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기대 속 홍성 공유냉장고, 제 역할 못해
큰 기대 속 홍성 공유냉장고, 제 역할 못해
  • 장현호 기자
  • 승인 2022.11.07 10: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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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운영자, 운영 어렵고 의지 안 생겨
김순옥 신임 대표 “과거 명성 되찾겠다”

‘마을공동체 활성화’의 목표를 앞세워 작년 4월 충남 최초로 출발했지만 반년도 못 돼 힘 빠졌던 ‘홍성공유냉장고’. 신임대표 선출과 함께 다시금 도약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홍성 공유냉장고는 정만철 청운대 교수가 주축이 돼 설립한 비영리단체 ‘마음을나누는사람들’이 식품 나눔을 통해 음식물쓰레기 배출을 줄여 환경을 지키고, 먹거리가 필요한 이웃과 정을 쌓는 음식 공유 프로젝트다.

‘홍성 공유냉장고’를 총괄 기획 및 운영을 담당하는 해당 단체는 먹거리사각지대 해소 홍성 마을공동체 활성화를 꿈꾸며 홍성군자원봉사센터, 홍성YMCA와 손을 맞잡았고 작년 4월 12일 1·2호점 개관을 시작으로 6월에 3·4호점, 9월에 5·6·7호점이 열렸다.

빠른 기간 내 퍼져나간 공유냉장고를 보며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는 운동에서 시작된 공유냉장고가 이제는 공동체를 복원시키고 마을공동체를 활성화 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한다”는 평가도 나왔지만 이 기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마음을나누는사람들’의 공동대표였던 정만철 대표의 출마선언을 기점으로 사업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 홍성 공유냉장고의 기획자이면서 추진단체 설립자였던 정만철 공동대표가 물러서자 당시 공동대표였던 백진숙 혜전대 교수의 단독 운영체제로 들어갔다.

그러나 이때부터 단체의 운영 효율은 급속도로 떨어졌고, 관리자·기증자·이용자들의 불만이 날로 커지며 홍성지역 언론으로부터 뭇매를 맞기도 했다.

2일 홍성성당,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 대한적십자사홍성봉사관, 홍성여성농업인센터, 바른치킨 홍성현모점 등을 돌며 취재한 결과 냉장고는 텅 비어 있었고, 관리자들은 하나같이 “어렵다”는 목소리를 냈다. 

자세한 내막을 헤쳐보니 “물가 폭등으로 나눔의 손길이 뜸해졌다”“가져가는 사람만 있고 넣는 사람은 없다”“물품을 넣자마자 일부 인원들이 비닐봉투를 들고 나타나 냉장고를 ‘싹쓸이’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나눔의 의지’가 생기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개인사업자로서 제7호 공유냉장고를 운영하고 있는 구본석 바른치킨현모점 대표는 “좋은 취지의 사업에 함께하려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고 빽빽한 서류를 제출해 들인 공유냉장고가 요즘 들어 달갑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작년 9월 냉장고를 들인 이후 2주 가량 자비를 털어 냉장고를 채웠지만 이제는 애쓸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는 푸념을 전하며 “정말 필요한 사람들이 조금씩 가져가는 게 아니라 소위 말해 털어가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이어 “길 가다 ‘뭐 있나?’하는 마음에 열어보는 사람만 있고, 나누려는 사람은 없다”며 “지인들이 냉장고를 채우겠다고 말하면 뜯어말린다”고 덧붙였다. 이어 “마을공동체 활성화라는 공유냉장고 취지가 희석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순옥 신임 대표는 “백진숙 대표는 이 단체와 사업을 개인적으로만 이용했지 대표로서 실질적 해야 할 일을 하지 않았다”며 “냉장고가 있는 데를 돌아보며 무엇이 부족한지 잘 살피지 않았고 관리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도 일절 없었다”고 단체의 지난 과오를 인정했다. 이어 “저는 앞으로 관리자들과 친밀한 유대관계를 조성하고 끊임없이 소통해 개선점을 찾아내겠다”며 “공유냉장고가 지향해야 하는 방향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후원단체가 없어 사업의 영속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자금 찬조나 물품 후원 등을 위해 앞으로 다양한 후원단체를 만나려 한다”고 밝혔다. 이어 “공유냉장고에 누구나 넣고 가져갈 수 있도록 홍보활동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라 덧붙였다.

현재 마음을나누는사람들에서 고문으로 활동하는 정만철 전 대표는 “단체의 설립 취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가급적 행정권의 지원을 받지 않겠다”며 “그만큼의 후원을 유치하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들을 펼칠 예정”이라 밝혔다. 이어 “마음을나누는 사람들은 공유냉장고만 하려고 설립한 단체가 아니다”라며 “가칭 ‘공동체식당’과 같은 사업을 통해 더 살기 좋은, 더 재미있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고자 고민할 것”이라 설명했다.

이어 “단체가 추구하는 민간차원의 ‘선한 영향력’의 의미가 희석되지 않도록 언론의 과도한 조명과 몰아가기를 자제해 달라”며 “앞으로의 활동을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한편, 홍성군 공유냉장고는 작년 9월 이후 1년 여 기간 동안 신규 관리자 모집에 난항을 겪었다. 홍성군 공유냉장고 8호점은 지난 10월 30일 ‘내포사랑의교회’에 내포신도시 첫 번째 공유냉장고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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