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국의 청년들을 배반한 ‘조국의 딸’
[시론]조국의 청년들을 배반한 ‘조국의 딸’
  • 허성수 기자
  • 승인 2019.08.27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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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성수 내포뉴스 취재부장소설가, 소설집 '적의 아들', 장편소설 '작은자의 왼손' 등이 있다.
허성수 내포뉴스 취재부장
소설가, 소설집 '적의 아들', 장편소설 '작은자의 왼손' 등이 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딸이 고교시절 엉터리로 쌓은 스펙을 자기소개서에 적어 고려대에 지원, 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조 후보자의 딸 조아무개(28) 씨는 한영외고 2학년이었던 2008년 단국대 의대가 대한병리학회에 제출한 소아병리학 관련 논문에 공동저자 중 한 명으로 이름을 올렸는데 신분을 박사로 허위기재까지 했다는 것이다. 의학을 전공하지도 않은 여고생이 의과대학의 연구활동에 참여해 그것도 박사 감투까지 쓰고 제1저자로 등록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방학을 이용해 아르바이트나 인턴으로 채용돼 연구자들을 위해 심부름하면서 도와준 것 같은데 대학 측이 여고생이었던 조 씨에게 숟가락만 얹도록 엄청난 특혜를 준 것이다.

조 씨는 고려대에 지원하면서 자신이 공동저자로 돼 있는 논문의 사본을 첨부해 자랑스럽게 작성한 자기소개서를 제출했을 것이다. 단국대 연구윤리위원회에서는 이 사실이 최근 폭로되자 뒤늦게 진상조사에 착수했고, 대한병리학회에서도 당시 책임교수였던 장영표 교수에게 해명을 요구하고 적절한 해명을 하지 못할 경우 논문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8월 23일자 신문에 ‘386교수들, 자녀 대학 보내려 끼리끼리 스펙 품앗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단국대 의대 장영표 교수는 1983년 서울대 의대를 나왔고, 조국 후보자는 서울대 82학번, 아내는 81학번으로 동문이라는 인맥을 활용해 서로 자녀들을 밀어줬을 것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고려대 측에서는 이에 대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지면 이미 입학해서 졸업까지 한 조 후보자의 딸에 대해 입학 취소를 검토하겠다고 반응했다.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문재인 대통령으로부터 사법개혁을 위한 적임자로서 특별히 신임을 받고 있는 인물인 데다 진보적인 법학자로서 좀 다를 것이라고 여겨졌는데 그 동안 기대했던 국민들에게 큰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그런데도 조 후보자는 국회 청문회 때 해명하겠다며 중도에 물러날 뜻이 조금도 없는 기색이다. 청와대도 별 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은 채 청문회라는 요식행위를 거치면 바로 임명을 강행할 것으로 보이며 여당도 언론과 야당에서 제기하는 의혹에 대해 ‘가짜뉴스’라고 조 후보를 감싸기만 한다.

나는 법에 대해 문외한이지만 어릴 때부터 “모든 인간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줄곧 들어왔던 한 마디 말을 상기해 봐도 과연 조 후보자가 법무부장관으로서 자격이 되는 인물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사회로서 공정한 경쟁과 기회가 누구에게나 보장된 사회로 우리는 배웠지만 실제로는 일부 특권층이나 가진자의 편에 해당되는 말일 뿐이다.

얼마 전에는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를 지낸 김성태 국회의원의 딸이 KT에 불법으로 채용된 사실이 드러나 취업준비생들에게 공분을 산 적이 있다. 국민들을 대신해 민의를 대변하라고 뽑아줬더니 그 권력을 남용해 사리사욕만 챙긴 것이다. 아무 가진 것도 없는 평범한 부모 밑에서 열심히 노력하면 될 줄 알았던 자녀들로서는 상대적인 박탈감에 빠지게 할 뿐 무슨 희망을 갖고 대한민국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조국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설득력 있게 해명할 자신이 없으면 지금이라도 물러나는 게 도리다. 청와대도 특권의식 없이 법과 원칙을 제대로 지킬 줄 아는 인물을 다시 찾아 법무부장관 후보자로 세워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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