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장곡 골프장 문제, 저는 ‘찬성’인데요
[칼럼] 장곡 골프장 문제, 저는 ‘찬성’인데요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3.28 08:55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장곡면 일대에 조성되려는 골프장 문제로 지역이 떠들썩하다. 골프장이 조성되면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업예정지 근처 주민들은 지난 연말부터 절박한 심정으로 1인시위를 비롯한 대책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는 물론 장곡면 이외의 주민들도 기고문과 성명서, 후원 등으로 장곡 골프장 조성은 문제가 있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역에 뭐 들어온다고만 하면 꼭 저렇게 덮어놓고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어.”

“골프장이니 다른 것보다는 낫지 않아? 그렇게 ‘반대’하다가 더 안 좋은 게 들어오면?”

“보상 더 받으려고 무작정 ‘반대’하는 거 아니야?”

“아무리 ‘반대’해도 결국은 허가나겠지.”

일부에서는 ‘반대를 위한 반대’가 아니냐, 시대가 어느 때인데 ‘환경’만 중요하다고 하느냐, 그나마도 지역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느냐고들 한다. 하지만 장곡 골프장 문제 대책활동은 환경운동으로 좁혀져서도 안 되고 지역개발이라는 명목으로 묻혀버려서도 안 된다. 또 하나,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활동은 궁극적으로 ‘반대운동’이 아니라 ‘찬성운동’을 지향하고 있다.

주민들의 알 권리 보장에 찬성

골프장 조성 계획이 논의될 때부터 협약 체결까지 주민들은 내용을 알 수 없었다. ‘카더라’ 식의 소문이 떠돌아 주민들이 노심초사 현수막을 내걸고 건너건너 알아봤지만, 행정에서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 군의원들은 ‘그럴 리가 없다’는 식으로 일축했다. 결국 주민들이 몇 달 내내 정보공개청구를 해서 겨우 내용을 알아냈다. 얼마 전 사업자가 개최하려던 설명회도 주민들에게 안내 없이 어물쩍 넘어갈 뻔하지 않았나. 골프장 대책활동은 찬성과 반대 이전에, 주민들의 알 권리 보장과 주민의사 존중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공유지를 지키는 일에 찬성

골프장 조성 부지는 군유지가 절반 가까이 된다. 군유지 소유자는 홍성군수가 아니라 홍성군민이기 때문에 군수 마음대로 팔거나 특정 기업에 혜택을 줘서는 안 된다. 군민 누구라도 납득할 수 있는 사유여야 하고 가급적 많은 군민들의 필요에 활용돼야 한다. 골프장 사업자와 소수 골프인들을 위해 군유지가 매각돼서는 안 된다. 골프장 대책위원회는 단순히 ‘골프장 반대’가 아니라 공유재산을 지키고 있는 것이다.

군의원이 제 역할을 하는 데 찬성

주민의 삶과 지역의 환경에 밀접하게 영향을 끼치는 일에 대해 주민이 뽑아놓은 군의원들은 왜 감시하지 않을까. 행정에서 군유지를 매각하고 사업자에게 특혜를 준다는데 왜 의회 차원의 결의문 하나 채택하지 못할까. 주민들은 이제 행정은 물론 의회까지 감시하게 생겼다. 지금에 와서야 목소리를 내는 군의원이 두셋 있지만, 진작 제 역할을 하는 군의원이 있었다면 행정이 저렇게 쉽게 군유지 매각 결정을 내리거나 ‘적극 협조하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체결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군의원들은 ‘주민들이 만들어준 힘’으로 이제라도 ‘주민들을 대표해’ 행정을 감시하고 주민들을 보호해주기 바란다.

공론화와 토론을 통한 민주주의에 대찬성

지난 주말 홍성의 한 책방에서는 ‘지금은 플리마켓’이라는 작은 장터가 열렸다. 다양한 판매자들과 더 다양한 손님들이 모였다. 각자 가진 재능과 물건을 나눴고, 수익금 일부는 장곡 골프장 대책활동에 기부했다. ‘장곡 골프장 무조건 반대’가 아니라 지역의 중요한 문제를 함께 알아가고 풀어가고자 하는 바람이었을 것이다. 장터에 참여한 한 주민은 “나도 골프를 치기 때문에 솔직히 홍성에도 골프장이 하나 있었으면 했다. 하지만 사정을 알고 나니 이건 좀 아닌 것 같다”고 했고, 또 다른 주민은 “내용을 제대로 몰랐다면 지역이기주의로 오해할 뻔했다”고도 했다. 문제를 공론화하고 충분히 토론하는 게 모든 해결점의 시작이다.

장곡 골프장 문제는 단순한 환경문제나 지역이기주의를 넘어 지역의 크고 중요한 일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주민들이 그 과정에 참여하거나 의사가 존중되는지, 행정이나 의회, 시민사회단체와 언론, 주민들이 제 역할을 하는지, 결과적으로 우리 지역의 민주주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가늠하는 척도가 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곽현정 2022-03-30 06:24:23
이해해주고 길을 함께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