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를 품고, 하늘을 꿈꾸고… 아름다움에 취하다
바다를 품고, 하늘을 꿈꾸고… 아름다움에 취하다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5.24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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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답사 ⑨서산

‘여행’은 우리들의 여가 활동 가운데 중요 선택지다. 유럽도 좋고 동남아도 즐겁고 가까운(?) 중국·일본이나 제주도 역시 끌리겠지만, 좋은 여행이 꼭 그 이동 거리로 담보되진 않는다. 오히려 주변의 명소를 두고 사서 고생할 수도 있다. 내포뉴스는 월 1회 홍성과 예산을 제외한 충남의 시·군들을 답사(踏査)해 전하고 있다. 내포뉴스가 아홉 번째로 선택한 곳은 ‘서산시’다.

내포뉴스 충남 답사 아홉 번째 여정인 서산의 첫 코스인 간월암. 이곳은 무학대사가 도를 깨우친 곳이다. 사진=노진호 기자
내포뉴스 충남 답사 아홉 번째 여정인 서산의 첫 코스인 간월암. 이곳은 무학대사가 도를 깨우친 곳이다. 사진=노진호 기자
빼어난 경관으로 늘 많은 사람이 찾는 간월암. 이곳 관음전에는 많은 이의 소망이 걸려 있었다. 사진=노진호 기자
빼어난 경관으로 늘 많은 사람이 찾는 간월암. 이곳 관음전에는 많은 이의 소망이 걸려 있었다. 사진=노진호 기자

◆바로 이곳이 극락이라네… 바다를 품은 간월암

내포뉴스의 충남 답사 아홉 번째 여정인 서산에서 발걸음이 처음 닿은 곳은 ‘간월암’이다. 필자는 이곳을 두어 차례 찾은 적이 있다. 갈 때마다 좋았기에 독자들과 공유할 첫 코스로 주저 없이 간월암을 선택했다. 간월암으로 향하는 계단 입구에선 ‘날마다 좋은 날~ 바로 이곳이 극락이라네~’라는 글귀를 볼 수 있다. 이 때문인지 그날 그곳의 바람은 유독 상쾌했다.

과거 피안도 피안사로 불리기도 했던 간월암은 고려 말 무학대사가 이곳에서 수도하던 중 달을 보고 도를 깨우쳤다 해 이름을 간월암이라고 하고 섬 이름도 간월도라 했다. 이후 조선의 억불정책으로 폐사됐던 것을 1941년 만공선사가 중창해 오늘에 이르고 있으며, 특히 주변 섬들과 어우러진 낙조와 함께 바다 위로 달이 떠올랐을 때의 빼어난 경관이 유명하다.

필자가 이곳을 찾은 건 지난 21일이었다. 평일이었음에도 꽤 많은 관광객이 있었다. 모두가 물이 차오를까 노심초사하면서도 섬처럼 바다에 머무는 간월암을 보고 싶은 마음이 있어 보였다. 지금 간월암에 가면 SNS 방문 인증 이벤트도 하니 참고하길 바란다.

서산버드랜드는 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뤄지는 명소다. 사진=노진호 기자
서산버드랜드는 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뤄지는 명소다. 사진=노진호 기자
쉬운 설명이 마음에 들었던 서산버드랜드 철새전시관 내부. 사진=노진호 기자
쉬운 설명이 마음에 들었던 서산버드랜드 철새전시관 내부. 사진=노진호 기자

◆세계적 철새도래지 천수만… 그곳의 이야기 담은 버드랜드

간월암을 담은 후 향한 곳은 ‘서산버드랜드’였다. 새와 사람의 아름다운 만남이 이뤄지는 이곳은 철새전시관과 4D 영상관, 둥지전망대, 둥지전망대 정원, 야생동물재활교육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다. 철새전시관은 기다림의 365일, 인사하기, 소개하기, 알아가기, 둘러보기, 날아보기, 생활하기, 마주보기 등으로 짜여있다. 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설명이 매우 쉽게 돼 있어 좋았다. 전시관 입구에는 SBS ‘세상에 이런 일이’에도 등장했던 서산공영터미널 내 현대슈퍼 권동주 사장이 스테인리스 찜기로 만든 새 작품이 있어 눈을 즐겁게 했다. 전시관을 나와 뒤편 벤치에 잠시 앉으니 새들의 소리가 가득했다. 그 노래 덕분인지 그날 그곳의 날씨는 유독 청명했다. 거기에서 몇 걸음만 옮기면 오리·기러기 전망대가 있으니 꼭 들러 살펴보길 바란다.

버드랜드 둥지전망대는 그곳에서 보는 경관뿐 아니라 그 모양 자체가 예술이다. 또 야생동물과 인간의 공존을 함께 고민하는 야생동물재활교육센터,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천수만 철새 영상을 입체감 있게 느끼는 4D 영상관 등도 놓치면 아쉽다. 이곳에서는 해설사가 전하는 철새전시관 이야기, 숲속 생태체험, 자연물 장신구 만들기 등을 운영하고, 10~11월 철새탐조투어, 7월 말부터 8월 초 여름방학 특별프로그램 등도 있으니 잘 활용했으면 좋겠다. 입장 시간은 오전 10시~오후 5시(11~2월 오후 4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월요일이 공휴일이면 그다음 날)은 쉰다.

