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가뭄에 기후변화와 농민을 떠올리는 당선자 되길 …
[칼럼] 가뭄에 기후변화와 농민을 떠올리는 당선자 되길 …
  • 내포뉴스
  • 승인 2022.06.03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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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

가뭄이 대단하다. 뭘 좀 심어볼까 하고 호미로 땅을 파면 흙먼지가 풀풀 날린다. 물을 주자니 한정 없고 물을 줘도 오히려 작물들을 갈증나게 하는 것 같다. 텃밭에 심은 오이모종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 튼실한 모종으로 심은 양배추는 심을 때보다 작아져있었다. 텃밭농사도 이런데 농사를 생업으로 하는 농가들 사정은 어떨까. 이웃농가는 농사지은 이래 처음으로 강낭콩이 타죽었다고 한다. 가뭄으로 감자알이 잘 들지 않아 감자값은 한 상자에 8만원까지 치솟을 거라고 한다.  

올봄은 가물기도 하지만, 4월 초부터 때이른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한편 5월 중순까지도 아침기온이 10도 이하로 내려가는 날이 많아 냉해를 입은 곳도 있다. 그러고나서는 2주 가까이 20도 이상의 고온이 지속되고 있다. 게다가 유난히 돌풍이 많이 부는데, 농부들은 이런 바람 때문에 대기가 건조해져 토양이 더 메마른다고들 한다. 

노지에서, 하늘에서 내린 비로 농사짓는 게 자연스러운 방식이었는데, 많은 농민들이 이제는 시설이 아니면 농사짓기 어렵다고들 한다. 가뭄과 장마가 제멋대로이니 물문제를 해결하려면 관수시설이 필요하고, 한파와 고온도 예측할 수 없으니 냉난방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스마트팜’이라는 이름으로 온도와 습도 등을 조절하는 방식까지 유행하고 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각종 기술들이 개발되고 있다고 하는데, 왜 전에 없던 가뭄과 장마가 생겨나고 한파와 고온이 반복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과 고민은 없다. 이제껏 정책적으로 효율중심, 대규모 단작 농업을 장려해온 판단착오에 대한 반성도 없다.  

시설재배의 확대나 스마트팜 도입이 당장의 가뭄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지구에도 도움이 될까. 10년, 20년 후 미래세대에게도 도움이 될까. 그리고 모두가 그렇게 농사지어야 할까? 예측 불가능하고 가속화되는 기후변화에는 ‘적응’도 필요하지만, 그보다는 화석연료에 의존해 대량생산을 해온 농업방식을 과감히 탈피해 체질을 개선하는 일이 우선이다.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친환경 농업메카 기반 조성’(오배근), ‘친환경농업의 확대 및 활성화’(이용록)라는 정책을 내놓았지만, ‘경제’에 대한 강조점 이외에 생물다양성과 순환의 원칙을 지키며 기후변화를 늦추기 위한 구체적인 적용방안은 없어서 아쉽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축산업은 문제지만, 가축사육두수를 줄이는 것은 개인농가의 선택이다.”(이용록)는 발언은 기후위기의 심각성, 축산업 전환의 필요성 그리고 정치의 책임을 간과한 결과이다.  

홍성시민기후행동연대는 군의원 후보자들에게 필요한 기후정책을 제안하고 질의했으나 4명의 후보(최선경, 김기철, 이병희, 문병오/답변순, 무투표당선자 제외)만 답을 보내왔다. 그 외의 후보들은 답을 하지 않은 것은 둘째치고 “선거운동 해야해서 그런 정책 볼 시간 없다”, “당선되면 하겠다”, “그런 거엔 답 안 한다”는 무책임하고 예의 없는 말로 기후문제를 일축했다. 지구평균온도 1.5도 상승을 막으려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고 이것은 인류의 생존과 직결되기 때문에 전 세계가 협정까지 맺었는데 말이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농업분야는 능동적으로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 그것은 농민 개인의 실천이 아니라 농업정책에서 나와야 한다. 우리를 대표할 사람이, 시대정신을 읽어야 할 사람들이 그저 당선에만 열을 올리며 정작 가장 시급한 문제인 기후변화와 그로 인한 주민의 삶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니. 타들어가는 농작물만큼 농민들의 가슴도 타들어간다. ‘올해가 가장 안전한 해’라는 말이 매년 반복되고 있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기후변화는 더 심각해질 것이다. 타들어가는 주민의 마음은 아랑곳 않고 요란한 노랫소리와 경제성장만 외치는 선전구호가 그 어느 때보다 귀에 거슬린다. 

기후위기의 시대, 가뭄에 기후변화와 농민을 연결시킬 수 있어야 군수, 군의원 될 자격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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