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대인리와 홍성 제2일반산업단지
[칼럼] 대인리와 홍성 제2일반산업단지
  • 내포뉴스
  • 승인 2022.10.1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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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정우 (농본 정책팀장)
장정우 (농본 정책팀장)
장정우 (농본 정책팀장)

홍성 제2일반산업단지가 홍북읍 대인리 일원에서 추진되고 있다. 행정은 산업단지의 효과로 인구 증가와 유동인구 확보, 고용 증대, 세수 증대 등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산단 예정부지는 홍북읍 대인리로, 21번 국도를 기준으로 마을이 있는 곳 반대편의 농지로 예상된다. 해당 부지는 경지정리가 되지 않은 논이 주를 이루고, 민가와도 떨어져있다. 또한 국도와 인접할 뿐만 아니라 IC와도 가까워 ‘경제적’ 측면에서 좋은 입지조건을 갖춘 것으로 보인다.

대인리에서 만난 29년생 늙은 농부는 “나이 들어서 농사 짓기도 힘든데 마침 잘 된 일”이라고, “마을에는 이미 농사를 이어받을 젊은 사람이 없다”고, 그래서 자신은 산업단지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그리고 다른 가격이 다 올라 농사짓는 비용도 올라가는 상황임에도 계속 떨어지는 쌀값을 말하며, 수확을 앞둔 논 앞에서, 오늘날 농사를 짓는 일은 바보 같은 짓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농부의 말은 홍성군 농지전용 추이를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 20년 동안 홍성에서 사라진 농지는 220만평(한 해 평균 11만평, 약 20%가 농업진흥지역)에 달하며 2008년 이후부터는 전용되는 농지가 점점 증가하고 있다.

내포신도시가 발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이대로 농촌마을이 도시의 배후지로써 산업단지 부지가 되고, 도로가 되어 계속 축소될 것인가. 그리고 이런 현상이 건강한 일일까?

오래 전부터 궁금한 것이 있었다. 프랑스 혁명 이후 현대 사회의 핵심적인 가치로 여겨지는 자유, 평등, 박애가 현실에 적용될 때, 우선순위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 하는 의문이었다. 최근 읽은 글을 통해 그런 질문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유럽의 철학자 루돌프 슈타이너는 ‘자유’, ‘평등’, ‘박애’가 사회에 구현되더라도 각 영역별로 각기 다른 원리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평등은 정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원리가 되고, 자유는 문화와 정신의 영역에서, 그리고 박애(우애)는 경제 영역에서 가장 핵심적인 원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자유냐 평등이냐를 두고 다투는 것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다.(박혜영, 《느낌의 0도》, 2018.)

홍성군이 건강한 사회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농지를 유지하는 것이 지역경제에 더 보탬이 되는가, 농지를 없애고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는가를 다투는 논쟁은 애초에 잘못되었다. 건강한 사회를 건설하는데 돈은 가장 핵심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농지가 필요한 이유는 경제적 가치 때문이 아니다. 우리가 무언가를 먹고 살아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농민이 필요한 이유는 농민이 돈을 많이 벌 수 있어서가 아니다. 농민이 없으면, 농산물을 수확하지도, 농지가 건강하게 유지되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산업단지를 추진하는 행정은 산업단지를 유치함에 있어 “앞으로 ‘내포신도시의 정주 환경’이 침해 받지 않게 하기 위해 첨단업종을 유치하겠다”고 한다.(이석호, 《금강일보》, 2022.9.25.) 내포신도시와 홍성 제2일반산업단지 예정지 사이에는 대인리, 송강리, 가산리, 산수리, 용산리, 화양리 등의 마을이 있다. 오늘 홍성의 농민과 대인리 주민의 평화를 위협하는 이는 누구인가. 여담이지만, 대인리의 농부는 당신이 조금만 젊었어도 산업단지에 반대했을 거라는 말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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