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군 공유지 매각, 골프장 건설 타당한가?
[기고] 군 공유지 매각, 골프장 건설 타당한가?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2.16 11:46
  • 댓글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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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준 건양대학교 겸임교수

지난해 홍성군은 ㈜금비레저와 장곡면 골프장 건설에 대한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최근에는 골프장 사업자의 요청으로 군이 보유한 공유지 24만평을 매각 지원하겠다는 보도도 있었다. 현재 군 공유지는 축협이 대여해 한우개량센터를 운용하고 있다. 군 공유지 매각이 예정되고 골프장 건설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래된 숙원사업이라며 ‘골프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는 홍성군의 행정은 과연 현명한 조치일까? 홍성군은 골프장 건설의 필요성을 ‘세수확대, 지역경제 활성화, 고용창출, 체육증진’이라고 했다. 사업 전반에 대한 전문용역기관의 검증을 거쳤는지, 해당 지역 주민들과는 사전 소통이 되기는 했는지 궁금하다.

군에서 주장하는 필요성을 살펴보자. 먼저, 골프장을 통한 세수확대에 대한 실상이다. 18홀 기준 수도권 골프장은 연간 55억원, 지방 골프장의 경우 연 15억원의 세금을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평균 30억으로 그 중 25억은 국세이며 지방세는 5억에 불과하다. 그런데 골프장을 건설하기 전 40만평에서 거둬들이던 세금이나 대여금 등을 제외하면 실제 세수증가는 3억~4억원으로 낮춰 보기도 한다. 세수증가를 높게 잡아 5억이라 해도 홍성군이 2022년에 거둬들일 총 지방세 754억의 0.66%에 불과하다. 이를 세수확대라고 내세울 수 있는가?

다음 지역경제 활성화가 가능한지 살펴보자. 지방 골프장의 경우 주변에 고급음식점 3~4개가 있지만 운영이 어렵다. 골퍼들 대부분이 식사나 뒤풀이는 그늘집이나 클럽하우스에서 해결한다. 멀리서 온 골퍼들이 서둘러 귀가해야하기 때문이다. 전국 일일 생활권으로 지방에서 숙박을 하며 골프 치는 이는 찾기 어렵다. 대여섯 시간 이상 소비되는 골프 후에 인근지역을 관광하는 경우도 거의 없다. 골프장은 안에서 모든 것을 다 해결할 수 있는 독립경제 블록이다. 따라서 골프장을 건설해 지역경제 활성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고용창출 측면이다. 18홀 기준 상근직원은 150명에서 200명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 중 정규직은 전문직으로 50~60명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비정규직이다. 골프장 근무는 통상 새벽부터 한다. 따라서 장곡면 골프장 예정지 위치를 고려하면 상근직원들이 홍성 읍내나 내포보다는 청양에 거주할 가능성도 크다. 캐디를 제외한 인근지역 고용창출 인원은 20명 내외수준인데 이들은 잔디밭 풀 뽑기나 청소 등 허드렛일에 해당하는 단기 계약직 일뿐이다. 홍성군민에게 고용창출 효과가 크다고 보기 어렵다.

체육증진이라는 명분을 보자. 홍성군 전체 인구의 3%인 3000명이 골프인구라고 주장하는 체육회가 골프장 건설을 찬성하며 지지하고 있는 듯하다. 물론 소수의 요구도 중요하다. 실제 골프가 대중화 되고 골프인구가 늘어나기도 했다. 하지만 아직도 여유 있는 일부인원만이 누릴 수 있는 스포츠이며, 사행성 게임이 만연하고 불법적인 접대골프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체육증진을 위한 기본시설은 공설운동장 주변으로도 충분히 갖춰져 있는 것으로 안다. 체육증진이 목적이라면 홍성천 주변에 저렴하고 대중이 즐길 수 있는 파크골프장을 건설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다.

현재는 코로나19로 값싼 해외 골프투어를 할 수 없기 때문에 국내 골프산업이 호황처럼 보인다. 하지만 요즈음 전국 500여개가 넘는 골프장들은 계속 인수합병이 이뤄지고 있다. 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지방 골프장들이다. 거품이 꺼지고 있는 징조로 볼 수도 있다. 더구나 장곡면 골프장 예정지는 접근성이 취약하고, 고압선마저 지나고 있다. 또 군 공유지는 삼면이 막혀 있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명품 골프장이 되기 어렵다. 언젠가는 애물단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신설 골프장의 미래가 걱정된다.

근자에 다수의 지자체는 미래 산업인 수소생산 산업을 유치하려고 부지제공 등 경쟁이 치열하다. 홍성은 인근에 대산 석유화학단지에서 발생하는 전국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저순도 부생수소를 활용할 수 있는 큰 이점이 있다. 홍성군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까? 물론 쉽고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이들 사업이 진행된다면 지방세수와 지역경제는 골프장 산업과는 비교도 안 된다. 수소생산 산업이 마중물이 된다면 관련 산업의 확장성 또한 무궁무진하다.

홍성군은 근시안적이고 확장성이 없으며, 주민들이 반대하는 골프산업을 재고해봐야 한다. 홍성군만 골프장이 없다고 탄식하지 말고 홍성군만 골프장이 없음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군 공유지는 군의 특성에 맞는 미래지향적 산업유치에 활용하는 대전략을 검토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가성비 높은 활용방안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성급한 군 공유지 매각은 돌이킬 수 없는 소탐대실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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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 2022-02-25 23:08:33
골프장은 공익사업이 아니다.

고구마 2022-02-19 07:12:18
군유지는 공공을 목적으로 활용합시다.

김현희 2022-02-18 19:33:53
군 공유지를 팔아서 골프장을 짓게 하는 것은 소탐대실이라는 기고자 말씀에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진오 2022-02-18 18:15:54
군유지 활용방법은 군민의 동의하에 군인을 위한 일에 활용 되어야 한다고 사료됩니다

솔향기 2022-02-18 15:48:44
군유지는 군민의 품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