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식량위기시대 쌀값만 폭락
고물가, 식량위기시대 쌀값만 폭락
  • 이번영 시민기자
  • 승인 2022.06.2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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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RPC 수억씩 적자 … 15만톤 추가 시장격리 촉구

끝없이 치솟는 기름값을 비롯해 생필품 고물가시대, 세계적인 곡창지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지구적 식량 부족에 따른 무기화가 우려되는 시대에 우리나라 쌀값만 폭락해 농민들이 발을 구르고 있다. 미곡종합처리장을 운영하는 농협마다 적자가 쌓이고 두 달 후면 벼 수확이 시작돼 수매가도 내려갈 것이란 우려가 높다.

지난 21일 홍성장 쌀값(농민들이 내다 파는 가격)은 80kg 기준 15만 원에서 16만 원 사이에 거래됐다. 쌀 상회에 의하면 지난해 같은 기간 21만 5000원에 비해 6만원 정도 떨어진 것이라고 한다.

갈산농협 정명훈 전무는 쌀 판매사업으로 현재까지 2억 8000만 원의 적자를 발생시켰으며 앞으로 최소 2억 5000만 원 이상 더 적자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갈산농협 미곡종합처리장(RPC)은 지난해 가을 1만 500톤을 수매해 판매하고 현재 2500톤이 남아있다. 조곡 40kg당 6만 4000원에 수매해 23일 현재 5만 3000원에 판매, 가마당 1만 1000원씩 손해 보고 있다는 것이다. 남은 2만 5000톤을 판매하는 과정에 값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금마농협 강상구 전무에 의하면 RPC에서 6000톤을 수매해 현재 약 2000톤이 남아있는데 예년 대비 1000톤 정도 더 많은 재고량이라는 것이다. 40kg 가마당 1만 1000원씩 적자도 문제지만 가져가는 곳도 없어 걱정이라고 말했다. 8월말이면 조생종 벼가 나오기 때문에 9월 말까지 창고를 비우고 10월부터 햇벼 수매에 들어가야 하나 이 상태가 계속되면 벼를 받은 공간이 부족하고 수매가 인하가 불가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홍성군내에는 갈산농협과 금마농협, 천수만 개인 RPC에서 가을에 벼를 수매해 연중 방출, 판매하고 있다. 그러나 이 RPC들이 다 수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많은 농민들이 마을 정비소 등에 보관해 놓고 연중 판매하고 있다.

정부는 2021년산 27만톤의 쌀을 2회(2월과 5월)에 걸쳐 시장에서 격리했다. 그럼에도 지난 5월 기준 전국 농협 창고의 쌀 재고는 76만 4000톤으로 전년도 43만톤 대비 77.7% 많다.

쌀 값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치권 일부에서 야당을 중심으로 대책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13일 전남·북 국회의원 18명은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시장격리와 쌀 생산비보장 법제화 등을 촉구했다. 16일에는 한국후계농업경영인엽합회, 한국농어민신문 등에서 정책토론회를 열고 양곡정책 전면 개편을 촉구했다. 전국농협통합미곡처리장운영협의회는 22일 충남 보령에서 모임을 갖고 대정부 건의문을 통해 15만톤 이상 추가격리로 22년산 벼를 정상적으로 매입할 수 있도록 하라고 촉구했다.

이정훈 홍성군쌀전업농회장은 “정부가 시장격리를 당장에 실시해야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문제는 쌀 소비가 계속 줄어드는 점이다. 국제시장에 진출해야 한다.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일부, 대만에서만 소비하는 자포니카 쌀 재배를 전 세계 90% 이상 소비하는 인디카 품종으로 전환, 재배해 국제시장에 진출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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