해주신다. 특히 박형배 주사님께 감사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고교 진학 포기는 자칫 긴 방황으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기범 씨는 꽤 빨리 자신을 다잡았다. 스스로를 위한 그리고 내일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수 있던 건 동경의 대상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환경 분야는 어릴 때부터 관심이 컸다. 판타지 영화에 나오는 풍경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지내는 모습을 상상했다. 물론 일선 행정은 조금 다르긴 하지만, 그 판타지를 지켜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며 “조금 쑥스럽지만 만화 캐릭터들을 동경하기도 했다. 현실엔 없는 완벽한 존재들 말이다. 나도 그런 인물이 되고 싶단 생각이 노력을 가능하게 했다”고 말했다.

홍성 출신인 기범 씨는 현재 금마면에서 할아버지, 할머니, 아버지, 남동생 둘과 살고 있다. 어머니는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이혼을 했다고 한다.

그에게 지금 키워가고 있는 꿈도 물었다. 기범 씨는 “복싱이나 종합격투기 선수를 꿈꾸기도 했는데 재능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관장님의 조르기 시범에 기절한 적도 있다”며 “하지만 도민체전 같은 무대를 통해 도전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직접 디자인한 집을 지어 독립하고 싶다. 또 나만의 농장도 만들고 싶다. 아마도 그곳은 예전 그 판타지 영화 속 풍경과 비슷할 것”이라고 보탰다.

씨는 학교 밖으로 향한 선택을 1도 후회하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길을 가는 후배들에게 당부도 했다. 그는 “그 시간과 선택이 후회되지 않게 이것저것 많이 경험해보길 바란다. 자신의 꿈을 찾아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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