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농촌은 사라지지 않는다”
칼럼/ “농촌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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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2.05.0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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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우 (농본 정책팀장)
장정우 (농본 정책팀장)
장정우 (농본 정책팀장)

일본의 지역소멸을 다룬 책 <농촌은 사라지지 않는다>에 실린 인터뷰에서 일본의 한 행정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자체 소멸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일이 발생한다면 지자체 소멸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정부와 언론이 상정했기 때문에 사람들의 마음이 위축되고, 그 틈을 이용해 농촌의 소멸을 불가피한 것으로 느끼게 하는 것과 같이 인위적으로 농촌을 소멸시키려는 움직임이 생겨난 경우다.”

전체 면적의 1/10에 불과한 수도권에 전체인구의 반이 몰려 생기는 수도권 집중 문제와 일손 부족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 나머지 9/10 지역의 소식을 들으면 우리나라 역시 지역소멸이 눈앞으로 다가온 것만 같다.

이런 사회적 현상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미친다. 홍성에 출마한 다수의 후보는, 도지사 후보, 군수 후보 가릴 것 없이 ‘기업 유치’와 ‘홍성시(市)’를 공약으로 내세운다. 지역에 산단이 들어서고 기업이 들어서면 소멸해가던 지역은 되살아날까?

충북 진천군은 산업단지 개발을 통해 지역소멸을 극복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17개의 산단과 농공단지가 존재하고, 7개의 산단을 추진하고 있는 진천은 지역 GRDP가 충북의 두배(2021년 기준 충북 평균 4270만 원, 진천군 8961만 원 출처 : 전창해, ‘진천군 1인당 GRDP 8천961만 원…10년 연속 충북 도내 1위’, 연합뉴스 2021년 12월 14일)이며 80개월간 인구가 꾸준히 증가한 유일한 비수도권 지자체이다.

그러나 이월 농공단지, 이월 지방산업단지에 이어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가 추진되는 진천군 이월면의 인구는 한때 8000여 명에 달했으나, 현재는 25%가 감소한 6000여 명이며, 2019년출생신고는 0건에 그친다. 이러한 현상은 진천만의 일이 아니다. 산업단지 7곳이 추진 중인 세종 북부 지역(전의면·전동면·소정면) 역시 세종시 전체인구와 달리 지난 10년 사이 각각 17.5%, 18%, 20%가량 인구가 감소했다.(출처 : 임홍열, ‘산업단지 느는데 인구는 거꾸로…실적용 개발?’, KBS, 2022년 4월 6일)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예정 부지에는 그곳에 있던 작은 샘의 이름을 딴 ‘관지미’라는 작은 마을이 있다. 전체 가구 수 열가구 남짓의 작은 마을이지만 마을주민들은 똘똘 뭉쳐 마을과 마을 앞의 농지, 그리고 그 농지를 일구며 사는 삶을 지키기 위해 지난 11월부터 군청 앞에서 농성 중이다.

지방선거로 도배된 뉴스 틈바구니에서 ‘충남 개별주택가격 상승률 전국 최저’라는 기사가 보인다.

누군가에게는 충남의 한계로 느껴지겠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숨통이 트이는 소식일 것이다.

‘홍성시(市)’,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 ‘예당 제2산업단지’ 역시 누군가에게는 기회와 성공의 다른 이름이겠지만, 그곳에 ‘정주’하는 사람들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일 것이다. ‘관지미’가 ‘진천 테크노폴리스 산업단지’로 불리게 되는 것이 ‘지역소멸’이다. 지방선거 후보자들과 언론은 ‘지역소멸’을 앞세워 지역을 소멸시키는 일을 멈춰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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