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도시에 살았다면 몰랐을 환경문제① 산업단지
[칼럼] 도시에 살았다면 몰랐을 환경문제① 산업단지
  • 내포뉴스
  • 승인 2022.09.05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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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
신은미 예산홍성환경운동연합 활동가

농촌에 내려와 환경운동을 한 지 8년이 넘었다. 도시에 살 때도 환경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비교적 많이 안다고 생각했다. 허나 농촌에 살아보니, 도시의 환경문제와 농촌의 환경문제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는 것, 그리고 농촌의 현실을 모르고서는 이 시대의 환경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만약 계속 도시에 살았다면 산업단지가 문제일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우후죽순 난립하고 관리되지 않는 개별공장보다는 계획적으로 조성되는 산업단지가 나을 것이고, 세금이 들어가니 행정에서도 책임을 다할 거라 짐작했나보다.

하지만 지난해 예당2일반산업단지 문제를 접하면서 군 단위 농촌지역에 산업단지를 조성한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제대로 알아버렸다. 산업단지가 생기면 인구가 늘고 지역경제가 발전한다고 하는데, 2021년도 예산군 행정사무감사 내용을 보면 예당일반산업단지를 통한 인구유입효과는 거의 없고 세금만 투입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소음과 악취로 인한 고통은 말할 것도 없고, 1급 발암물질 벤젠 검출에 폭발·화재·유출사고도 계속돼 주민들은 위험과 불안 속에 살아왔다. 추가로 조성되는 예당2일반산업단지는 사업예정지 인근 주민 대다수가 반대했음에도 결국 사업자와 행정이 조성을 강행하고 있다. 어느 마을은 가구 절반 이상 이주를 해야 하고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되어 생업인 농사도 지을 수 없는데 말이다. 산업단지 조성의 주요 기대효과인 ‘일자리 창출’은 커녕 평생 해오던 농사일마저 빼앗기는 셈이다. 주민들에게는 환경문제를 넘어 생존의 문제이기 때문에 1년 넘게 집회를 했고 지금은 법적투쟁까지 불사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암 조곡리에 산업단지가 조성된다는 소식이다. 산업단지라고 해서 무조건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예당산단 사례로 보듯 그간 예산군과 사업자는 주민들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다. 산업단지가 지역과 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건 둘째 치고 피해와 상처만 남겼다. 조곡리 산업단지의 경우, 사업예정지가 초등학교와 바로 붙어있어 충격적이었다. 게다가 조곡리 산업단지 조성 사업자 SK에코플랜트는 산업단지 내에 폐기물 처리시설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SK에코플랜트가 충북 괴산에 조성 중인 ‘메가폴리스’는 산업단지 내 지정폐기물 처리는 물론 외부 산업폐기물까지 반입할 예정이라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산업단지 내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그것을 잘 처리하는 목적이 아니라 폐기물처리사업을 하겠다는 것이니, ‘산업단지를 빙자한 쓰레기장’일 거라는 주민들의 우려가 근거 없는 것은 아니다.

도시의 반짝이는 문명을 위해, 소수 자본가들의 이익을 위해 논밭이 사라지고 농촌은 피폐해진다. 조상 대대로 살아온 마을은 ‘단지’나 ‘처리장’ 신세가 되고 마을의 주인인 토박이주민들은 ‘이주민’이 되거나 소외된다. 산업단지가 꼭 필요하다면, 새로 산업단지를 조성할 게 아니라 비어있는 산업단지를 정비하고 이미 운영 중인 산업단지부터 안전하고 깨끗하게 관리할 일이다. 그리고 산업단지가 ‘지역발전’에 도움이 된다는데 과연 누구에게 어떤 도움이 되는지 도시가 아닌 농촌의 입장에서, 사업자가 아닌 주민의 관점에서, 자본의 아닌 자연의 편에서 따져볼 일이다.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예산이나 홍성에 사는 누구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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