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포틀랜드에서 한 시간 반가량 들어온 변두리 딸내미 집에 와서 한 달 지내고 있다. 딸이 오레곤주 공무원으로 직장을 옮기기 위해 이력서 작성하는 걸 옆에서 보고 다음과 같이 물어봤다.
“이력서에 나이, 성별, 학력이 없는데 그 기관에서는 무얼 보고 채용한다니?”
“아빠 같은 사람들 때문에 문제예요. 여기선 차별과 선입견을 없애려고 그런 것 못 쓰게 법으로 금지하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능력 중심으로 판단해요. 직전 근무지 상사 전화번호를 이력서에 적게 돼 있거든요. 인사 담당자는 구직자의 그동안 근무 능력을 전화로 확인할 수도 있어요. 누구든지 한 곳에서 일하다 떠나더라도 불성실하게 대충 일할 수 없는 사회입니다.”
사기업에 다니는 사위는 아침 5시30분 집에서 나가 회사에서 간단하게 아침 식사를 하고 7시 반부터 일을 시작한다. 점심시간 30분을 제외하고 8시간 근무 후 오후 4시 정각에 퇴근한다. 금, 토, 일요일은 쉬고 주 4일 32시간을 근무한다. 참 열심히 일하며 합리적이고 대우받는 직장생활이라고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공공연구기관 블라인드 채용(구직자의 출신 지역, 학교, 부모의 직업 등 개인정보 요구 금지)제도 전면 폐지 방침을 발표하자 올해 3~4월 ‘교육의 봄(공동대표 송인수·윤지희)’ 등 시민단체에서 반대 서명운동을 하고 있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서로 다른 내용으로 ‘채용 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발의(민주당 소병철, 국민의힘 박대출 의원)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 오레곤주 주유소에서 자동차에 기름을 넣으려면 ‘NO SELF(자율주유 금지)’라는 빨간 글자 팻말이 보이며 직원이 달려 나와 기름을 넣어준다. 일자리 창출을 위해 오레곤주에서만 특별한 정책을 펴기 때문에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사람이 중심이며 차별 없이 골고루 잘 사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우리도 이런 점들은 배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