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는 유효기간이 없다(3)
정의는 유효기간이 없다(3)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7.03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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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용뉴스가 중앙 일간지 못지않게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네요.”

“그렇다니까요.”

“청룡랜드 조성을 위해 대기업이나 외자 유치는 잘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건 그 다음 순서로 진행할 예정이었죠.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가 칼자루를 쥐고 있으면서 브레이크를 걸었으니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없잖아요. 푸른용뉴스가 잘 되는 사업에 재를 뿌린 탓에…. 아무튼 여러분들은 구정과 관련한 보도에 신중을 기해 주십시오. 조·중·동(조선·중앙·동아일보)이나 한겨레 같이 쓰시면 안 됩니다.”

마침 그때 방문이 열리면서 임종팔 구청장과 조태식 홍보실장이 나타났다.

“늦어 죄송합니다. 기자님들 안녕하십니까?”

우리는 모두 일어나서 두 사람을 맞이했다.

“자, 자, 앉아요. 앉아….”

임 구청장은 신발을 벗고 방 안으로 들어오면서 일어나는 사람들을 향해 두 손을 크게 내저으며 민망한 표정을 지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저는 오늘 기자님들과 같이 꼭 점심을 하고 싶었는데 인사만 하고 물러가야겠습니다. 갑자기 VIP 몇 분이 찾아와서 그 분들과 점심을 같이 해야겠네요. 이거 정말 미안합니다. 여러분들과 식사는 다음 기회로 미루겠습니다. 오늘은 우리 직원들과 맛있게 드십시오.”

이어서 임 구청장은 최근 푸른용뉴스가 자신을 겨냥해서 쓴 비판 기사를 의식하면서 애써 해명했다.

“자, 여러분 이 임종팔이는 정말 괜찮은 사람입니다. 언론을 탄압하는 사람이 절대 아닙니다. 언론을 정말 무서워하는 사람입니다. 기자님들의 펜이 얼마나 무서운데 제가 여러분들을 탄압합니까. 제가 5공 때 군부의 통제를 받는 언론의 폐해를 직접 목격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민주화와 언론의 자유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서 싸웠습니다. 심지어 감옥도 갔습니다. 그 결과 오늘날 제가 민선 구청장도 되고 여러분들도 언론자유화시대를 맞아 기자로서 지방자치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저는 지방자치제가 부활되고 나서 지역신문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지 잘 압니다. 지역신문을 조·중·동이나 KBS, MBC보다 더 높이 평가하는 사람이 이 임종팔입니다. 구청 문을 활짝 열어놓고 최대한 취재활동을 보장해 드리겠습니다. 다만 오보에 대해서는 적극 대응할 뿐입니다. 이 임종팔이가 열심히 하고 있으니 잘 써 주세요.”

그는 깊숙이 머리를 조아린 후 방안을 돌며 기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눴다.

임종팔 구청장은 바로 떠나고 다시 자리가 정돈되자 조 실장이 앉은 채로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구청장님께서 여러분과 미리 약속하셨지만 식사를 같이 못 하는 이유는 VIP 때문이라고 하셨죠. 그 분들이 누구냐 하면 지방에서 올라온 모교 총동문회 임원들입니다. 구청장님이 개천고등학교 총동문회로부터 ‘자랑스런 동문상’을 받기로 수락하셨습니다. 청장님께서 굳이 여러분들에게 밝히려고 하지 않아 제가 대신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그 말에 자연스럽게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 사이 기모노 차림의 여종업원들이 쉴 새 없이 음식을 날라 왔다. 다시 조 실장이 박수 때문에 끊긴 말을 이어나갔다.

“오늘 옛 동문들을 만나셨는데 청장님께서 식사대접도 안 하고 그냥 보내실 수 없잖아요. 여러분들이 이해 좀 해주십시오. 다음 기회에는 구청장님과 저녁식사 자리를 꼭 마련하겠습니다. 그래야 기자들과 술도 한 잔씩 하지 않겠습니까. 참, ‘자랑스런 동문상’은 아직 보도하지 마세요. 올 가을에 있을 개천고 총동문회 행사 때 시상할 모양이어서 아직 기사화하지 말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가서 보도자료를 낼테니 지금은 비보도로 해주세요. 그리고 한 가지만 더 말씀드린 후 식사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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