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시대착오적 장곡 골프장
[칼럼] 시대착오적 장곡 골프장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2.1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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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정책2팀장

지난 1월 23일 주말, 집 근처에 있는 장곡면 상송리 일원의 내포문화숲길을 걸었다. 특별한 일이 생겨서다. 장곡면(대현리·상송리·옥계리) 일대에 골프장이 들어온다고 한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인근 주민들이 골프장 예상 부지를 살펴본다고 해 참석했다. 논이 내려다보이는 산길을 걸으니 상쾌했고 즐거웠다. 누군가에게는 낙후된 시골처럼 보이고 실현해야할 욕망의 잠재적 부지이겠지만, 나에게는 더 없이 아늑하고 포근한 경관을 선사했다. 그냥 이대로도 보기 좋았다.

김석환 홍성군수는 지난해 12월 28일 금비레저㈜ 김규열 대표이사와 골프장 조성사업에 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양해각서 내용은 홍성군이 골프장 건설에 적극 협력한다는 것이었다. 진입로 포장 등 행정절차를 지원하고, 군유지를 골프장 사업에 매각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금비레저㈜는 골프장 공사 시 지역 업체와 협력하고 지역 생산품을 이용하며 주민체육시설 설치, 지역민 고용, 지역민 할인제도 운영 등 골프장 운영수익을 군민에 환원하도록 적극 노력한다는 내용도 뒤이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골프장 예상 부지의 면적은 대략 43만평이며, 그 중 홍성군이 매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군유지는 23만평이다. 2021년 한 해 동안 홍성군이 매각한 군유지는 23만평에 한참을 못 미친다. 지난해 홍성군이 매각한 군유지는 대체로 오랜 시간 타 용도로 점유된 토지로, 효율적인 토지 이용을 위한 토지정리차원에서 매각이 불가피한 경우였다. 그렇다보니 23만평을 매각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특혜일 수밖에 없다. 당장 시급한 세입이 필요한 것도 아니며, 장시간 점유사용하고 있어 토지정리가 필요한 곳도 아닌 땅을 매각하는 것은 업체를 위한 일에 불과하다.

골프장이 추진되면 지역고용이 늘고, 세입이 늘어난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하지만 골프장에서 고용하는 업종이라는 것은 인근 고령 주민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세수만큼이나 골프장 운영으로 인한 부작용도 크다. 골프장 운영으로 인한 막대한 지하수 사용, 비료와 농약 살포 등은 인근 농민들이 짊어져야 한다. 이런 부작용은 집계되지 않는다.

무엇보다 기후위기(인간의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배출된 탄소로 인해 발생하는 생태적 사회적 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역행한다. 군유지 23만평이 산지(임야)라면 연간 ㏊당 3만 6000t(이산화탄소환산)의 탄소흡수원이 사라진다. 더군다나 해외 논문에 따르면(스웨덴 골프장 2곳의 잔디관리로 인한 에너지사용과 온실가스배출, 2017년) 골프장 운영 시 연간 ㏊당 227t(이산화탄소환산)의 탄소가 배출된다. 파괴된 흡수원으로 인한 탄소배출과 골프장 운영 시 배출되는 탄소배출을 합하면 2018년 기준 홍성군 공공부문 배출량 2536t(이산화탄소환산)의 14배에 이른다.

국가적으로 탄소중립기본법이 통과됐고 올해 3월 25일부터 시행된다. 이 법에 따라 기초지자체는 온실가스 감축 대책을 수립하고 이행 및 점검해야 한다. 전 세계가 탄소 감축으로 전환하는 시기, 탄소중립을 위한 기본법이 마련된 때에 임기 말 홍성군수는 탄소흡수원을 파괴하고 동시에 배출원인 골프장을 위해 군유지를 매각하겠다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출마하지도 못하며, 탄소중립의 마감시간인 2050년 그 결과를 책임질 수도 없는 현 군수가 미래를 학살하는 시대착오적 양해각서에 도장을 찍었다. 물론 미래만 학살한 것이 아니라, 현재를 망가뜨린 것이기도 하다.

장곡의 산천에서 곡소리가 나는 것 같다. 만에 하나라도 골프장이 건설되면, 골프 치는 사람들은 잠깐 오고가면 그만이지만 계속 남아 있을 수밖에 없는 존재들은 어찌해야 하나, 새해부터 마음이 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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