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어공방… 진심 전하고, 잡념 지우는 곳
금어공방… 진심 전하고, 잡념 지우는 곳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3.21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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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조 스님 그림 수업… “불자 아니어도 환영”
온화한 고려 불화 추구… “수업 시작은 ‘꽃’”
금어공방을 운영하는 목조 스님이 자신의 보살도에 색을 입히고 있다. 스님이 사진촬영을 부담스러워해 작품을 대신 담아왔음을 양해 바란다. 사진=노진호 기자
금어공방을 운영하는 목조 스님이 자신의 보살도에 색을 입히고 있다. 스님이 사진촬영을 부담스러워해 작품을 대신 담아왔음을 양해 바란다. 사진=노진호 기자

그림으로 세상을 밝히는 스님이 예산에 있다. 그리고 그 스님이, 함께 ‘힐링’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

주인공은 ‘금어공방’을 운영 중인 목조 스님(57)이다. 그의 법명은 ‘자신과 중생을 기르고 밝히라(목조·牧照)’는 뜻이라고 하며, 공방 이름인 ‘금어(金魚)’는 불화를 그리는 스님을 가리킨다. 그는 지난해 금어공방 건물을 지었으며, 올해 운영을 시작했다.

1983년 수덕사 견성암에서 출가한 목조 스님은 1986년 수덕사에서 사미니계 수지를, 1991년 통도사에서 비구니께 수지를 받았다. 그는 “그림은 어린 시절부터 계속 그렸다. 먹과 붓은 출가 후 잡기 시작했는데 정말 재밌었다”며 “동학사에서 붓글씨와 사군자 등을 공부했다”고 말했다.

목조 스님은 이후 동국대 미술학과에서 불교회화를 전공했으며, 1998년에는 인간문화재 우일 스님 이수자로 등록됐다. 또 용인대 대학원과 홍익대 대학원에서 불교회화와 미술사학과정을 수료했다.

‘불화(佛畫)’라고 하면 좀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고, 종교적 성향에 따라 거부감을 가질 수도 있다. 그래서 목조 스님은 ‘꽃 그림(민화)’으로 수업을 시작한다.

더불어 그의 불화는 우리가 흔히 아는 그것과는 분위기가 좀 다르다. 정확히 말하면 더 따뜻하다.

목조 스님은 “대부분 사찰의 불화는 조선시대풍이다. 내가 추구하는 건 고려시대 불화인데 더 편안하고 맑은 느낌이다. 조명까지 비추면 그 온화함이 배가 된다”며 “조선왕조의 불교 탄압 영향도 있는 것 같다. 불상도 조선과 고려의 분위기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목조 스님의 불화는 꽤나 알려져 있다. 그는 경주 분황사 후불탱, 서올 천호동 사찰 후불탱, 벽제 해인사 납골당 지장탱, 대구 법륜사 후불탱·신중탱·산싱탱, 수덕사 견성암 조왕탱, 당진 안국사 지장탱화 등을 그렸으며 2002년에는 영화 ‘취화선’ 미술작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특별했던 경험을 꼽아 달라는 질문에 목조 스님은 “다양함 경험을 했고, 하나하나 다 의미가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계속되는 에피소드 추궁(?)에 “6m 정도 되는 그림을 그리다 사다리에서 떨어지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모든 불화를 온 마음을 다해 그린다. 목조 스님은 “그림마다 주제가 다 달라 그림을 그리기 전 경전도 읽고 연구도 한다”며 “내가 그린 부처님 앞에서 진심 어린 기도를 드릴 사람들을 생각한다. 욕심과 잡념이 없이 그리려 집중하고 또 집중한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전통에 기반하지만 요즘 사람들이 봐도 이상하지 않게 현대화 하고 있다. 옛 것을 바탕으로 21세기 불화를 그리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목조 스님이 사찰 등에 그리는 불화는 신성함이지만, 금어공방에서 사람들과 함께하는 그림은 일상 속 신선함에 가깝다. 그는 “금어공방에 오시면 단지 그림을 그린다는 의미를 넘어 차분해지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 또 자기 속에 감춰뒀던 마음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도 있다”며 “함께 공부하고 명상한다는 생각으로 수업을 하고 있다. 볕이 더 좋아지면 마당에서 염색도 해볼 계획이다. 종교와는 무관하니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어 “꼭 불자일 필요는 없지만, 이 수업이 불교를 조금이라도 더 알리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보탰다.

금어공방의 수업은 주1회가 기본이며, 30분에서 1시간 정도 수업 후 각자 시간에 맞춰 연습을 한다고 한다. 또 직장인들을 위해 주말과 공휴일에도 수업을 열고 있다. 문의=☎010-3548-0658.

(왼쪽 사진부터)석가모니 부처님 왼쪽에 계시는 문수보살로 지혜의 상징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오른쪽에 계시는 보현보살로 대행(실천)의 상징이다. 목조 스님 작품
(왼쪽 사진부터)석가모니 부처님 왼쪽에 계시는 문수보살로 지혜의 상징이다. 석가모니 부처님 오른쪽에 계시는 보현보살로 대행(실천)의 상징이다. 목조 스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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