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잠을 잘 자야 머리(뇌)가 건강하다
[칼럼] 잠을 잘 자야 머리(뇌)가 건강하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3.2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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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우 이영우한의원 부설 뇌과학연구소장 -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뇌과학 이야기⑤

항상 밤새워 공부하는 학생과 실컷 잠을 자면서 공부하는 학생이 있다. 잠꾸러기 친구는 수업 시간에 초롱초롱한 눈으로 수업에 집중하고 성적도 좋다. 그런데 열심히 밤새워 공부하는 친구는 성적이 오르지 않아 고민이다. 다른 요인을 제외하면, 두 학생의 가장 큰 차이는 결국 잠이다. 과연 잠은 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잠을 뇌과학으로 풀이하면, 우리 뇌가 외부 환경을 인식하고, 반응하는 능력이 멈추고 움직이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생각하고 분석하는 일을 하는 뇌세포들은 잠자는 동안 휴식한다. 이때 중요한 호르몬들이 분비된다. 이러한 호르몬들은 몸을 성장시키고, 고장 난 부위를 고친다.

말하자면 잠이 우리 뇌에 에너지를 충전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신체적으로는 긴장했던 근육을 풀어주고, 정신적으로는 안정과 평온을 만들어준다. 그래서 잘 자고 나면 우리는 최상의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다. 잠을 자는 동안 창의적인 아이디어와 새로운 착상이 떠오르기도 한다.

특히 성장기 십대들은 잠을 자는 동안 ‘신경망 가지치기(synaptic pruning)’를 통해 뇌가 성숙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 UC데이비스대학교의 생리학자인 이언 캠벨 박사는 지난 2010년 뇌파검사를 통해 우리 뇌에서 마치 나무의 성장을 위해 가지치기하듯 뇌신경망 가지치기가 청소년기에 집중적으로 일어난다고 발표했다.

출생 직후부터 무수하게 만들어진 뇌세포들의 신경 네트워크 가운데 불필요한 것들을 잘라내고 필요한 것들을 집중적으로 키우는 작업이 청소년들이 잠을 자는 동안 진행된다는 것이다. 캠벨 박사는 신경망 가지치기는 뇌가 고차원적인 인지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돕는 성장과정으로 이를 통해 십대 시절 뇌의 재구성, 재정비되면서 비로소 복잡한 사고를 할 수 있다고 했다.

10대 자녀를 둔 부모라면 십대들이 밤늦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하며, 주말이 되면 부족한 잠을 몰아서 잔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을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청소년기에는 신체와 뇌가 급속도로 발달하기 때문에 십대들은 실제로 어린이나 어른들보다 더 많은 수면이 필요하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전체 청소년의 70% 정도가 수면 부족에 시달린다고 한다. 청소년기에 수면 부족으로 고통을 받게 되면, 그로 인한 여파가 생애 발달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청소년기 뇌 발달과 학습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문제는 10대들이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한다는 데서 그치지 않고, 수면이 부족할 경우 그날 배운 학습 내용이 강화되고 통합되는 시기인 렘수면(깊은 잠) 역시 놓치게 된다. 수면연구 분야의 권위자인 브라운대학교 메리 카스카돈에 의하면 렘수면이 부족한 사람은 우울해지기 쉽고, 기억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며, 과제를 주었을 때 반응을 늦게 보이는 경향이 있었고, 또한 수면시간이 가장 적었던 십대들은 학업성적도 가장 낮았다고 말했다.

잠을 많이 자는 것은 결코 게을러서가 아니라 우리 뇌를 쉬게 하고 에너지를 충전시켜 더욱 효율적으로 작동하게 하는 훌륭한 시스템이다. 아이들에게 제발 밤늦게까지 공부하기를 강요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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