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군청 1층서 ‘한국의 오방색’ 주제 개인전
예산군청 1층 갤러리를 찾은 건 지난 18일이었다. 갑작스레 쏟아진 비에 바쁘게 안으로 들어섰다. 늘 보던 군청 로비였는데 그날은 뭔가 달랐다. 묘하게 다른 그 분위기의 원인을 찾는 건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이날 약속 상대가 그 주인공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그곳에서 만난 건 조성선 사진작가였다.
조성선 작가(57)는 (사)한국사진작가협회 예산지부 감사를 맡고 있으며, 2019년 충청남도지회 회원전 작품상, 제52·53회 충청남도 사진대전 특선 등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는 이달 11일부터 22일까지 예산군청 1층 갤러리에서 ‘한국의 오방색 – 느림의 미를 담다’란 제목으로 사진전을 펼친다. 조 작가는 수도국제대학원대학교 초대전과 CN갤러리 개관 기념전Ⅱ 등 적지 않은 전시 경력이 있지만, 완전한 개인전은 처음이라고 했다.
조 작가는 이번 전시를 통해 ‘벽산사진기법’으로 찍은 작품 33점을 선보였다. 이 기법은 200분의 1초에서 30초 사이의 저속사진 블러(blur) 현상이 만들어내는 함축된 장면이 주는 느낌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조 작가의 스승인 벽산(碧山) 우상원 작가의 고유 기법이다. 이번 전시와 제목이 같은 조 작가의 사진작품집은 ‘벽산사진기법’에 대해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영역의 이미지를 감성적 이미지의 사진 창작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시 현장에서 같이 만난 우상원 작가는 “사진은 참 다양하다. 200분의 1초에서 8000분의 1초 사이에 18단계가 있고, 200분의 1초에서 30초까지 38단계가 있다. 지금까지 사진은 200분의 1초에서 8000분의 1초 사이가 대다수였지만, 200분의 1초에서 30초 사이의 저속사진은 더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다”며 “때론 수묵화처럼 혹은 수채화처럼 표현이 다양하고 느낌이 더 부드럽다. 찍은 그대로 노출만 조절할 뿐 포토샵을 쓰진 않는다. 담을 수 있는 범위가 훨씬 넓다. 아마 바둑 수보다도 많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 작가는 “고유한 기술을 지키려 매체 공개도 조심스러웠다. 인화를 맡길 때도 힌트가 될만한 건 전부 지웠다”며 “작품을 보고 많이들 시도해 보지만, 차원이 다르다고 자부한다”고 더했다.
필자의 사진에 대한 조예가 깊지 않아 정확히 설명하긴 힘들지만, 조 작가의 작품들은 확실히 느낌이 달랐다. 그저 다르기만 한 것이 아니라, 이 작품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이 느껴졌다. 그건 확실하다.
평범한 삶을 살아오던 조 작가가 사진과 만난 건 9년쯤 전의 일이다. 그는 “노후에 혼자 놀기 좋은 게 사진인 것 같아 시작했다. 그렇게 취미로 시작했는데 정식 작가가 되고 전시회도 하게 된 것”이라며 “이번 개인전은 ‘벽산사진기법’을 제대로 보여주는 첫 자리라 할 수 있다. 작품의 주제는 우리의 전통색인 오방색(五方色)”이라고 말했다.
조 작가는 “이번 전시를 위해 10개월 정도 전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면서 지역마다 그 색이 다르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농악도 상여도 지역별 특색이 있다”며 “오방색에는 우리의 맥이 담겨 있다. 그래서인지 가끔 몰입해 사진을 찍다 보면 울컥하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조 작가도 초창기엔 우리 엄마들의 프로필 사진처럼 꽃에 집중했다고 한다. 하지만 더 다양한 걸 담아보라는 스승의 권유에 세상을 넓혔고, 고유한 이 기법의 매력을 점점 더 알게 됐다고 한다.
평범한 주부에서 특별한 작가가 된 그에게 사진의 매력을 물었다. 조 작가는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게 공존하는 것이 사진이다. 혼자도 좋고, 여럿도 좋다. 사진에 관심이 있음에도 비싼 장비 가격 걱정 등 때문에 망설이기도 한다. 하지만 휴대전화로도 충분하다. 나도 9년 전에 산 카메라를 여전히 쓰고 있다”며 “‘벽산포토클럽’이라는 다음 카페도 있다. 회원이 1000명이 넘는 곳이다. 초보자라도 전국 어디에 살아도 함께할 수 있다”고 권했다.
그는 이어 “예산은 카메라 들고 갈 곳이 많다. 예당호만 해도 그렇다. 많이 담아가시라고 이번 전시 오픈 기념행사도 그곳에서 했다”며 “군청 갤러리도 정말 좋았다. 이번 전시가 기대 이상으로 성공적이어서 더 많이 준비한 후 다음 개인전을 열 생각”이라고 더했다.
느림의 미를 담은 조성선 작가의 사진작품집에 있는 글귀 중 ‘당신이 꿈꾸던 꿈 한 자락은 내 마음의 풍경’이라는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꿈 같기도 하고, 그림처럼도 보이는 그의 작품들을 한 번 찾아보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