‘몽유도원도’로 유명한 안견 선생은 서산 지곡에서 태어났다. 사진은 기념관 내 흉상. 사진=노진호 기자
‘몽유도원도’로 유명한 안견 선생은 서산 지곡에서 태어났다. 사진은 기념관 내 흉상. 사진=노진호 기자
몽유도원도 실측 크기 모사본과 사시팔경도, 소상팔경도 등을 볼 수 있는 안견기념관 내부. 사진=노진호 기자
몽유도원도 실측 크기 모사본과 사시팔경도, 소상팔경도 등을 볼 수 있는 안견기념관 내부. 사진=노진호 기자

◆작지만 초라하지 않은… 거장의 예술혼 기리는 안견기념관

서산 답사의 세 번째 여정은 ‘안견기념관’이었다. ‘몽유도원도’로 유명한 현동자 안견 선생은 조선 세종대왕 때 서산 지곡에서 출생했으며, 신라의 솔거, 고려의 이녕과 함께 3대 거장으로 손꼽힌다. 그의 대표작인 ‘몽유도원도’는 안평대군에게 꿈에 본 무릉도원의 설명을 듣고 3일 만에 완성한 조선 초기 최고의 걸작이다. 안평대군의 발문을 비롯해 신숙주와 정인지, 성삼문 등 당대 고사 21명의 시가 각자 자필로 적혀 있다. 이곳에 있는 몽유도원도는 실측 크기로 제작한 모사본이며, 원본은 아쉽게도 일본 천리대학 중앙도서관에 소장돼 있다.

안견 선생의 예술혼을 기리는 이곳은 1991년 건립됐으며, ‘적벽도’ 1점(영인본), 안견의 작품으로 전칭되고 있는 것 중 가장 오래된 ‘사시팔경도’ 8점, ‘소상팔경도’ 8점, 안견 선생 관련 기록이 나오는 조선왕조실록 등의 문헌이 전시돼 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살펴볼 수 있으며, 월요일은 휴관이다.

‘안견기념관’은 작지만 초라하지 않다. 이곳만을 위해 서산에 가긴 힘들겠지만, 서산에 간다면 꼭 한 번 들러볼 법한 곳이 ‘안견기념관’이다.

조선시대 선조들의 숨결과 천주교 박해의 아픔을 함께 간직한 해미읍성. 사진=노진호 기자
조선시대 선조들의 숨결과 천주교 박해의 아픔을 함께 간직한 해미읍성. 사진=노진호 기자
해미읍성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사진은 동헌 앞 푸르름을 담았다. 사진=노진호 기자
해미읍성은 tvN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촬영지로도 유명하다. 사진은 동헌 앞 푸르름을 담았다. 사진=노진호 기자
해미읍성은 이순신 장관이 군관으로 10개월간 근무하기도 한 역사적인 장소다. 이곳 동헌에 가면 볼 수 있는 옛 군사 회의 모습. 사진=노진호 기자
해미읍성은 이순신 장관이 군관으로 10개월간 근무하기도 한 역사적인 장소다. 이곳 동헌에 가면 볼 수 있는 옛 군사 회의 모습. 사진=노진호 기자

◆선조들의 숨결, 천주교 박해의 아픔… 꼭 가봐야 할 해미읍성

내포뉴스 충남 답사의 아홉 번째 여정 서산에서 마지막으로 들른 건 ‘해미읍성’이었다. 서산에 갔는데 해미읍성에 들르지 않을 수는 없었다. 그만큼 이곳은 역사적이고, 특별한 장소다. 현재도 이곳에선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진남문 해자구간 내 유적 발굴이 진행 중이다.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충청도 전군을 지휘하던 병마절도사영성이다. 이 성은 고려 말부터 자주 출몰한 왜구에 효과적으로 맞서기 위해 덕산에 있던 충청병마도절제사영을 해미로 옮기면서 1417년(태종 17년) 쌓기 시작해 1421년(세종 3년) 완공됐다. 성곽 둘레는 1500m이며, 높이는 5m다. 해미읍성에 가면 처음 눈에 들어오는 건 잘 다듬어진 돌로 만든 반원형 진남문이다. 진남문으로 들어서 조금 가다 보면 불랑기 포와 대장군포, 천자총통, 신기전 기화차, 감차 등 조선의 무기들을 볼 수 있다.

‘밀리터리 덕후’가 아니라면 스치듯 지나칠 옛 무기들에 이어선 옥사와 회화나무가 나온다. 이 나무는 1790~1880년대 이곳 옥사에 갇힌 천주교 신자들을 고문하던 흔적이 남아 있다. 이순신 장군이 군관으로 10개월간 근무한 적 있는 해미읍성은 조선시대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곳이면서 동시에 천주교 박해의 아픔도 간직하고 있다. 그렇기에 2014년 8월 대한민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도 이곳을 다녀갔다.

여러 사연을 간직하고 있지만, 현재를 사는 우리에게 해미읍성은 참 예쁜 곳이다. 옛 유산이면서도 여전히 살아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 행복을 가꿔가는 가족, 추억을 적립하는 아이들 그 누구나 좋아할 장소다. 그렇기에 서산에 가면 해미읍성에 들르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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