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우리들의 여가 활동 가운데 중요 선택지다. 유럽도 좋고 동남아도 즐겁고 가까운(?) 중국·일본이나 제주도 역시 끌리겠지만, 좋은 여행이 꼭 그 이동 거리로 담보되진 않는다. 오히려 주변의 명소를 두고 사서 고생할 수도 있다. 내포뉴스는 월 1회 홍성과 예산을 제외한 충남의 시·군들을 답사(踏査)해 전하고 있다. 내포뉴스가 여덟 번째로 선택한 곳은 ‘아산시’다.
◆조선시대 공세 창고 자리… 산책하기 좋은 ‘공세리 성지 성당’
내포뉴스의 ‘충남 답사’ 여덟 번째 여정 아산에서 가장 먼저 발길이 향한 곳은 ‘공세리 성지 성당’이었다. 이 성당은 1890년 예산 간양골에서 시작해 1895년 공세리로 본당을 이전했으며, 충청남도 기념물 제144호로 지정돼 있다. 조선시대 공세 창고가 있던 자리에 세워진 현재 성당 건물은 3대 주임인 에밀 드비즈 신부가 1922년 설립했다. 이곳에는 아산 순교자 32위가 모셔져 있으며, 2008년에는 옛 사제관을 개·보수한 박물관도 문을 열었다.
성체조배실 쪽 주차장에 도착해 계단을 오르니 성당이 눈에 들어왔다. 특히 공세리 성지 성당은 국가보호수 5그루를 비롯한 큰 나무들이 많아 더 아름다운 곳이다. 성당을 둘러보고 십자가의 길에 들어서니 하얀 나비와 나무 그늘이 편안한 산책을 도왔다. 바람도 날씨도 흠잡을 것 하나 없었다. 십자가의 길을 지나 박물관에 들렀다. 박물관은 1896년 홍콩에서 구매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초기 본당 세례대로 시작해 탄생의 방, 에밀 드비즈 신부의 방, 박해와 순교, 영광의 방, 재창조의 방 등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말했듯 공세리 성지 성당은 오래된 거목들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그래서인지 곳곳에 벤치도 많다. 산책하며 계절을 느끼기에 참 좋은 곳이다.
◆유생들이 세우고 국민들이 지켜낸… 벚꽃비 내리던 ‘현충사’
여덟 번째 답사 코스인 아산을 찾은 건 지난 16일이었다. 공세리 성지 성당을 나와 현충사에 도착하니 정오쯤 됐다. 현충사 입구에 들어서니 하얀 ‘벚꽃비’가 반겨줬다. 평일임에도 꽤 많은 방문객이 있었다. 입구에서 10~15분쯤 걸으며 소나무 사이 현충사 오르는 길이 보인다. 이순신 장군의 영정을 마주하니 영화 ‘명량’과 ‘한산’, ‘노량’의 장면들이 떠올랐다.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나라 사랑 정신을 알리고 되새기기 위한 현충사는 1706년(숙종 22년) 아산 유생들이 조정의 허락을 받아 세운 사당이며, 1707년 숙종이 현판을 하사했다. 1931년에는 묘소와 위토가 은행 경매로 넘어갈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동아일보 중심의 국민 모금 운동으로 지켜냈다. 1966년부터 1974년까지 성역화 사업이 진행돼 지금의 현충사가 생겼다.
장군께 작별을 고하고 내려오며 충무정과 고택, 활터 등에 들렀다. 이순신 기억과 기록, 통제사: 전장으로의 길 등으로 구성된 기념관은 깔끔하게 잘 정돈돼 있었으며, 장군의 일생을 10분짜리 영상으로 볼 수도 있었다.
현충사는 장군의 일생과는 다르게 평화가 가득했다.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곳곳에 앉아 간식을 먹고 차를 마셨다. 3~5㎞의 둘레길 코스도 있으니 꼭 한 번 들러보길 바란다.
◆충남 첫 사립미술관… 풍경부터 예술인 ‘당림미술관’
아산의 다음 여정은 ‘당림미술관’이었다. 당림 이종무 화백이 1997년 개관한 이곳은 도내 첫 사립미술관이기도 하다. 화백은 2003년 하늘로 떠났다. 이종무 화백은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후손이며, 조정에서 하사받은 땅에 미술관이 지어졌다고 한다.
미술관에 들어서니 3분짜리 소개 영상을 먼저 보여줬다. 1층에는 화백의 작품을 천에 담아 놓았다. 2층에는 실제 작업실이 보존돼 있었으며, ‘시대의 감각: 그리고 흐름’ 전시가 펼쳐지고 있었다. 이 전시는 오는 5월 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당림의 화업 60여년을 되짚어보는 자리다. 전시는 작품의 연도순으로 구성돼 구상에서 추상, 다시 구상으로 회귀하는 당림의 화풍 변화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전시의 처음과 마지막은 젊은 청년과 노화백의 자화상이 있어 눈길을 끌었다.
당림미술관은 야외조각공원과 카페 디엘, 연못과 오솔길 등도 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월요일 휴관)까지이며, 입장료는 성인 5000원, 어린이 3000원이다. 특히 이곳 주차장에서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은 꽃이 참 아름답다. 풍경부터가 예술인 이곳, 봄이 가기 전 찾았으면 좋겠다.
◆설화산 동남쪽 기슭… 사진 찍기 좋은 ‘외암마을’
아산에서 마지막으로 찾은 건 ‘외암마을’이었다. 이곳은 당림미술관에서 자동차로 5분도 걸리지 않는다. 외암마을은 아산시내에서 남쪽으로 8㎞쯤 떨어진 설화산 동남쪽 기슭에 있다. 이곳은 조선 선조 때부터 예안이씨가 정착해 집성촌을 이뤘다.
외암마을 충청지방 고유의 격식을 갖춘 고택과 초가, 돌담, 정원 등이 옛 모습 그대로 보존돼 있다. 참판댁과 감찰댁, 풍덕댁, 교수댁, 종손댁, 참봉댁 등으로 이뤄진 마을에서 총 6.3㎞의 돌담이 있다. 돌담을 따라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면 한 30분쯤 걸린다. 곳곳이 사진 찍기 좋은 장소이니 추억을 만들어 보시길 바란다.
어느덧 봄이 완연하다. 충남 답사 여덟 번째 여정인 아산은 소풍 가기 참 좋은 곳이었다. 이 봄이 지기 전에 아산을 즐겨볼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