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미술심리상담사 1급 소지 회원 40여명 재능기부
주선옥 대표 “어르신들과 대화하며 긍정적 변화 경험”
내포뉴스는 충청남도인생이모작지원센터(센터장 염서영)와 손잡고 연간기획 ‘인생도서관’을 펼친다. 센터는 도내 50~64세 신중년(예비노년 세대)을 대상으로 통합적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인생도서관’에서는 신중년들의 커뮤니티 활동을 소개할 예정이다. 센터는 △사회공헌 △취·창업 △건강증진 △여가문화 등으로 나눠 커뮤니티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편집자 주>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울고 웃고, 그러면서 긍정적인 변화를 경험하고… 그게 우리 활동이죠.”
‘인생도서관’ 첫 번째 주인공인 ‘내 마음을 그리다’ 주선옥 대표는 이렇게 그들의 활동을 소개했다. 2017년 2월 노인미술심리상담사 1급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내 마음을 그리다’는 노인요양원과 사회복지시설, 마을 단위 어르신을 대상으로 재능기부를 하고 있다. 주 활동 회원들이 천안에 많아 주선옥 대표만을 따로 만나봤다.
주 대표는 “회원은 40명쯤 되고 그중 10명 정도가 이모작지원센터를 통해 합류했다. 활발히 참여하는 건 20여명”이라며 “회원은 전국 곳곳에 있다. 활동 무대는 충남 전체”라고 말했다.
‘내 마음을 그리다’는 어르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모임이다. 2008년부터 국민건강보험공단 천안지사에서 장기 요양 업무를 맡고 있다는 주 대표는 “건보 일을 하다 보니 치매의 심각성을 더 느끼게 됐고, 어르신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며 “우리의 어르신들은 한이 많다. 함께 울고 웃으며 그걸 풀어드리고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2005년 혼자 되신 친정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다. 어머니를 위한 활동이기도 하다. 어머니의 그림도 점점 화려해지고, 표정도 밝아지셨다”고 더했다.
그동안의 활동을 묻자 많은 장면이 스쳐 가는 듯 보였다. 주 대표는 “우린 어르신들을 치료하는 게 아니라 그저 대화를 나눈다. 종이를 주고 질문을 하고 그림을 그리게 한다. 처음엔 고개를 갸웃하던 어르신들도 점차 좋아하신다”며 “월 2회씩 하다 코로나19 때문에 월 1회로 줄었다. 다시 늘려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산 송악마을 이야기도 전했다. 주 대표는 “코로나19가 한창일 때 몇 차례 찾은 곳이다. 우리가 가는 날에는 농사도 접고 미리 와 기다리는 적도 있었다. 손자를 데리고 와 우리 일을 거들게 하기도 했다”며 “어르신 15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결혼, 6·25전쟁 등 이야기는 참 다양하다. 미니 자서전을 쓰기도 하고, 이런저런 방법으로 삶을 정리해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내 마음을 그리다’는 노인미술심리상담사 1급 자격증이 있어야 함께할 수 있다. 공주대학교 사회복지과를 나온 주 대표도 30여개의 상담사 자격이 있다고 했다. 가진 재능을 펼치는 활동이지만, 어려움도 있을 것 같았다.
주 대표는 “재료비가 부담되기는 하지만 애로사항은 크게 없다. 우린 10만원의 연회비를 걷어 활동한다. 더 좋은 프로그램을 더 많이 하고 싶은데 늘 부족하긴 하다”면서도 “충남인생이모작지원센터와 충남사회복지협회 등에서 지원해 준다”고 말했다.
주선옥 대표는 내년에 퇴직이 예정돼 있다. 퇴직 후엔 더 폭넓은 ‘내 마음을 그리다’ 활동을 하고 싶다는 그는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책도 써보고 싶다. 앞으로 더 알차게 인생 이모작을 가꿔갈 것”이라고 전했다.
주 대표는 ‘너에게로 가는 봄길’, ‘아버지의 손목시계’ 등을 펴낸 시인이기도 하다. 그의 시 ‘내 마음을 그리다’에 이 모임과 여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듯한 구절이 있어 기사 끝에 더한다.
‘굽이굽이 인생사 계곡을 지나/ 가슴속 돌덩이 같은 한숨 푹/ 내려놓고 한가로이 걷는 길/ 너럭바위 하나에 쉼표를 찍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