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할수록 더 어려워, 학부모 교육 선행돼야”
“가난할수록 더 어려워, 학부모 교육 선행돼야”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3.12.04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기획] 풀 수 있는 숙제, 느린 학습자
③ 모두다 센터의 이야기
정재영 상무이사 “문해력·사회성 교육 등 이어가겠다”
김순미 센터장 “전남의 ‘기초학력 전담교사’ 참고해야”
지난달 29일 홍성의 한 카페에서 만난 모두다 센터 정재영 상무이사(왼쪽)와 김순미 센터장. 이 카페는 열일곱 살 ‘느린 학습자’ 유정이의 어머니를 만났던 곳이다. 사진=노진호 기자
지난달 29일 홍성의 한 카페에서 만난 모두다 센터 정재영 상무이사(왼쪽)와 김순미 센터장. 이 카페는 열일곱 살 ‘느린 학습자’ 유정이의 어머니를 만났던 곳이다. 사진=노진호 기자

내포뉴스는 두 차례에 걸쳐 ‘느린 학습자’에 대해 살펴봤다. 첫 번째 기사에선 느린 학습자(경계선 지능)에 대한 정의와 현황 그리고 예산꿈빛학교에 다니는 열일곱 살 유정이(가명)에 관한 이야기를 전했다. 느린 학습자는 전체 인구의 13.59%로 추정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에는 699만, 충남에는 3만 4640명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번째 기사에선 학령기 전보다 학교에 다니면서 커지는 어려움과 함께 ㈜모두다 느린 학습자 성장지원센터(이하 모두다 센터)가 지난 9~10월 진행한 홍성지역 열아홉 가지 사례 조사 결과를 소개했다.

이번 기획 ‘풀 수 있는 숙제, 느린 학습자’의 마지막은 모두다 센터 김순미 센터장과 정재영 상무이사(홍성YMCA 사무총장)의 이야기를 전하기로 했다. ‘모두다 센터’는 느린 학습자의 완전한 사회통합을 꿈꾸는 사회적기업이다.

정재영 상무이사에게 올해 진행한 사례 조사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그는 “케이스가 적은 편이라 아쉽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다. 느린 학습자 아이의 부모도 느린 학습자인 경우가 많아 조사에 응하기 힘든 경우가 꽤 됐다. 가슴이 아팠다”며 “취약계층은 이 문제에 대한 대응이 더 어렵다. 한부모·조손·다문화 가정 등에 느린 학습자가 더 많은 경향이 있는데 아무래도 다양한 교육과 자극을 못 받아 그런 듯싶다. 그러면서 방치된 아이가 많다. 느린 학습자 문제도 빈부 격차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올 연말 느린 학습자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대해 정 상무이사는 “IQ 정규분포도에 따른 전체 인구의 13.59%란 수치는 추정치일 뿐이다. 충남 중남부만 해도 지역 특성상 더 많은 느린 학습자가 있을 것으로 본다. 아마도 느린 학습자는 우리 생각보다 더 많을 것”이라며 “팬데믹으로 ‘학습 부진’이 늘고 교육부에서 그것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느린 학습자에 관한 관심도 커졌다. 이 문제는 공적인 영역에서 해결돼야 한다. 나아질 것이라 믿는다”고 전했다. 이어 “학습 부진은 부진한 부문만 채우면 되지만, 느린 학습자는 전반적인 케어가 필요하단 점이 다르다”라고 부연했다.

김순미 센터장은 ‘인식개선’이 가장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일단 부모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한다. 느린 학습자에 대해 아예 모르기도 하고, 알게 돼도 낙인감 등으로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며 “일반 아이들과 같은 양육은 느린 학습자에겐 독이 될 수도 있다. 조기 개입 시기를 놓치지 않기 위해선 전반적인 학부모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모두다 센터에 따르면 도내에는 충남도와 홍성군·당진시·천안시·서산시·보령시에 느린 학습자 관련 조례가 있다. 하지만 그 실효성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정 상무이사는 “말 그대로 ‘명목상’의 조례다. 대부분 지자체가 그렇다. 국가 차원 예산도 전무하다”며 “홍성군이 경계선 지능 등 발달 장애 통합지원센터 설립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안다. 더 빨리, 제대로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센터장에게는 좀 어려운 질문을 던졌다. 느린 학습자 등 어려움이 있는 아이들을 사회성 제고 등을 위해 일반학교에서 아우르는 게 맞는지, 따로 분리해 더 전문적인 교육을 하는 게 옳은지가 그것이다.

김 센터장은 “요즘 학교는 아이들에게 안전한 공간이 아니란 생각이 든다. 정서적 어려움을 겪는 느린 학습자에겐 더 그럴 것이다. 내 아이라면 일반학교에 못 보낼 것 같다. 통합적 맞춤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사회성 결여를 우려하지만, 관계 형성이 어려운 아이를 안전장치 없이 던져놓으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 것이다. 단계가 필요한 것”이라며 “고2 남학생 상담한 적 있다. 그 아이는 잘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결과는 거의 늘 그 반대다. 그러면서 부정적 자아가 형성된다. 그 아이는 쉬는 시간마다 일부러 잔다고 했다. 누가 말을 거는 것도 두렵고, 민폐가 될까 다가서기도 어렵다고 털어놨다”고 전했다.

모두다 센터는 지난 5월 8일 설립해 6월 24일 공식 개소식을 열었다. 이들은 올해 가족 모임과 청년 느린 학습자 사회성 교육 등을 진행했다. 특히 지난달 19일 조르주 상드 아트홀에선 특별한 중창단 공연도 열었다. 정 상무이사는 “느린 학습자 부모 10명으로 중창단을 만들어 20번쯤 연습했다. 오롯이 부모를 위한 시간이 돼 다들 좋아하셨다”며 “계속 이어가고 싶지만 강사비 등의 부담은 숙제”라고 말했다.

모두다 센터는 느린 학습자 10명 정도를 모아 문해력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다. 내년 1월에는 청양에서도 문해력 교육을 진행한다. 또 내년 봄엔 홍성군 지원으로 성인 느린 학습자 사회성 교육과 상담도 펼친다.

끝으로 김 센터장은 “느린 학습자란 숙제를 잘 풀기 위해선 사회적 인식이 바뀌어야 하고, 그 시작은 학교가 돼야 한다. 위축된 아이가 많아 잘 모르고 지나가기도 한다. 예비교사들에게 미리 경험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며 “전남교육청이 운영 중인 ‘기초학력전담교사’ 제도 등을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전했다.

지난달 19일 홍성의 조르주 상드 아트홀에서 느린 학습자 부모 중창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모두다 센터 제공
지난달 19일 홍성의 조르주 상드 아트홀에서 느린 학습자 부모 중창단의 공연이 펼쳐졌다. 모두다 센터 제공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