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영웅의 길 - “윤봉길 의사의 길을 묻다”
[칼럼] 영웅의 길 - “윤봉길 의사의 길을 묻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5.22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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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본 월진회 부회장(시인·한국문인협회제도개선위원)
윤봉길 의사 이동로

역사는 분실된 조각들이 많은 거대한 조각 그림 맞추기라고 한다. 2023년은 윤봉길 상해 의거 91주년을 맞는 해이다. ‘중국의 100만 대군도 하지 못한 일을 조선의 한 청년이 해냈다.’ 이는 1932년 당시 중국 국민정부의 지도자 장제스가 한 말이며 윤봉길 상해 의거에 대한 평가로 알려져 있다. 지금으로부터 91년 전 상해의 홍커우공원에서 “4월 29일 폭발 소리로 맹세하리라”며 대한의 청년 윤봉길의 정의에 폭탄이 터진 순간이다. 윤봉길은 자신의 목숨을 불꽃처럼 태워 민족의 자유를 찾고자 뜻을 세운 것이다.

‘사람은 왜 사느냐. 이상을 이루기 위해 산다. 이상이란 무엇이냐. 목적의 성공자이다. 보라! 풀은 꽃을 피우고, 나무는 열매를 맺는다. 만물의 영장인 사람, 나도 이상의 꽃이 되고, 목적의 열매 맺기를 다짐하였다. 우리 청년 시대에는 부모의 사랑보다, 형제의 사랑보다, 처자의 사랑보다도 더 강의한 사랑이 있습니다. 나라와 겨레에 바치는 뜨거운 사랑 그것은 조국에 대한 사랑입니다. 나의 우로와 나의 강산과 나의 부모를 버리고라도 그 강의한 사랑을 따르기로 결심하여 이 길을 택하였습니다.’ - 1931년 10월 18일 어머님께 불효자 봉길 올림

윤봉길 의사는 1919년 3·1만세운동의 자극을 받아 일제교육을 거부해 보통학교를 자퇴했고, 열세 살인 1921년부터 한학으로 사서삼경 등 유학의 고전 공부에 집중했다. ‘동아일보’를 구독하는 등 신간 ‘개벽’을 통해 세상 소식과 신학문을 접했고, 야학당을 개설하고 학생들에게 민족의식을 심었으며, 성삼문의 충의정신을 새긴 ’매헌(挴軒)‘이란 호를 스승으로부터 받았다.

윤봉길은 동학 천도교인 배성선의 딸 배용순과 15세에 결혼, 훗날 자필이력서에 ‘17세에는 개도 무서워하는 서당 훈장이 됐다’라고 썼듯이 총독부의 철권통치보다 더 무서운 것이 ‘무지(無知)’라는 것을 깨달았다. 농민독본을 편저해 부흥원을 세워 무지를 벗어나고자 직접 교육에 앞장선다, 한편으로는 1929년 4월 23일 월진회를 조직하고 초대 회장에 추대된다. 1930년 3월 6일 아침, 윤봉길 의사는 신문을 통해 상해에 대한민국임시정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수화에 빠진 사람을 보고 태연히 앉아서 볼 수 없다’는 각오로 상해를 향해 삽교역에서 기차에 몸을 싣고 다시 못 볼 고향 산천을 가슴 깊이 새긴다.

1931년 5월 8일 마침내 상해에 첫발을 내딛는 것만으로도 기뻤던 청도 생활을 마치고 망망대해를 건너 상해까지 왔지만, 맞아주는 이 없는 타국의 광야에 버려진 이방인이 됐다. 그러나 모자공장에 취직해 직공들의 얕은 지식을 알고 친목회를 조직하는 등 노동자 권익 보호를 위해 언제 어디서나 앞장을 섰다. 그 일로 끝내 해고당했고 안창호 등이 주선해 복직을 추진했으나 의사는 남루한 옷차림을 하고서도 당당하게 밀가루와 채소 장사를 하며 지냈다.

윤봉길은 중국 청도의 세탁소에서 일하며, 망명길에 쓰였던 월진회비를 회원들에게 보내주고, 상해로 들어갈 여비를 마련했던 것이다. 마침 상해 전투를 자축하기 위해 홍구공원에서 일본 왕의 생일, 천장절 행사를 한다는 신문기사를 보았다. 그 후 채소 장사를 하던 윤봉길은 거사 성공을 위해 홍구공원 주변을 사전답사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마침내 1932년 4월 26일 적의 장교를 도륙하기로 맹세한다는 선서문을 혈서로 쓰고 한인애국단에 가입한다. 천장절 행사장인 홍구공원을 답사해 사열대 만드는 것을 보고 가까이 가서 거사를 감행할 알맞은 위치를 골랐다. 그리고 일본인 상점에 가서 일본 보자기 1장을 사 숙소를 옮기고 김구와 함께 안공근의 집으로 가 양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다. 1932년 4월 29일 상하이 천장절 경축에 예포 대신 폭탄을 던진 천재적인 ‘불꽃청년’ 윤봉길, 그는 스물다섯에 다시 태어난, 강의한 사랑의 독립전사, 항일독립운동사에 마지막을 찬란히 장식한 영웅의 길을 걸어온 산 역사의 뿌리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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