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공직생활 접고, 공인중개사로 투신
“수익의 반은 봉사하고 나누며 살고 파”
개업 3년 차인 홍성지역의 한 공인중개사가 ‘한국공인중개협회 홍성군지회장’에 당선돼 화제다. 지난 2020년 2월 홍성에서 자신의 이름을 건 ‘이창엽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개소하고 부동산중개업 및 일반행정업무 서비스업을 시작한 이창엽(63) 회장이 그 주인공이다.
비록 늦깍이로 출발했지만, 그의 40여 년 공무원 생활이 말해주듯 이 회장은 이미 준비된 공인중개사다.
1979년, 구항면사무소에서 재산세 관련 업무를 시작으로 공직에 입문한 이 회장은 △홍북·결성·장곡·갈산면 근무 △지역경제과 교통지도계장 △환경관리과 청소계장 △역사문화시설사업소 문화시설 계장 △재무과 과표관리계장 △금마면장 등을 거쳐 2019년 12월 말, 정년을 1년 앞두고 홍성읍 부읍장(사무관)으로 명예퇴임했다. 그는 퇴임하면서 국가사회발전 공로로 대한민국헌법에 따라 녹조근정훈장을 받았다.
이 회장은 자신의 공직 생활 중 재무과 과표관리계장으로 근무하던 시기를 특별한 기억으로 간직하고 있다. 그는 “이 때 세금과표 업무를 보면서 공시지가, 종합토지세, 종합소득세 관련 업무를 수행했다. 실무적으로 어쩔 수 없이 이론 공부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지금 돌아보면 공인중개사 자격증 취득에 결정적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난 2016년 제27회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했다. 여기에 공직생활을 통해 쌓은 탄탄한 행정실무 능력을 얹어 2020년 2월 홍성읍 옥암리에서 지금의 ‘이창엽 공인중개사 사무소’를 개업했다.
개업 전부터 이미 부동산 관련 업무에 능통했던 이 회장은 공무원 재직시절 업무관계로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이 지금은 이 대표와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기반이 됐다.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현재의 업무방식과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공직자였을 때와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다는 질문에 그는 “공직생활 때는 박봉에 가정을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어떤 다른 일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그 때와 비교하면 현재 부동산중개업은 내 노력 여하에 따라 수익을 올릴 수 있고, 그렇게 창출한 여력으로 여러 사람들을 도울 수 있는 기쁨과 보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몸은 비록 힘들어도 마음은 공직생활에 있을 때보다 편하다”고 고백했다.
이 회장은 이번에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홍성군 회원들의 추대로 지회장에 단독 입후보 신청해 지난 13일 당선됐다. 현재 한국공인중개사협회 및 기타 일반회원으로 홍성군에 등록된 공인중개사는 6월30일 현재 127명이다.
그는 △무등록 중개업에 대한 발본색원 △공인중개협회 의무가입 제도화 확립 △부동산 실거래 신고를 개업공인중개사로 일원화 추진 △지부·지회의 예산권한 및 운영권 확대 등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홍성군 갈산면 출신인 이 회장은 홍성이 지닌 천혜의 자연환경 조건에 대한 남다른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러면서도 무분별한 개발에 대해선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외지에서 볼 때, 홍성은 4계절이 가장 뚜렷한 지역인데다, 충남의 중심인 도청 소재지이고 먹을거리·볼거리·교통망이 좋은 곳이다. 부동산업계에선 전국에서 발전가능성이 큰 지역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다만, 홍성의 매력을 떨어뜨리는 축산악취·매연문제·태양광시설·소음문제 등은 반드시 해결해야할 과제다. 군민들 스스로도 노력해야겠지만 장기적으론 행정력·정치력을 발휘해 해법을 풀어나가야 한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고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이 회장은 “수익의 반은 봉사하고 나누며 살고 싶다. 이런 일을 하니까 친구나 지인들이 돈을 많이 버는 것으로 오해하기도 하는데, 내가 이 일을 보람있게 할 수 있는 것은 실은 나눌 수 있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