④노인 일자리, 현장을 가다
예산군시니어클럽, 올해 25개 사업 899명
김혜숙·이미혜 氏 “매우 만족… 소통의 장”
대한민국의 고령화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르다. 2025년에는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노인’이 20%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백세시대는 우리의 숙원이었지만, 참된 축복이 되기 위해선 여러 조건이 필요할 것이다. 그중 소득 창출과 사회참여의 기회를 주는 ‘일자리’는 빼놓을 수 없는 숙제다. 내포뉴스는 3회에 걸친 기획을 통해 노인 일자리 사업과 그 현장, 인생 2막을 위한 준비, 그들의 목소리 등을 전한다.
2024년 충남도의 노인 일자리는 4만 9280개에 달한다. 올해만 2141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으로 도내 각 시·군에서 다양한 이야기가 생겨나고 있다. 내포뉴스는 그중 예산읍 쌍송배기 인근에 있는 ‘읍내빵다방’을 주목했다.
예산군의 노인 일자리 전담 기관인 예산군시니어클럽은 올해 25개 사업단에서 899명이 일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110명이 늘어난 수치다.
예산군시니어클럽의 노인 일자리는 공익형 9개 사업(632명), 사회서비스형 7개 사업(120명), 시장형 9개 사업(147명) 등으로 나뉘며, 공익형은 학교급식 도우미와 공공시설 환경정비, 사회서비스형은 하모니 선생님과 공공행정업무지원 등이 있다. 또 시장형은 △착한빵다방 △착한밥찬들 △다시, 봄 △밥이오면 △출렁다리슈퍼GU △시니어COOK △노(老)브랜드 △읍내빵다방 △셀프빨래방(예정) 등이 있다.
예산군시니어클럽 이원숙 팀장은 “사회서비스형과 시장형이 인기고, 시장형 중에는 카페를 선호하는 편”이라며 “상대적으로 높은 급여와 안정적 근무 형태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형은 사업비 부족이 가장 큰 숙제다. 올해 신규 사업도 그로 인해 연기됐다. 연령에 따라 사업이 제한적인 것도 풀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팀장은 또 “시장형은 성과급을 지급하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수익이 중요하지는 않다”며 “일자리도 최대한 많이 만들고 재료도 좋은 것으로 쓰기 때문에 이윤이 클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내포뉴스가 주목한 ‘읍내빵다방’은 예산군시니어클럽의 시장형 사업 중 하나로 지난해 6월 2일 문을 열었으며, 현재 14명이 근무 중이다. 그치지 않을 것처럼 비가 내리던 지난 8일 이곳을 찾아 김혜숙(64), 이미혜(62) 씨를 만나봤다.
김혜숙 씨는 “예산에 있는 병원에서 한 10년쯤 근무하다가 2019년 퇴직했다. 적당한 자리를 찾던 중 아는 사람이 노인 일자리 사업에 접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도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미혜 씨는 “예산에 있는 고등학교에서 전문상담사로 일했고, 2023년 퇴직했다”며 “이곳은 남편이 추천해줬다. 학교에 있을 때 아이들 대상 바리스타 프로그램을 많이 접해 낯설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읍내빵다방’은 총 14명이 일하고 있으며, 오전과 오후로 나눠 2명씩 돌아간다. 한 사람은 하루 4시간30분, 주 2회(월 10회) 정도 근무한다.
김혜숙 씨는 “근무 시간도 적당하고, 매우 만족스럽다”며 “힘든 부분이 있을 때는 시니어클럽의 담당자가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혜 씨도 “이곳에 오면 서로 정보를 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등 즐거움이 크다. 시니어 일자리로 안성맞춤”이라고 더했다.
하지만 아쉬움도 숨기지 않았다. 이들은 “정책적으로 노인 일자리를 확대하고는 있지만, 그저 양만 늘리는 것 같다”며 “10시간짜리가 5시간으로 쪼개지는 등 늘리기가 아니라 나누기가 되기도 한다. 그러면 참여자 수입은 줄고, 통계상의 숫자만 늘어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더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 실질적인 확장이 이뤄져야 한다”고 당부했다.
‘읍내빵다방’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문을 열며, 일요일과 공휴일은 쉰다.
김혜숙 씨는 “이곳은 가격이 저렴해 부담이 없다. 하지만 질이 낮은 건 아니니 많이 찾아주셨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 ‘읍내빵다방’의 아메리카노 한 잔은 2000원, 7080커피 한 잔은 3000원이며, 수제수정과나 미숫가루도 3000원이면 마실 수 있다. 또 추천 음료 중 가장 비싼 수제쌍화차 한 잔도 5000원이면 즐길 수 있다.
이미혜 씨는 “가게 앞에 노인들이 있으면 꼭 뭐 사드시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고 안으로 모신다”며 “일하는 사람에게도, 손님들에게도 멋진 소통의 장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 취재는 2024년 충청남도 지역 미디어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