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 후 새로운 삶… 어디로 향하길 원하시나요?
퇴직 후 새로운 삶… 어디로 향하길 원하시나요?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3.2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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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뉴스-충청남도인생이모작지원센터 연간기획 ‘인생도서관’
제2막, 최규명 백석대학교 교수
교직 30여년… “2025년에 마침표 찍어”
귀촌 준비 착착… “어르신들 위해 봉사”
사진으로 센터 인연… “언제든, 기꺼이”

내포뉴스는 2022년 한 해 동안 충청남도인생이모작지원센터(센터장 염서영)와 손잡고 연간기획 ‘인생도서관’을 펼친다. 50~64세 ‘신중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이번 연재는 매월 네 번째 월요일에 전한다. ‘인생도서관’은 신중년들의 삶을 담지만, 앞으로 신중년이 될 이들에게도, 이미 그 시기를 거친 분들께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편집자 주

‘인생도서관’ 제2막의 주인공인 최규명 백석대학교 교수는 귀촌을 통한 새로운 삶을 준비 중이다. 사진=노진호 기자
‘인생도서관’ 제2막의 주인공인 최규명 백석대학교 교수는 귀촌을 통한 새로운 삶을 준비 중이다. 사진=노진호 기자

“방향을 정하면… 계획은 쉬워집니다.”

내포뉴스가 충청남도인생이모작지원센터(센터장 염서영)와 함께 펼치는 ‘인생도서관’의 두 번째 주인공인 최규명 백석대학교 교수(62)의 생각이다. 최 교수는 지난해 사진아카데미를 통해 센터와 인연을 맺었고, 그 인연이 이렇게 이어지게 됐다.

필자는 지난 21일 새 학기의 설렘이 가득한 백석대를 찾았다. 왠지 모를 두근거림을 안고 지혜관 9층에 있는 최 교수의 방에 들어서니 빼곡하게 정리된 책과 사진이 눈에 띄었다.

그는 “사진이 처음은 아니었지만, 마침 우리 학교 조용준 교수가 강사를 맡았다고 해 센터의 사진아카데미에 참여하게 됐다”며 “12번 정도 수업을 들은 것 같다. 천안 벽화마을과 현충사, 독립기념관 등으로 ‘출사’도 다녀왔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작품을 여러 곳에 기증한다는 좋은 소식도 들었다”고 더했다.

예산 출신인 최 교수는 여섯 살 때 서울로 이사했다. 이후 서울에서 오래 생활했지만 외가는 아직 예산에 있다고 한다. 그는 1993년 서울 정신여고 교단에 처음 섰으며, 2007년 백석대로 적(籍)을 옮겼다.

최 교수는 “장로회 신학대학교에서 교육학을 전공한 후 교육자로서의 시간이 어느덧 30년째 다. 백석대는 지인의 추천으로 도전을 결심했고,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고 회고했다. 이어 “대한민국 근대화 교육이 그렇듯 정신여고도 교회에서 시작됐다. 명성황후의 주치의이기도 했던 미국 북장로교 파송 애니 앨리스 선교사가 만든 정동여학당이 그 시작”이라고 소개했다.

인생의 절반을 채운 교직에 대해 조금 더 물어봤다. 그는 “기억에 남는 제자도, 사건(?)도 많다. 여전히 연락하는 아이들도 꽤 있다. 스튜어디스가 된 어떤 제자는 비행기에서 우연히 재회해 서로 깜짝 놀랐고, 5월에도 대학 제자의 결혼식 주례가 예약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 교수는 “난 교육자인 동시에 목사다. 그렇기에 공부 잘하고 뛰어난 아이들보다 소외되고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에 관심을 가지려 노력했다”며 가슴 아픈 추억 하나를 꺼냈다.

그는 “정신여고 시절, 중간고사를 마친 5월 초쯤이었는데 어떤 제자가 학교에서 안 보였다. 알고 보니 계부에 의해 살해당했다고 한다. 살해되기 전 수차례 유린당하기도 했다. 그 사실이 밝혀지자 그런 일을 벌였던 것”이라며 “계부의 친딸도 같은 상황이었고, 끝내 온가족의 목숨을 빼앗았다. 지금 생각해도 안타까울 뿐이고, 스승이자 목사기 때문에 미리 뭔가 도움이 된지 못한 게 더 미안할 뿐”이라고 조심스레 전했다.

교육자로서 최 교수의 시간은 2025년까지다. 그는 7~8년 전부터 퇴직 후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최 교수는 “평생 아이들을 가르쳤다. 그래서 퇴직 후엔 시골의 어르신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귀촌’을 결심하게 된 것”이라며 “농사는 지어본 적이 없어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그래서 커피 바리스타, 평생교육사 2급, 한국어교사 2급 등의 자격증을 땄고 사회복지사에도 도전할 계획이다. 사실 사진도 영정사진 봉사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2020년이 안식년이었다. 그해에 충청권 귀농귀촌종합센터 몇 곳을 찾아 100시간 이상 수료했다. 귀촌은 ‘언어가 같은 이민’이라고 한다. 농사 관련 지식도 배웠지만, 도-농의 다른 문화와 농촌 생활을 알게 된 게 더 큰 소득”이라고 보탰다.

최 교수는 지금 생활하고 있는 천안의 1시간 반경 안에서 인생 2막의 정착지를 정할 생각이라고 한다. 그는 “목천, 성거, 아산 등이 후보다. 내 고향인 예산과 아내의 고향인 홍성도 강력한 후보지다. 2024년 1월쯤 정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집만 짓는 게 아니라 마치 ‘사랑방’같은 공동체 커뮤니티센터도 만들고 싶다. 마을 교회가 있으면 잘 상의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명 교수는 끝으로 인생이모작에 대해 고민 중인 동년배들에게 조언도 전했다. 그는 “퇴직 후 삶에 대한 방향을 정하는 게 우선이다. 방향을 정하면 준비는 더 쉬워진다”며 “난 예전부터 농촌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그곳에서 봉사하며 사는 게 내 꿈”이라고 말했다. 이어 “충청남도인생이모작지원센터를 통해 좋은 일을 할 수 있다면 기꺼이 동참하겠다. 지금도 아파트 동 대표를 하며 열심히 열습 중”이라고 보탰다.

최규명 교수가 충청남도인생이모작지원센터의 사진아카데미에 참여해 찍은 작품. 본인 제공
최규명 교수가 충청남도인생이모작지원센터의 사진아카데미에 참여해 찍은 작품. 본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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