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도전… “늦었지만, 더 많이 설레네요”
새로운 도전… “늦었지만, 더 많이 설레네요”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1.10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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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운대학교 사회서비스대학 6070 새내기들…
60년생 정숙氏 “대학서 장사하며 늘 부러움”
51년생 원희氏 “가방 메고 학교 가본 적 없어”
56년생 종문氏 “더 번듯한 아버지 되고 싶어”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입학이 예정된 새내기들을 소개한다. (왼쪽부터)김정숙, 유원희, 최종문 학생. 사진=노진호 기자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입학이 예정된 새내기들을 소개한다. (왼쪽부터)김정숙, 유원희, 최종문 학생. 사진=노진호 기자

예전에는 가난 등의 이유로 교육의 기회를 포기해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이들의 ‘못 배운 한(恨)’은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가슴 속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시간이 흘러 먹고사는 문제가 좀 해결돼도 다시 배움에 나서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는 분명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청운대학교 사회서비스대학 입학이 예정된 ‘새내기’ 중 그 용기가 돋보이는 이들이 있어 만나봤다. 이들과의 만남은 더 많은 이들과 평생학습의 가치를 나누기 위해 애쓰고 있는 송채규 외래교수가 다리를 놓아줬다.

내포뉴스와 마주한 이들은 김정숙(62)·유원희(71)·최종문(66) 씨로, 모두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 창업경영학과에 들어갈 예정이다.

충남 부여가 고향인 정숙 씨는 초등학교 졸업 후 사회생활을 시작해 2015·2016년경 검정고시로 중·고교 졸업장을 땄다.

정숙 씨는 “젊을 때 보험회사도 한 5년 다녔고, 대천대(현 아주자동차대학)에서 서점과 자판기를 운영하기도 했다”며 “늘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결심을 했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 대학 입학을 권유한 게 바로 송채규 교수의 부인”이라고 귀띔했다.

전북 진안이 고향인 유원희 씨는 15년쯤 전 외손녀를 봐주러 대전에서 홍성으로 왔다. 그는 식당 일을 오래했다고 한다.

원희 씨는 “생활이 어려워 공부는 늘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애들 다 키우고 다시 펜을 잡았고, 2017년부터 초·중·고 모두 검정고시로 통과했다”며 “그러다 컴퓨터학원에서 김정숙이란 친구를 만나 대학까지 함께하게 됐다”고 말했다.

종문 씨는 서울에서 사업을 하다 1998년 고향인 홍성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이후 덕산으로 이사해 단체관광 숙박업을 하기도 했고, 지금은 경비 일을 하고 있다.

종문 씨는 “중·고교 때 배구선수를 해 특기생으로 대학에 갈 수 있었지만 집에서 반대했다. 위로 누나만 여섯인 나름 ‘귀한 아들’이었다. 그래서 타 지역 유학에 대한 걱정이 크셨던 것 같다”며 “너무 아끼셨는지 고1때 장가를 보내려 했을 정도”라고 회고했다.

환갑이 넘어 대학에 간다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그 용단(勇斷)의 배경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들어봤다.

정숙 씨는 “예전에 대학에서 장사할 때 학생들이 늘 부러웠다. 집 근처에 있던 학원에 가방 메고 가는 아이들을 멍하니 지켜본 적도 있다”며 “영어라도 조금 더 알아보자는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했고 그게 여기까지 이어졌다”고 말했다.

원희 씨는 “초등학교도 못 나오고 열넷에 상경했다. 생활이 좀 피면 공부를 다시 하려 했지만 잘 안 됐다. 한 번은 가발공장에 들어갔는데 수출배가 뒤집혀 망하기도 했다”며 “늦게 시작한 만큼 열심히 하고 있는데 참 힘들다. 글 쓰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전했다.

종문 씨는 “덕산에 살면서 어머니 병간호를 7년이나 했다. 그 뒤엔 부인에겐 위암이, 내겐 폐암이 찾아오기도 했다”며 “이제 좀 안정이 됐다. 그러면서 자식들에게 더 번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대화라도 더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펜을 잡았고, 직장에도 들어갔다”고 말했다.

봄은 모든 이에게 설레는 계절이지만, 현실이 될 꿈을 눈앞에 둔 이들에게는 특히 그럴 것이다.

정숙 씨는 “검정고시 시험을 보러 학교 책상에 앉았는데 그것만으로도 눈물이 났다. 대학이라니, 벌써 들뜬다”며 “대학에 다니는 것, 공부 하는 것 모두 마음껏 즐길 생각이다. 자격증 같은 것도 따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원희 씨는 “가방 메고 학교에 가본 적이 없다. 그 장면만 생각해도 구름 위에 떠 있는 기분”이라며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걱정도 되지만, 계속 용기 내 볼 것”이라고 전했다.

종문 씨는 “이 나이가 돼서 돌아보니 자식들에게 보여줄 만한 삶의 없었다. 대학에서 그런 걸 채웠으면 좋겠다”며 “최우선 목표는 ‘컴맹’ 탈출”이라고 말했다.

청운대 사회서비스대학의 6070 새내기들, 이들의 대학생활에 꽃길만 펼쳐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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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채규 2022-01-15 09:58:31
김정숙, 유원희, 최종문님의 도전에 힘차게 응원합니다. 대학 생활 하시는 동안 건강하시고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