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주성 복원 ‘알박기’ KT 건물 어쩌나
홍주성 복원 ‘알박기’ KT 건물 어쩌나
  • 이번영 시민기자
  • 승인 2023.03.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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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주성 복원계획 20년째 계획만… 지지부진
과기부와 KT 이전 협상… 막대한 비용 난감
홍성의 대표적인 문화재 조양문을 내려다보며 서 있는 KT 홍성지사 건물.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홍성의 대표적인 문화재 조양문을 내려다보며 서 있는 KT 홍성지사 건물.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홍성군의 최대 역점사업인 홍주성 복원사업이 시작된 지 20년째 접어들고 있으나 목표 기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지지부진하며 다시 계획만 거듭하고 있다.

홍주성 복원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한국전기통신공사(KT) 홍성지사 건물. 홍성경찰서, 법원‧검찰지청, 홍성우체국, 홍성읍사무소가 떠난 데 이어 2025년 홍성군청, 2026년 홍주초등학교가 이전하면 홍주성 내 공공기관은 KT 건물만 ‘알박기’로 남아 미관을 해칠 것으로 보인다.

서해의 관문이자 홍주목의 치소를 둘러쌓은 홍주성은 1772m 성벽 중 남쪽 810m만 남아있으며 35동에 이르던 관아 건물이 일제에 의해 훼손되고 조양문, 홍주아문, 안희당, 여하정만 남아 사적 231호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

홍성군은 2004년 홍주성 복원계획을 세웠다. 성곽을 완전히 복원하고 27개 동의 관아 및 부속건물을 복원하며 전통마을과 편의시설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2005년부터 2020년까지 16년간을 사업 기간으로 잡고 국비 2936억원, 도비 685억원, 군비 685억원 등 총 4316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목표 기간이 훨씬 지났음에도 지지부진하며 올해 6월까지 다시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이다.

홍주성 복원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해당 지역에 대한 문화재 지정이다. 홍주성 내부 절반에 그치는 313필지 11만 991㎡만 문화재로 지정돼 있다. 홍성군은 2021년 3개 지역 4만 7069㎡에 대해 문화재 지정 신청을 했다. 현재 에덴화원이 있는 향청지와 청학동식당 지역의 객사지, KT 건물이 있는 진영동헌지다. 그러나 문화재 발굴을 먼저 해야 지정이 가능하다며 승인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KT 건물이 있는 진영동헌 지역에 대한 문화재 지정과 건물 이전이 가장 어려운 문제다. KT 홍성지사는 1981년 한국전기통신공사 발족에 따라 신축됐다. 대지면적 5279㎡에 지하 1층, 지상 5층으로 연면적 8202㎡ 크기 건물이다.

홍성군은 2004년 홍주성 복원계획 수립 당시부터 KT 건물 이전 문제가 가장 중요하고 절실함에도 적극적인 노력 없이 20년째 제자리걸음이다. 2017년 홍성군과 KT측이 실무논의를 한번 했으나 통신장비와 연결망 등을 이유로 어렵다는 입장 차이만 드러냈다. 2020년에는 김석환 군수 명의로 ‘홍주읍성 복원에 따른 KT 홍성지사 이전 건의 서한문’을 보낸 데 그쳤다.

지난해 취임한 이용록 군수는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나 막대한 이전비 문제로 성사 여부는 불투명하다, 지난 3일 정한율 부군수가 홍문표 의원 소개로 KT본사 재산총괄책임자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담당과장을 함께 만나 KT 홍성지사 건물 이전에 대해 협의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이 자리에서 정한율 부군수는 2025년 군청이 옮겨가면 KT 이전의 절박한 필요성을 강조하며 홍성군에서 이전지 토지 마련과 건물 보상을 제안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과기부와 KT측은 이전 필요성에 공감하나 수익자 부담 원칙에 따라 토지와 건물은 물론 이전비 전액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선주 전 KT홍성지사장은 토지와 건물을 포함한 이전비를 2500억원 정도로 추정한 바가 있다. 홍성지진 발생 후 신축해 내진설계가 돼 있는 건물이며 60억원짜리 기계가 여러 개 있는 등 시설비가 엄청나다고 했다. 오래전 계산이라서 지금은 훨씬 더 많은 돈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된다.

KT 홍성지사는 홍성을 비롯해 청양, 보령, 서천, 부여, 예산, 당진, 서산, 태안 등 도내 9개 시‧군 통신을 관장하는 심장부다. 각 지역과 지하 광케이블로 연결돼 있다. 옮기려면 광케이블도 다시 하고 현재 시설을 그대로 둔 채 다른 곳에 똑같은 시설을 완료한 다음 고객들이 원하는 시간에 순식간에 이전해야 한다. 어떤 사람이 서산의 한 가게에서 카드로 물건을 사는데 결제가 안 될 경우 고객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KT 홍성지사는 충남 서부 9개 시‧군지역 전화, 신용카드, 인터넷, 휴대폰 등 통신을 관장하며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살아있는 시설이다.

홍성군과 과기부 책임자들의 만남에서 과학기술의 발달로 대지와 건물 면적이 지금보다 적어도 가능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기 때문에 전에 추정한 이전비보다 적게 들것이란 게 홍성군측의 설명이다. 이날 관계자들은 정확한 이전비를 계산해서 다시 만나 협의하기로 했다고 한다.

홍성군은 홍주성 안에 있던 법원, 검찰, 홍성세무서가 2008년에 이전한 사례를 들고 있다. 당시 이 기관들이 부동산을 맞바꾸자고 요구해 오랫동안 논의와 갈등이 있었으나 홍성군에서 법무부, 국세청 등과 지속적인 협의 끝에 무상으로 인계받았다. 그러나 KT측에서는 그런 기관들과 달리 KT는 사기업임을 내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KT 이전 관련 그동안 군청과 국회의원 등 행정적, 정치적으로 적극적인 노력이 거의 없었던 것으로 지적받고 있다. 홍성의 대표적인 문화재 조양문을 내려다보는 고층 건물을 짓도록 건축허가를 내준 홍성군의 행정적 책임이 크다는 여론이 많다. 장기발전 계획도 없이,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공직자들의 안이한 행정이 지역 전체에 얼마나 큰 피해를 주는지를 잘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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