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후배, 손녀 친구들… “잘해주고 싶을 뿐이죠”
고향 후배, 손녀 친구들… “잘해주고 싶을 뿐이죠”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3.23 09: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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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덕중학교 도서관 ‘사서 할머니’ 신화숙氏
“이 나이에 뭔가 할 수 있단 것 자체가 행복”
고덕중학교 도서관의 ‘특별한’ 사서가 된 신화숙 씨가 미소 짓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고덕중학교 도서관의 ‘특별한’ 사서가 된 신화숙 씨가 미소 짓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고덕중학교 도서관에 가면 ‘특별한’ 사서(司書)를 만날 수 있다. 이 ‘보기 드문’ 주인공은 광복 4년 후, 6·25전쟁 1년 전에 태어난 신화숙(73) 씨다.

고덕중(교장 김미영)은 지난 14일부터 학교도서관 봉사인력으로 신화숙 씨와 함께하고 있다. 고덕중과 신씨의 인연은 참으로 어렵게 이뤄졌다고 한다.

김윤숙 교감선생님은 “봉사에 대한 대가도 적고, 근무시간(월~금요일 낮 12시~2시30분)도 애매해 적합한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 충남교육청에 예산을 그냥 반납하려다 어르신을 만나게 된 것”이라며 “친근한 할머니의 등장을 아이들도 모두 반기고 있다”고 말했다.

신화숙 씨는 고덕우체국에서 29년간 보험 업무를 하다 2020년 퇴직했으며, 초등학교에서 40여년간 근무한 남편과 사이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그는 “이제는 사십대 중반이 된 우리 남매 모두 이 학교를 나왔다. 아이들이 고덕중에 다닐 때 자모회장도 하고, 상담선생님 역할을 맡기도 했다”며 “손녀도 3학년에 재학 중”이라고 말했다.

고덕중에서 사람이 필요하단 소식을 들은 건 3월 초라고 한다. 지인을 통해 추천을 받은 신씨는 결심을 했고, 이후 첫 출근까지는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신화숙 씨는 “퇴직을 하고 집에서 쉰지 1년쯤 됐다. 좀 답답하기도 했는데 학교 도서관 일자리라 해서 관심이 생겼다”며 “이 나이에 아이들을 위해 뭔가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하다. 걸어서 25분이면 될 정도로 집하고도 가깝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도 다 좋고, 일도 수월하다. 선생님들 모두 친절하고 환경도 깨끗해 매우 만족스럽다”고 더했다.

고덕중은 1학년 31명, 2학년 26명, 3학년 39명의 아이들을 품고 있다. 김윤숙 교감선생님은 “아침엔 도서관 지도교사가 있지만 점심때는 아이들 자체적으로 이용하다보니 아쉬움이 있었다. 새로운 사서가 생겨 다행”이라고 전했다.

신화숙 씨는 수많은 책에 둘러싸인 시간도 즐기고 있었다. 그는 “책은 틈틈이 읽는 편이었다. 모태신앙이라 가장 많이 읽은 건 성경인 것 같다”며 “지금도 만화로 된 성경(만화성경 대탐험)을 읽는 중인데 정말 재밌어서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화를 듣던 김 교감은 “고덕중은 타 학교보다 다문화가정 아이가 많은 편이다. 우리말과 글을 조금 더 쉽게 접하게 하려고 학교 도서관에 만화책이 많은 편”이라고 부연했다.

고덕중의 가족이 된 신화숙 씨는 예산에서 태어나 고덕초~덕산중을 나왔으며 고등학교는 천안(복자여고)에서 유학했다. 그는 “평생을 거의 예산과 함께했다. 결혼도 초등학교 동창과 했을 정도”라며 “여기 아이들은 고향 후배고, 내 자식들의 동문이며, 손녀의 친구들이다. 더 잘해주고 싶은 마음뿐”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신화숙 씨는 “아이들이 학교 다닐 때 더 많은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늘 ‘또 와’하고 인사를 한다”며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 봉사하고 싶다. 그냥 그럴 수 있으면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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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환철 2022-03-23 13:11:11
건강하게 오래오래 하세요~ 자랑스러운 어머니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