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운동부터 신간회까지 … 서천 출신 개화파 독립운동가
3·1운동부터 신간회까지 … 서천 출신 개화파 독립운동가
  • 황동환 기자
  • 승인 2022.08.22 0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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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 독립운동가를 찾아서 ⑦ 월남 이상재 선생
자유민권사상의 근대국가 지향, 그 과정서 옥고겪어
강직함·유연함 겸비 … 늙은 몸 이끌고 독립에 헌신
충남 서천 출신 개화파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 광복회 충남지부 제공
충남 서천 출신 개화파 독립운동가, 월남 이상재 선생. 광복회 충남지부 제공

8월은 광복절(8.15)과 경술국치(8.29)일이 들어있어 순국선열을 떠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근대 식민지였던 나라 중 전례 없는 발전을 거듭해 선진국으로 진입한 한국의 이면에는 독립을 위해 끊임없이 헌신해 온 독립운동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8월 충남의 독립운동가로 구한말 교육 관료이자 독립운동가로서 헌신한 월남 이상재 선생, 생전 어록을 통해 기리고자 한다.

이상재(李商在, 1850년 10월 26일~1927년 3월 29일) 선생은 대한제국 의정부 총무국장 직책을 지낸 정치가이다. 충청남도 서천군(태어날 당시에는 한산군)출신으로 고려 시대 학자 겸 정치가 이색의 후손이다. 조선후기, 대한제국의 정치인으로 개화파 운동가였으며, 일제 강점기 조선 시대의 교육자, 청년운동가,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이다. 자는 계호(季皓), 아호는 월남(月南), 본관은 한산이다.

독립기념관에는 그의 어록비가 세워져 있다. ‘서리가 오기 시작하면 반드시 굳은 얼음이 얼고야 마는 것은 필연의 이치인데 하루 이틀 지날수록 한 가지 두 가지 일이 외국에 침식되니, 계속 이와 같이 나간다면 몇 날 몇 달이 못 가서 전국의 권한이 모두 외국에 양도되어, 태아(太阿)의 칼자루를 거꾸로 쥐게 되는 후회를 남기게 될지 어찌 알겠습니까’ 이런 깨끗한 지도자가 그리운 때이다.

젊은 시절 김홍집과의 대담에서 김홍집이 “전국 민심이 흉흉하니 조선 8도를 대표해서 감사 8명을 잡아들이면 민심이 풀리지 않을까”하고 묻자 이에 답하기를, “전국 8도에서 8명까지 잡아들일 것까지 없고 단 3명만 잡으면 민심이 잡힌다”고 했다. 김홍집이 그 3명이 누구냐고 되묻자 “그 3명은 바로 영의정, 좌의정, 우의정인 삼정승이다”라고 답했다. 이 말을 나누던 김홍집이 바로 당시의 영의정이었다.

친일파 인사들을 보고는 “이제 그만 동경에나 가서 사시지요”라고 말했다. 그 사람이 어째서냐고 묻자, “대감이 조선에 살아서 조선이 망했으니 일본에 가서 살면 일본이 망할 것 아니오?”라고 일침을 날렸다.

일본에 갔을 적에는 일본인들이 대포나 기관총을 보여주면서 자랑했는데 이상재는 한 마디로 그들을 입 다물게 했다. “과연 대일본제국이 문명한 나라임을 알겠소이다. 다만 성경에서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 했으니 그것이 걱정되는구려.”

3·1 운동 이후 일본의 정치가 오자키 유키오가 찾아오자 이상재는 집 뒤의 소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깔아두고 그를 맞이하였다. 뒤이어 오자키가 “일본과 조선은 부부와 같은데, 남편이 좀 잘못했다고 너무 심하게 들고 일어나서는 되겠느냐”라는 식의 말로 공격해오자 이상재는 “부부가 화합하는 것은 옳지만 정당하게 맺어진 것이 아닌 폭력으로 맺어졌으니 당연히 들고 일어날 수 밖에 없다”로 응수했다. 이후 오자키는 돌아가면서 이상재를 ‘조선 제1의 인물’이라고 추켜세웠다고 한다.

이상재 선생의 사망 후 남겨진 재산이 쌀 27가마의 빚이었다고 하니, 해방될 국가를 위한 헌신 그 자체다. 그의 장례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거족적인 사회장으로 치러졌고, 1962년 그에게 대한민국 건국훈장 대통령장이 추서됐다. 평생에 걸쳐 구한말에는 구국운동, 국권침탈 이후에는 독립과 교육, 죽기 직전까지 민족유일당 운동인 신간회 회장을 역임한 월남 이상재 선생을 우리가 기억해야 할 이유이다.

시구하는 월남 이상재 선생. 광복회 충남지부 제공
1회 전국체전에 해당하는 전조선 야구대회에서 시구하는 이상재 선생(오른쪽). 광복회 충남지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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