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교사가 전하는 스승의 은혜… “선생님을 만난 건 행운”
현직 교사가 전하는 스승의 은혜… “선생님을 만난 건 행운”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05.18 1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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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교육청 이음갤러리서 제11회 윤정호 한지 회화전
윤 작가 “중학교 시절 은사 곽난옥 선생님 위한 전시”
오는 7월 14일까지 충남교육청 이음갤러리에서 한지 회화전을 여는 윤정호 작가. 현직 교사인 윤 작가의 이번 전시는 중학교 시절 은사인 곽난옥 선생님을 위한 자리다. 사진=노진호 기자
오는 7월 14일까지 충남교육청 이음갤러리에서 한지 회화전을 여는 윤정호 작가. 현직 교사인 윤 작가의 이번 전시는 중학교 시절 은사인 곽난옥 선생님을 위한 자리다. 사진=노진호 기자

현직 교사가 자신의 재능을 키워준 스승을 위한 헌정 전시를 열고 있다. 특히 그 공간이 충남교육청이라 더 뜻깊다.

도교육청 이음갤러리에서는 이달 15일부터 오는 7월 14일까지 ‘제11회 윤정호 한지 회화전’이 펼쳐진다. 갈산고등학교 미술 교사로 재직 중인 윤정호 작가(54)가 스승의 날 막을 연 이번 전시에는 ‘곽난옥 선생님께 부르는 스승의 노래’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전시 첫날 만난 윤 작가는 “곽난옥 선생님은 중학교 시절 은사님이다. 내 재능을 아껴주고 키워준 은혜에 대한 헌정 전시”라며 “운 좋게도 이음갤러리 개관 첫 전시를 했다. 그때 이곳에서 스승을 위한 전시를 하고자 결심했다. ‘스승의 날’에 맞춰 시작한 건 예상하지 못한 행운”이라고 설명했다.

윤 작가는 이번 전시 작가 노트를 통해서도 “내가 화가로 교사로 생활할 수 있던 건 모두 곽난옥 선생님의 은혜다. 중학교 때 이미 소묘와 수채화, 수묵화, 동판화, 유화 등 거의 모든 장르를 경험할 수 있던 건 온전히 선생님을 만난 행운”이라고 전했다.

윤 작가는 곽난옥 선생님과 제30회 국전(國展)이 열린 덕수궁 국립현대미술관에 다녀온 일을 특별히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다. 그는 작가 노트를 통해 “그 시절 일요일마다 미술실에서 선생님과 그림을 그렸다. 선생님은 항상 ‘너는 나보다 훌륭한 사람이 돼야 한다. 그래야 내가 교육을 잘한 거야’라고 말씀하셨다”며 “30년이 넘도록 교육계에 있는 나도 같은 말을 한다”고 전하기도 했다.

1993년 교직에 입문한 윤 작가는 5년 전 갈산고로 왔다고 한다. 제자이자 스승인 그는 교단에 있으며 만난 여러 인연도 가슴에 품고 있었다.

윤 작가는 “충남예고에 있을 때 이런저런 이유로 학교를 옮기려 했다. 그런데 한 학생이 찾아와 눈물을 흘렸다.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선생님이 생겼는데 졸업 전에 떠나면 안 된다고 하소연했다”며 “졸업까지 있기로 약속했고, 그 아이는 미대에 진학했다”고 회고했다.

윤 작가는 또 “난독증이 있는 학생도 기억난다. 교실 대신 언제든 미술실에서 마음껏 그림을 그리게 했다. 답답한 마음을 그림으로 풀게 하고 싶었다. 결국 잘 이겨냈다. 고마운 일”이라며 “소중한 제자는 정말 많다. 다 이야기하긴 힘들다”고 더했다.

윤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24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그는 “한국화하면 화선지와 먹만 떠올릴 수도 있지만 한국화도 현대미술이다. 한지의 우수성을 활용한 새로운 방식을 2020년 정도부터 시도 중”이라며 “물에 적신 한지를 주무르고 또 주물러 2~3겹을 붙인다. 이 과정을 ‘줌치’라고 하는데 한지가 엉기고 겹치면 새로운 색과 질감이 나온다. 우리 전통 재료와 정신을 현대의 미감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작가가 표현하는 주제는 ‘꽃담’이다. 꽃담은 ‘조화’를 상징하고 있다. 윤 작가는 “10년 전쯤 돌담 100m를 힘겹게 쌓은 적이 있다. 그러면서 작은 돌도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게 중요하다는 걸 깨닫게 됐다. 사람도 그럴 것”이라며 “완성된 꽃담은 서로 사랑하는 조화로운 세계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 노트를 통해 “100m 돌담을 쌓으며 손톱이 빠지는 고통을 겪은 것과 같이 줌치 기법을 회화에 적용하며 손가락이 퉁퉁 부어오르는 고행을 했다. 사람들이 나의 그림을 보고 사랑과 평화를 느꼈으면 한다. 내가 얼마나 힘들게 작업했는지는 전혀 모르게”라고 전했다.

충남교육청 이음갤러리에서 펼쳐지는 ‘제11회 윤정호 한지 회화전’ 첫날, 지금은 교단에서 내려온 곽난옥 선생님이 직접 전시장을 찾았다. 곽 선생님은 “40년이 넘도록 잊지 않고 찾아주는 것도 고마운데 이렇게 전시까지 열어줘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소회를 전했다.

윤정호 작가가 지난 15일 도교육청 이음갤러리를 찾은 곽난옥 은사님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충남교육청 제공
윤정호 작가가 지난 15일 도교육청 이음갤러리를 찾은 곽난옥 은사님에게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충남교육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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