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함께 누린… 화가의 시간
모두 함께 누린… 화가의 시간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2.04.05 09: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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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응노의 집, 고암미술상 수상작가 전시 ‘여는 잔치’
2~3일 한량무, 작가와의 대화, 역사강의, 천도재 등
이진경 작가 “이곳 선생의 묘… 전시 통해 혼 모셔”
지난 2일 이응노의 집을 찾은 사람들이 문진수 박사의 ‘무유재인-문진수류 한량무’ 무용 공연에 빠져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2일 이응노의 집을 찾은 사람들이 문진수 박사의 ‘무유재인-문진수류 한량무’ 무용 공연에 빠져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4월의 화창한 주말, 이응노를 생각하는 사람들이 홍성에 모였다.

고암 이응노 생가기념관(이하 이응노의 집)은 지난 2~3일 제5회 고암미술상을 받은 이진경 작가의 ‘먼 먼 산 - 헤치고 흐르고’ 전시의 ‘여는 잔치’를 벌였다. 당초 이 행사는 지난해 12월 18~19일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연기됐다.

이날 여는 잔치 사회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프로덕션을 운영 중인 이은정 씨가 많았다. 그는 이번 전시 과정을 담은 ‘먼 먼 산을 위하여’와 천도재, 역사 강의 등을 영상으로 기록한다.

이은정 사회자는 이진경 작가를 ‘경계 없이 떠도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이 작가는 인사말을 통해 “이응노 선생은 결국 고향으로 못 오고 프랑스에 남게 됐다. 그래서 이곳을 선생의 묘이자 휴식공간으로 지었다고 들었다”며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제사도 지내고 혼을 모시기로 했다. ‘설위설경’ 등이 그런 맥락”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시 작품은 내가 사는 홍천의 버들강아지 등 일상을 담은 것도 있고, 동백림 사건을 다룬 것도 있다”며 “이 공간에 흐르는 200여곡의 음악도 귀기울여주길 바란다. 그 중엔 바람소리고 빗소리도 있다”고 더했다.

인사말을 마친 이진경 작가는 직접 전시실을 돌며 관람객들에게 작품을 소개했다. 작품 소개 중 이응노의 집을 설계한 조성룡 건축가가 방문하자 이곳에 대한 이야기를 청했다.

조성룡 건축가는 “이곳 근처에는 이응노 선생을 키운 두 개의 산이 있다. 기념관이 부지 중앙이 아닌 구석에 배치된 것도 산과 가깝기 위함”이라며 “선생은 별 것 아닌 일로 돌아오지 못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아왔는지 생각해보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홀에서는 문진수 박사의 ‘무유재인-문진수류 한량무’ 무용 공연이 펼쳐졌다. 그는 한양대 무용학 박사이며, 무형문화재 남사당·승무·우도농악 이수자다. 문 박사는 국가무형문화재 제3호 남사당 임시 회장을 역임했으며, 대한민국연희춤협회 회장과 한양대 겸임교수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이 작가는 “한 마리 새가 이 공간을 날아다녔으면 하는 바람으로 공연을 부탁했다. 정말 좋았다”고 전했다. 관람객들도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한 마리 새의 날갯짓 같던 춤사위가 끝난 후 제3전시실에서 작가와의 대화가 이어졌다. 이번 작가와의 대화는 임정희 평론가가 진행했다.

임 평론가는 “이번 전시는 이전보다 그 세계가 넓어진 느낌”이라며 “이진경 작가는 정의하기 어렵다. 글씨와 그림의 차이, 그 의미나 선택 기준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이 작가는 “내 학창시절 별명이 ‘새대가리’ 혹은 ‘막진경’이었다. 그만큼 어떤 일을 꼼꼼히 못 챙긴다. 지갑도 잘 잃어버린다. 하지만 그림은 어떤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잘 만나고, 잘 표현하는 일이다. 글씨는 마음을 가다듬으려 쓰는 편”이라면서도 “글과 그림이 다른 건지는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는 또 “작품마다 다 이유는 있다. 예를 들어 ‘버들강아지’는 너만큼 나도 잘 견디겠다는 다짐이다. ‘머무름 없이’는 나와 서른 살 차이나는 어머니와 나보다 열네 살 어린 막내가 그 세워만큼 다르게 말하는 것을 보며 금강경을 한 마디로 줄인 작품”이라며 “내 그림도 글씨도, 여러분이 행하는 모든 것도 모두 함께 누리고 나누는 일이었음 좋겠다”고 보탰다.

임 평론가는 “최근 ‘역사문화적’ 작품이 늘어난 것 같다. 너무 용기 만개한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이에 이 작가는 “여러 이야기를 그리고 쓰며 역사도 알게 됐다. 봄은 겨울을 견뎠기에 예쁜 것이다. 우리 역사 속에도 그렇게 잘 견뎌낸 고마운 분들이 있다”고 답했다.

임 평론가는 설치미술의 확장에 대해서도 물었다. 이 작가는 “사실 확장은 아니다”라며 “난 감각하는 존재로 어떤 것을 만나고 표현하는 것이다. 글씨든 그림이든 설치미술이든 다 같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작가와의 대화 후에는 역사강사 배기성의 ‘한국현대사-레드컴플렉스와 저류 지속성’이라는 강의가 펼쳐졌다. 또 지난 3일에는 강노심 법사의 천도재 ‘저 하늘에서 이 하늘로’와 정용재 지화장인의 체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이응노의 집은 오는 16일과 23일 오후 2시 두 차례 더 작가와의 대화를 열 예정이며, 이번 전시는 이달 24일까지 이어진다.

제5회 고암미술상을 받은 이진경 작가가 지난 2일 ‘여는 잔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제5회 고암미술상을 받은 이진경 작가가 지난 2일 ‘여는 잔치’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2일 이응노의 집을 찾은 조성룡 건축가가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2일 이응노의 집을 찾은 조성룡 건축가가 설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2일 이응노의 집 제3전시실에서 이진경 작가(왼쪽(와 임정희 평론가의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2일 이응노의 집 제3전시실에서 이진경 작가(왼쪽)와 임정희 평론가의 작가와의 대화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노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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