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씨 뿌리는 사람 … 다만 몇 명이라도 변화 있기를”
“나는 씨 뿌리는 사람 … 다만 몇 명이라도 변화 있기를”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2.06.06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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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현조 결성향교 유도회장
9년전, 사업으로 인연 … 지금 향교원로
결성향교를 교양·문화의 산실로 탈바꿈
이현조 결성향교 유도회장. 2013년 '문화재활용사업' 계획안이 홍성군 공모에 선정되면서 시작된 결성향교와의 인연이 9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의 노력으로 결성향교는 1년 365일 상시 개방, 향교스테이 운영 등에서 '전국 최초' 타이틀을 얻게 됐다. 사진=황동환 기자
이현조 결성향교 유도회장. 2013년에 '문화재활용사업' 계획안이 홍성군 공모에 선정되면서 시작된 결성향교와의 인연이 9년째 이어지고 있다. 그의 노력으로 결성향교는 1년 365일 상시 개방, 향교스테이 운영 등에서 '전국 최초' 타이틀을 얻게 됐다. 사진=황동환 기자

향교는 과거 조선이 인재양성을 목적으로 전국 각지에 설립‧운영했던 오늘날의 국립중등교육기관이다. 시대가 바뀌면서 향교의 교육기능은 사라지고 공자와 선현들의 위패를 모시고 매년 제사를 지내는 것으로 그 역할이 축소됐다. 때론 사당으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있을 정도다.

이렇듯 변화된 시대에 제 역할을 찾지 못하고 있던 향교를 현대인들의 교양문화 학습의 산실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이 결성향교 이현조(55) 유도회장이다.

이 회장은 9년전 결성향교에 공모사업자로 들어왔다가, 향교 측의 권유로 장의가 됐다. 향교 원로인 장의는 결성향교 제향(제사)을 주관할 뿐만 아니라 풀도 뽑고 빗자루질도 해야하는 등 향교 관리주체이며 성균관에서 임명장을 받는다. 결성향교엔 현재 15명 정도의 장의가 있고, 유도회장은 장의들 중에서 선출된다.

2013년 홍성 큰시장에 위치한 문화연구소 ‘길’에서 활동하던 이 회장은 당시 군이 추진했던 ‘문화재 활용사업’ 공모에 제출했던 계획서가 선정된 것이 그와 결성향교와 인연을 맺게된 계기가 됐다.

당시 그는 결성향교를 무대로 △논어의 현대적 해석 △한옥장과 함께 하는 한옥의 이해 △서양화가가 보는 동양미술 등 전통을 현대에 어떻게 되살릴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담아 제안했다.

이 회장은 홍성예총회장‧홍성문인회장 등을 역임하면서 수행했던 여러 문화예술기획사업 경험에 비추어 한계를 극복하고자 했다. 그는 “홍성의 지역성을 담기보다 각자 개인 사업에 그치는 경우”를 아쉬워 했었다고 한다. 그때 새로 설정한 목표가 결성향교를 중심으로 홍성지역의 문화사업의 틀을 짜보자는 것이었고, 그렇게 시작된 도전은 9년째 계속되고 있다.

그가 준비한 첫번째 프로그램들은 “실제 내용과는 별개로 사람들이 복고로 이해하는 경향 탓에 주목을 끌진 못했다”며 “그 다음부터 도입한 현대문학을 접목한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면서 자리잡게 됐다”고 전했다.

프로그램은 매년, 매회 다르다. 올해 정규 프로그램은 지난 4월에 시작했고 오는 11월까지 7개월간 진행된다. 매월 둘째‧셋재‧넷째 주 토요일 고정프로그램, 주중엔 비대면 프로그램과 단체 신청 프로그램 등이 있다. 특히 전국 향교 중 최초로 ‘향교스테이’를 운영 중이다. 매월 둘째주와 넷째주는 토요일부터 1박2일 동안 숙박하며 인문강좌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또한 대성전을 포함해 1년 365일 향교를 개방하는 것에도 ‘전국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어 있다.

그는 향교나 서원이 지금 이 시대에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를 모색하고 고민하고 있다. 결성향교를 전국의 문화재 활용사업의 '스탠다드'로 만들고 싶은 것도 그 고민 중 하나다. 그는 자신의 사명을 “씨 뿌리는 역할”이라면서 “내 뒤를 잇는 이는 결실을 맺는 나무를 키울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큰 변화가 아니라 다만 몇 명이라도 결성향교를 통해 변화된다면 그게 다른 이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이 회장의 말처럼 그는 오늘도 결성읍내가 한 눈에 바라보이는 향교 마당에서 문화에 갈증을 느끼는 이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결성향교의 강학공간인 '명륜당' 앞에 서 있는 이현조 회장
결성향교의 규모는 30명 정원의 소설위로 건립됐다. 서울 성균관 처럼 평지에 설립된 향교는 대성전이 전면에 배치된 반면, 비탈진 곳에 위치한 향교는 대성전을 가장 높은 위치에 두기 위해 '전학후묘'의 배치를 따르고 있다. 명륜당 뒤 대성전 전경.
이현조 결성향교 유도회장은 시인이기도 하다.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자신의 시집에 서명하고 있는 이 회장.
이현조 결성향교 유도회장은 시인이기도 하다. 지인에게 선물하기 위해 자신의 시집에 서명하고 있는 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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