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금요일 연습… “창단 첫해 전국대회 무대 못 잊어”
오현주 지휘자 “노래는 행복… 단원들 보며 위로받는다”
지난해 8월 12일 충북 단양예술문화회관에서 열린 ‘제1회 단양 시루섬의 기적 합창경연대회’. 전국 12개 참가팀 중 마지막으로 무대에 오른 팀은 뭔가 조금 달랐다. 일반 합창대회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장애인합창단이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루섬의 기적’과 ‘더 좋은 내일을 꿈꾸며’ 등 두 곡을 선보였다. 그리 긴 공연은 아니었지만,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조금 낯설게 느껴졌던 이 팀은 이 대회 동상을 품에 안았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예산군장애인종합복지관(관장 이영재)의 ‘가온누리합창단’이다.
우리 고유어인 ‘가온누리’는 가운데를 뜻하는 가온과 세상을 뜻하는 누리의 합성어로 ‘세상의 중심’이 되라는 의미다. 장애인이 모여 음악을 통해 교감하고 하모니를 만드는 가온누리합창단은 2014년 3월 결성돼 그해 10월 예산군장애인종합복지관(이하 복지관) 개관 기념행사 무대에 섰다.
특히 이들은 창단 첫해 12월 열린 제22회 전국장애인합창대회에서 인기상을 받으며 눈길을 끌었고, 2018년과 2019년 충남장애인합창대회 금상과 대상, 2019년 제27회 전국장애인합창대회 인기상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단양 시루섬의 기적 대회 동상 등 계속해서 감동의 울림을 전하고 있다.
내포뉴스는 ‘푸른 용의 해’ 설을 맞아 희망을 부르는 가온누리합창단을 소개하기로 했다. 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려 복지관을 찾은 건 지난달 16일이었고, 합창단 운영을 담당하는 김춘환 평생교육지원팀장과 오랫동안 함께 소리 내고 있는 권은혜 주간보호센터 팀장을 만났다.
가온누리합창단은 현재 ‘방학’ 중이다. 김춘환 팀장은 “예산에 따라 11~12월까지 운영하고, 이듬해 3월쯤 다시 시작한다. 예산이 한정적이라 어쩔 수 없이 ‘강제 방학’을 한다”며 “지난해의 경우 단원은 25명으로 구성됐고, 대회 때는 비장애인이 30%까지 포함된다. 매주 금요일 오후에 모여 전국대회 출전권이 걸린 충남장애인합창대회에 맞춰 연습한다”고 설명했다.
가온누리합창단에 대한 관심은 단양 시루섬의 기적 대회 수상 소식에서 비롯됐다. 두 팀장 역시 그 대회는 기억 속에 선명했다. 김 팀장은 “비장애인 팀과 경쟁이 힘들다고 생각했지만, 용기 내 참가했다”고 전했고, 권 팀장은 “복지관 직원이 시각장애인 손을 잡고 지휘를 알려주며 함께 노래했다. 우린 늘 하던 대로 한 건데 그런 모습이 더 감동을 준 것 같다”고 회상했다.
창단 때부터 참여 중이라는 권은혜 팀장은 첫 전국대회의 추억도 들려줬다. 그는 “눈이 엄청나게 내리던 12월 전주였다. 신생팀이다 보니 모르는 게 많았다. 옷도 그냥 흰 남방 사서 입고, 바지는 색만 맞췄다”며 “많이 응원받았고, 인기상까지 타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장애인끼리의 합창은 한계가 있어 비장애인도 함께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다. 우린 보통 복지관 직원들이 참여하는데 업무와 병행하다 보니 쉽지만은 않다”고 보탰다.
가온누리합창단 연습은 복지관 소강당에서 진행되며, 예산군립합창단 단무장 출신인 오현주 지휘자와 예산군립합창단 김소형 상임 반주자가 도움을 주고 있다. 김 팀장은 “제대로 대우를 못 해 드려 거의 봉사 수준이다. 늘 감사할 뿐”이라고 전했다.
권 팀장은 “공연 때 드레스를 입고 메이크업을 받으면 다들 정말 좋아한다. 아마 기분 좋은 관심일 것”이라며 “우리 단원들의 목소리는 참 예쁘다. 자신감만 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김 팀장은 “합창을 통해 장애인들의 자존감도 올라가고 복지관의 자부심도 커진다”며 “지역사회에서도 조금만 더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연습 때 간식 준비도 빠듯하다. 작은 정성이면 된다”고 조심스럽게 전했다(후원 문의=041-330-9041).
김춘환·권은혜 팀장을 만난 후 오현주 지휘자와는 전화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잘하고 못하고는 중요하지 않아. 단원들은 노래하는 것 자체로 행복을 느낀다”며 “연습할 때 단원들을 보면 눈이 반짝인다. 오히려 내가 위로받고 힘이 난다”고 말했다.
오현주 지휘자는 단지 노래만이 아니라 더 좋은 마음을 갖도록 지휘하고 있었다. 그는 “비장애인도 마찬가지지만 어떤 단체를 함께하다 보면 안 맞는 사람도 싫은 사람도 생긴다. 어떤 단원이 안 좋게 이야기하면 더 좋게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곤 한다. 그럼 잘 받아들이고 달라진다. 그런 기분 좋은 변화도 합창단을 계속하게 하는 이유”라고 전했다.
끝으로 오현주 지휘자는 “노래는 말 그대로 ‘해피 바이러스’다. 앞으로도 계속 희망과 행복을 전하고 싶다”며 “단원 모집이 쉽지 않다. 합창단이 알려져 더 많은 장애인이 함께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