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우리는 우리의 뇌를 이해하고 싶다
[칼럼] 우리는 우리의 뇌를 이해하고 싶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4.0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뇌과학 이야기
이원우 이영우한의원 부설 뇌과학연구소장

사람의 모든 정신활동과 신체활동은 뇌를 통해서 이뤄진다. 학습도 뇌에서 이뤄지며 마음도 뇌에서 만들어지고 숨을 쉬고 심장이 뛰는 것도 뇌에서 그 타이밍을 조정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이며 손가락 하나를 움직이는 것조차도 뇌에서 운동신경을 통해 근육에 신호가 전달돼 근육이 움직이고 손가락이 움직이는 것이다.

뇌는 임신 초기 4주부터 급속도로 세포 수가 증가해 출생 시에는 성인의 세포수와 비슷한 약 1000억개의 뇌세포를 가지고 태어난다. 따라서 임신 중 산모의 영양, 정서, 환경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태아의 뇌 건강과 상태가 만들어지며 출생 후에도 운동 발달, 영양 섭취, 부모와의 관계, 외부 환경적 요인, 정서적 요인, 수면 등의 여러 가지 요인들에 의해 뇌 세포와 뇌신경의 발달이 이뤄지게 된다.

뇌는 만3세를 전후로 뇌세포와 뇌세포를 연결하는 신경시스템이 약 10조개 이상 만들어지면서 외부자극에 반응하는 방식이나 생각하고 행동하는 양식이 형성된다. 즉 태어나서 만3세까지 보고, 듣고, 만지고, 경험하며 반복적이거나 강한 자극들은 신경이 강하게 연결돼 습관의 형태로 나타나고 잘 사용하지 않는 신경연결은 약화돼 성격이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우리의 뇌는 만3세를 전후로 해서 습관회로가 형성된다. 우리 속담에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은 우연히 생긴 말이 아니라 굉장히 과학적이고 근거 있는 말이다.

만6세 전후로 작업기억, 초기학습, 정보의 분석, 판단 등 고도의 정신작용이 이뤄지는 전전두엽(앞이마)이 생물학적으로 어느 정도 완성되는데 이때부터는 아이도 스스로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학습을 통해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는 능력이 생기게 된다. 그래서 본격적인 초등학습이 만7세부터 이뤄지는 것이다.

만15세를 전 후로 누구나 사춘기를 지내면서 큰 변화를 겪게 되는데 이때 우리의 뇌에서는 유·아동기에 만들어진 뇌 신경시스템 중에서 유·아동기에만 필요했던 신경시스템은 가지치기를 통해서 사라지게 되고 성인이 되기 위한 새로운 신경시스템들이 만들어지게 된다. 따라서 감정의 뇌인 편도체(공포·슬픔·억압·기쁨·즐거움 등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 등은 거의 완성된 반면에 성인이 되기 위한 신경시스템들은 아직 미완성 단계이므로 뇌 발달의 일시적 부조화, 신체와 두뇌 발달의 일시적인 부조화에 의해 다양한 사춘기 현상이 나타나게 된다.

1904년 미국의 선구적 심리학자 스탠리 홀(G. Stanley Hall)은 청소년기를 ‘질풍노도의 시기’로 묘사했고 이런 개념은 사람들 머릿속에 각인됐다. 실제로 신경과학자들 중에는 이 인생 단계를 ‘취약성의 창’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 시기가 ‘기회의 창’으로 묘사되고 있다. 성장 중인 뇌는 긍정적인 환경의 영향을 특히 잘 받아들이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취약성의 창이자 동시에 기회의 창인 이 시기를 헤치고 나가는 청소년들을 적절하고 유용하게 뒷받침하기 위해 ‘십대의 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면 청소년들이 자신의 뇌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잘 대처하도록 도울 수 있을 것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코로나19라는 전혀 예상치 못한 전 세계적 공포 속에서 청소년들과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 나가야 할 것인가에 대해 뇌과학적 측면에서 다뤄 보도록 하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