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알 그리는 화가 농부… “소망을 나눠드립니다”
황금알 그리는 화가 농부… “소망을 나눠드립니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3.22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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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정숙 작가, 4월 30일까지 그리고 삽교서 개인전
지난 15일 그리고 삽교에서 만난 명정숙 작가. 이곳에서 펼쳐지는 그의 스물다섯 번째 개인전은 4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 15일 그리고 삽교에서 만난 명정숙 작가. 이곳에서 펼쳐지는 그의 스물다섯 번째 개인전은 4월 30일까지 이어진다. 사진=노진호 기자

“소망을 담은 ‘황금알’을 그리는 ‘화가 농부’입니다.”

예산 출신 명정숙 작가의 자기소개다. 그는 오는 4월 30일까지 그리고 삽교(예산군 예산읍 삽교역로 91)에서 ‘명작가 예산에서 황금알을 품다’라는 타이틀의 스물다섯 번째 개인전을 연다.

명 작가는 ‘황금알 작가’로 유명하다. 그는 개인전 및 부스 초대전 25회, 국내아트페어 등 단체전 200여회, 독일·중국·베트남·일본 등의 해외 전시 등 작품활동을 꾸준히 이어왔으며. 2016년부터 ‘황금알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명 작가는 “황금알은 소망을 상징한다. 풍족함을 바라는 인간적인 희망도 담겼다. 주로 황금알과 닭을 그리는데 작품에 들어가지 않을 때는 서명 속에 넣는다. 황금알은 내 시그니처”라며 “2017년과 2018년 서울 인사동에서 황금알과 닭을 테마로 개인전을 열었던 게 기억에 남는다. 이번 그리고 삽교 전시도 그런 흐름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명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화가가 꿈이었다. 그는 “그림은 내게 운명이다. 초등 3~4학년쯤부터 미술부 활동을 했다”며 “미대에 가고 싶었지만 집안 사정으로 그러지 못했다. 수학여행을 포기하고 그 돈으로 미술학원에 다녔어야 했을 정도로 살림이 넉넉지 못했다”고 회고했다.

현실은 꿈과 같지 못했지만, 그래도 명 작가는 붓을 놓지 않았다. 서울에서 33년을 살며 작품활동을 하던 명 작가는 2년쯤 전 고향으로 돌아왔다. 자연스럽게 부모님 농사일을 돕기 시작했고, ‘화가 농부’라는 새로운 챕터가 시작됐다.

그는 “12년 전에 결혼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아들 둘이 다 사회인으로 독립해 가벼운 마음으로 고향에 올 수 있었다”며 “지금은 고추와 들깨, 콩 등 밭농사를 주로 하는데 앞으론 조경 쪽으로 더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화가로서 경력을 충실히 쌓은 명 작가는 농부로서의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 15일 그리고 삽교에서 만났을 때도 ‘삽목(揷木)’을 하고 오는 길이라고 전했다. 그는 식물보호산업기사와 유기농종자기능사, 도시농업관리사, 굴삭기 등의 자격증 보유자이며, 올해 2월에는 공주대 예산캠퍼스 원예학과 졸업장도 품에 안았다.

명 작가는 “예전에 전문대를 나오긴 했지만 배움엔 늘 아쉬움이 있었다. 또 제대로 된 ‘화가 농부’가 되기 위해 만학을 결심했다. 130학점을 채우느라 참 힘들었다. 하지만 장학금도 타고, 매우 뿌듯하다”며 “그림과 농사는 크게 다르지 않다. 조경만 해도 자연에 그림을 그리는 것으로 생각한다. 그림과 생활하면서도 ‘농부의 딸’이란 걸 잊은 적은 없다”고 말했다.

명 작가는 2017년 ‘늦게 피는 꽃 야생화는 가시도 꽃이다’란 제목의 시집을 내기도 했다. 그에게는 그림도 농사도 시(詩)도 황금알을 낳는 예술인 것 같았다. 명 작가는 “초등학교 학예회 때 연극 시나리오를 직접 써 연출과 미술감독을 맡은 적이 있다. 그때부터 무언가 새로운 것을 그려내는 데 관심이 컸던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올해 명 작가는 예산군 행복마을사업에 참여하기도 했다. 봉산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9차례 강의를 하고, 전시회를 연 것이다. 그는 “봉산면 옥전리에 작은 작업실이 있다. 그게 인연이 돼 좋은 기회를 얻게 됐다”며 “어르신들이 참 좋아하셨다. 그림은 행복을 낳는 황금알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명 작가의 꿈은 ‘명작가 갤러리’다. 그는 “서울에 살 때 아이들을 데리고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열심히 다녔다. 그런 문화적 혜택을 고향의 사람들과도 더 나누고 싶다. 그래서 내 미술관을 꿈꾸고 있다”며 “그 꿈을 위해 그림도 농사도 더 열심히 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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