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의원 많다”… 각성 필요한 도의회
“껍데기 의원 많다”… 각성 필요한 도의회
  • 이건주 기자
  • 승인 2024.02.26 09: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분 발언·도정질문 등 정책지원관 대필 일쑤
프롬프트 도입 후 그저 ‘낭독’만… 의미 퇴색
충남도의회 회의장 뒤쪽에 세워져 단상에서 의원이 보고 말할 수 있게 해 놓은 프롬프트/ 사진=이건주 기자
충남도의회 회의장 뒤쪽에 세워진 프롬프트. 사진=이건주 기자

충남도의원 중 이른바 ‘껍데기 의원’이 많다는 지적이다. 5분 발언이나 도정질문 등을 직접 쓰지 않고 정책지원관의 손을 빌리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여기에 도의회가 도입한 프롬프트도 역효과만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2일까지 열린 제349회 임시회 5분 발언에 나선 A의원은 회의장 뒤쪽에 세워둔 프롬프트를 보며 숨도 쉬지 않고 읽기만 하다 결국 막판에는 지쳐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사회 안전망 구축의 필요성을 주장하기 위해 등장한 B의원도 프롬프트 텍스트에만 집중해 책을 읽는 듯 발표해 전달력이 떨어졌다.

축제장 문제를 짚은 C의원 역시 관련 통계 등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그저 프롬프트에 뜬 ‘대본’을 기계적으로 낭독하는 데만 열중했다. 당시 회의장 양옆에 설치된 대형화면에는 발언 주제와 관련된 통계와 사진 자료가 있었지만, 소용은 없었다.

이에 대해 한 도의원은 “5분 안에 발언하기 때문에 시간이 짧아 읽기만 하고 근거자료 설명을 못 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날 5분 발언에 나선 6명의 도의원 중 4명이 이 같은 행태를 보여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제12대 충남도의원은 모두 47명으로, 1명은 음주운전 파문으로 1개월 출석정지 상태다. 정책지원관은 의원 2명당 1명이다.

도의원 5분 발언이나 도정질문은 지역 현안 진단과 그 해결 방안 제안을 위해 이뤄진다. 하지만 대부분 의원이 문제 진단과 대안 제시를 위한 과정을 공무원에게 맡기면서 의미나 의지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료 도의원들도 쓴소리를 했다.

D의원은 “의원이 직접 자료를 찾고 작성한다면 프롬포트는 실수를 줄이는 보조역할만 하면 된다.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핵심을 직접 찾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다”며 “대형화면에 띄워지는 자료는 회의장 내 의원들만 볼 수 있다. 따로 설명하지 않으면 도민들의 이해는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의원은 “주장하고 싶은 내용을 5분 안에 축약해 전달하는 것도 능력이다. 10분으로 시간을 늘려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의원이라면 공부해야 한다. 정책지원관이나 전문의원 제도가 이렇게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힘들어도 의원이 직접 쓰는 게 뽑아 준 도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강조했다.

F의원은 “의원들이 행사장 등에 가느라 바쁘다고 해도 도정질문 등을 직접 쓰는 노력마저 하지 않는다면 ‘껍데기 의원’”이라고 꼬집었다.

도의회 프롬프트 도입 후 내포신도시에 사는 도민 A씨는 “한 도의원이 전에는 얼굴도 들지 않고 말도 잘하지 못했는데 언젠가부터는 얼굴 들고 말도 잘하는 것을 봤다”며 “갑자기 똑똑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