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1 - “사람의 마음”
[칼럼]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1 - “사람의 마음”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2.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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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병창 청운대학교 교수

열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다. ‘명심보감(明心寶鑑)’ 성심편(省心篇)에 이와 유사한 구절들이 있다.

“畵虎畵皮難畵骨, 知人知面不知心(화호화피난화골, 지인지면부지심)” 이 구절은 호랑이를 그리면서 가죽은 그려도 뼈는 그리기 어렵고, 사람을 아는 것도 얼굴은 알지만 마음은 알지 못한다는 뜻이다.

또한 “對面共話, 心隔千山(대면공화, 심격천산)”란 구절은 얼굴을 맞대고 함께 이야기는 하지만, 마음은 천산을 격해 있다는 것으로, 여기서 隔(격)은 막히다란 의미로 쓰였다.

“海枯終見底, 人死不知心(해고종견저, 인사부지심)”이란 구절도 있는데 이는 바다는 마르면 마침내 바닥을 볼 수 있으나, 사람은 죽어도 그 마음을 알지 못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위 구절들은 사람의 마음은 알 수 없다고 단정 짓고 있다. 실제 일상생활에서 서로 대화를 하면서도 제대로 된 소통이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들이 적지 않다. 개인 또는 집단 간 크고 작은 다툼과 분쟁도 대부분 서로의 ‘마음’을 모르는 몰이해(沒理解)에서 비롯된다.

마음은 무색무취(無色無臭)하고, 소리도 움직임도 없다. 그러므로 마음을 안다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고전의 가르침과 옛사람의 지혜로부터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알 수 있는 다음 세 가지 준거(遵據)를 얻을 수 있다. 다만 세 가지 준거는 필자가 주관적으로 정리해본 것으로 특정 문헌 출처나 학술적 근거는 없다.

첫째, 身言書判(신언서판). 곧 용모와 몸가짐, 말, 글, 판단이다. 사람의 외양과 행동거지, 말투와 언변, 필체와 글솜씨, 상황 인식과 대처 능력 등은 사람의 마음과 내적 수양이 밖으로 표현되는 것들이다. 중국 당나라 때에 관리를 선출하던 네 가지 표준으로, 예로부터 이를 이용하여 사람을 평가하고 골라 썼다.

둘째, 類類相從(유유상종). 비슷한 무리끼리 서로 따른다고 했다. 서로 무리를 지어 어울리는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 내면과 됨됨이를 알 수 있다.

셋째, 欲知未來, 先察已然(욕지미래, 선찰이연). 미래를 알고 싶으면 이미 지난 일들을 먼저 살펴보라는 뜻이다. 사회적‧역사적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지만, 개인의 차원에서 한 사람이 살아온 과거를 살펴보면 그의 보이지 않는 현재의 이면을 간파할 수 있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도 짐작할 수 있다.

인문학은 공자 왈, 맹자 왈 고루한 옛이야기도, 책 꽤나 읽은 척 우쭐대는 가짜 지식인들의 장식품도 아니다. 인문학은 과학이다. 그래서 ‘인문과학’이라고도 한다. 또 인문학을 다른 말로 문사철(文史哲)이라고 한다. 즉 문학, 역사, 철학을 일컫는다. 이 세 학문은 사람의 감정과 정서, 삶과 생각을 반영한다. 산 넘고 바다 건너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는 어쩌면 유일한 수단이다. 배우고 때로 익히면 기쁘지 않겠는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명심보감(明心寶鑑)= 명나라 범입본(范立本)이 상·하 2권, 총 20편으로 편찬한 것을 고려 충렬왕 때 예문관제학을 지낸 추적(秋適)이 ‘명심보감초(明心寶鑑抄)’에 19편을 수록했다고 전해진다. 고려 말 이후 한문 초학자가 ‘천자문(千字文)’을 익힌 다음 ‘동몽선습(童蒙先習)’과 함께 배우는 기초과정 교재로 널리 쓰였다. 내용은 경서(經書)·사서(史書)·제자(諸子)·시문집 등 여러 책에서 골라 실었다. 수백 년 동안 전해지면서 우리 민족의 정신적 가치관 형성에 일익을 담당했다. 국립중앙도서관, 규장각 등에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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