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머리의 능력,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칼럼] 머리의 능력,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5.1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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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우 이영우한의원 부설 뇌과학연구소장- 내가 누구인지 말해주는 뇌과학 이야기⑥

뇌도 바꿀 수 있을까? 우리는 앞서 뇌의 발달과정을 살펴보면서 인간의 두뇌가 청소년기에 집중적으로 발달한 후 35세 전후까지 완성기를 지나면 퇴화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렇다면 인간의 두뇌는 한 번 만들어지면 고치거나 바꿀 수 없는 것일까? 50여년 전만 해도 불가능하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아니다.

많은 사람이 성형수술을 받고 외모를 바꾸듯 우리 뇌도 성형할 수 있다. 뇌 성형이란 말 대신 같은 의미를 가진 ‘신경가소성(Neuro surgery)’이란 전문용어로 바꿔 표현하겠다. 성형수술은 영어로 ‘플라스틱 서저리(plastic surgery)’라고 한다. 플라스틱은 마음대로 모양을 만들 수 있는 가소성을 의미한다.

뇌의 가소성 또는 신경가소성이란 뇌가 한 번 만들어지면 그대로 고정돼 버리는 딱딱한 시스템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경험이나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스스로 바꿔나갈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이라는 의미다. 가령 뇌는 쇠퇴기에 접어드는 장년기나 노년기에도 여전히 새로운 언어나 운동 기술을 습득할 수 있는 일정 수준의 뇌 신경 가소성을 유지한다. 가소성 변화가 일어나는 부위는 신경세포 간의 접합부인 시냅스이며, 적당한 자극을 가하면 새로운 신경회로가 만들어지는 현상이 해마, 대뇌피질, 소뇌 등에서 나타난다.

가천대학교 뇌과학연구소의 김영보 교수는 “시냅스는 용불용설을 따른다”고 말한다. 쓰면 쓸수록 신경 연결망이 많이 생겨나고 선명해져 머리가 좋아진다는 것이다. 자극이 없으면 서서히 죽어가고, 반대로 자극을 주면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가지를 뻗어가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학습향상이나, 노인들의 치매를 막으려면 어떻게든 머리를 많이 쓰라는 처방도 이런 뇌의 가소성을 바탕에 두고 있다.

그렇다면 뇌의 신경가소성을 끌어올릴 방법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이 권하는 최고의 뇌 운동은 읽고 쓰고 말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법을 누가 모르냐고 반문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이다. 하지만 이토록 간단하고 쉬운 뇌 운동을 과연 실천하는 사람들은 몇이나 될까?

일본의 뇌과학 권위자인 오시마 기요시 박사는 ‘죽어가는 뇌를 자극하라’라는 책에서 참고할 만한 방법을 소개한다. 양손을 많이 써야 한다. 뇌에 대한 자극의 4분의 1은 손이 담당하고 있다. 가능하면 평소에 사용하지 않는 방식으로 손을 쓰는 것이 좋다. 피아노 기타 드럼 같은 악기를 배우거나, 펜을 들어 일기나 편지를 쓰는 것도 뇌에 자극이 된다. 박수를 많이 칠수록 머리가 좋아진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다. 말하지 않으면 뇌는 확실히 둔화된다. 말을 많이 하고, 소리 내어 글을 읽는 것도 좋다.

뇌를 좋게 하는 훈련도 중요하지만, 스트레스를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특히 TV와 스마트폰 이용을 절제하라. TV는 시청자의 생각을 정지상태로 멍하게 만든다. 스마트폰에 의존하다 보면 생각을 깊이 하는 습관이 없어진다. TV나 스마트폰에 빠지면 뇌가 둔해지면서 창의력과 학습 능력의 핵심 부위인 전두엽이 단련되지 못한다. 우리의 뇌는 스크린을 조금이라도 과하게 접하면 이것을 스트레스로 인식한다.

뇌의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최고의 명약은 수면이다. 밤잠은 깊이 잘 수록 좋고, 낮잠도 틈틈이 자되 30분을 넘기지 말자. 수면에 관해서는 이전 칼럼에서 소개했으니 참고하길 바라고, 이런 방식이 가짓수는 많지만 실천이 그리 어려운 것이 아니다. 여러분과 아이가 함께 기억하고 실행해 보도록 하자. 엄마든 아이든 노인이든, 우리의 뇌는 고정불변이 아니다. 얼마든지 바꿔 갈 수 있다. 아이의 공부와 우리의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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