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간 내린 폭설로 도심은 아수라장인데 운전자는 알아서 스노타이어를 껴야 하고, 알아서 차를 두고 걸어 다녀야 한다. 세금을 내는데도 말이다. 세금을 받은 지방 정부는 받은 세금은 다 뭐하고 폭설에 시민들이 제설 안 된 거리를 걸어야 하는 처지로 만들었을까?
내포신도시에 있는 한 사무실 직원들은 20일 하루 종일 눈이 내리자 집에 회사에 차를 두고 출근하고 퇴근했다고 한다. 21일 눈 예보에 직원들은 또다시 걸어서 출근하고 걸어서 퇴근했다. 이날 도청과 도의회에서 만난 공무원들도 걸어서 출근했다는 사람이 많았다.
내포신도시에 사는 한 주민은 “겨울에는 제설이 잘 안되니까 스노타이어가 필수”라고 말했다. 충남도청이 있는 내포신도시는 교통도 오지인데, 눈이 오면 도로도 안전하지 않은 것이다. 내포신도시는 홍성군과 예산군으로 행정구역이 나눠져 있다. 내포신도시 도심 도로를 관리하는 것도 도청이 아니라 홍성과 예산이다.
도청에서 관련 업무를 보는 공무원도 홍성군과 예산군에 전화해 제설작업 상황을 묻고 있다. 도청 공무원이 홍성과 예산군에 전화 한 통 한 것이 효력을 발휘했다. 20일과 21일 도청으로 진입하는 도로 한 쪽 방향만 제설작업이 돼 있다. 반대편 방향의 도로는 눈 내린 모습 그대로여서 도청 방향 차량은 빨리 달리는데, 반대편 주행 차량은 기어가는 기이한 현상이 이틀에 걸쳐 연출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21일 새벽 6시 기준 홍성은 17.8㎝, 예산은 23.7㎝의 눈이 내렸다지만 이날 오전 9시 전후 도심에서 느낀 시민들의 체감 양은 30㎝ 이상이다. 실제로 오전 9시 적설량은 30㎝에 가까웠다.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인도를 걸을 수 없어 위험을 무릅쓰고 차도로 내려와 차와 함께 걷던 70~80대 어르신을 목격한 기자의 심정은 참담했다. 제설작업이 안 된 도로가 그나마 나은 것이다. 그야말로 기사를 써서 이 같은 사실을 알려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내포뉴스에서 보도한 건 ‘홍성·예산 눈폭탄’ 기사가 전부다. 본보 국장은 짧은 스트레이트 기사만 내보냈다. 실상을 보도하는 기사를 왜 못 쓰게 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책임을 공무원한테만 몰아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해서”라고 답했다. 일부 공감은 됐지만, 전적으로 동의할 수 없었다. 견제와 감시, 사회 고발, 부조리 탐사 등 세상의 온갖 잘못된 것을 파헤쳐 세상에 알려야 하는 기자라는 직업의 세계와는 거리 있는 마음가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앞 눈을 열심히 치운 사람들의 노력에 인도를 걷는 사람들이 덕을 봤다. 이른 아침 걸어서 학교에 가는 아이들은 내 상점 앞 눈 치우기 덕분에 발 디딜 곳이 생겨 다행으로 보였다. 최악은 집도 가게도 없는 곳이었다. 치워주는 사람이 없어 발이 푹푹 들어가는 인도를 그냥 걸어야 했다.
도로 제설 안 돼 있어도 차 두고 알아서 걸어 다니고, 알아서 스노타이어 끼어 주민 스스로 안전을 챙기고 있다. 하지만 도지사님께, 홍성·예산군수님께 묻고 싶다. 예산은 다 어디에 쓰이고 시민 안전이 담보돼야 할 도로 안전은 어디에 대고 물어야 하는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