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느린 학습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Ⅴ
[칼럼] 느린 학습자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Ⅴ
  • 노진호 기자
  • 승인 2024.07.15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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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홍성YMCA 사무총장

모국어를 사용하는 일반인은 문법을 굳이 의식하지 않아도 읽고 쓸 때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문법 규칙을 적용한다. 반면에 느린 학습자는 문법에 관한 지식이 없으면 글을 읽거나 문장을 만들 때 어려움을 겪는다. 국어 문법은 느린 학습자들이 자기가 의도하는 바를 표현하고자 필요한 문장을 만들 때 도움이 되며, 글을 읽을 때도 낱말과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는 중요한 단서로 사용될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는 느린 학습자들이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시간을 두고 기본 문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기초 문법 지식이 부족하니 글을 읽고 이해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그러다 보니 더 나은 지식을 습득하기도 어렵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이와 같은 어려움은 가중되고 또래들 사이의 학력 격차를 심화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느린 학습자들은 평소에도 말을 ‘얼버무리듯’ 불분명하게 한다.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고 이 단어 저 단어 뒤섞어서 대충대충 말하는 것이다. 글을 쓸 때도 같은 특징이 나타난다. 일기를 쓰거나 자기 생각을 글로 쓰거나 어떤 상황을 놓고 글을 쓸 때도 문장을 유창하게 써나가지 못하고, 두세 어절의 문장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

문법적 지식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는 느린 학습자가 혼자 힘으로 문장을 만드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말하거나 글을 쓸 때 적절하게 문법적 표현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나 글을 읽을 때도 문법적 지식을 활용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오직 몇몇 낱말을 중심으로 이해하려고 하므로 문장의 실제 의미와 다른 뜻으로 잘못 해석하는 일도 생긴다.

느린 학습자에게 기본 문법 지식을 가르치는 목적은 모든 국어 문법 지식을 습득하도록 만드는 데 있지 않다. 주요 몇몇 문법 지식을 배움으로써 읽고 쓰고 말하고 듣고 이해하는 능력, 즉 문해력을 향상하는 데 있다. 읽거나 들었던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함이요, 쓰거나 말할 때 그 뜻을 분명하게 전달할 수도 있도록 돕기 위함이다. 지나치게 문법 규칙을 강조하고 틀린 문법을 수정하고 엄격하게 따르도록 가르치고자 함이 아니다.

여기서 강조하는 기본 문법은 국어 문법 전반이 아니라 표현과 이해를 위해 꼭 필요한 문법 지식을 말한다. 모든 문법을 다루기에는 느린 학습자를 위해 너무 복잡하고 어렵거나, 너무 많고 상세한 내용을 가르치려다 보면 느린 학습자의 흥미와 이해를 떨어뜨릴 수 있다. 느린 학습자가 꼭 익혀야 할 몇 가지 문법은 ①주어, 서술어, 목적어 문장 구조 ②문장부호 ③홑문장과 겹문장 ④이어진문장과 안은문장 ⑤높임표현 ⑥시간 표현 등이다.

느린 학습자에게 문법은 외워야 할 딱딱한 지식이 아니라 여러 문장을 이해하고 그 문장이 말하고자 하는 맥락을 이해하게 해주는 유용한 도구이다. 주어, 서술어, 목적어와 조사, 문장부호와 문장 구조 등 느린 학습자도 기초 문법을 이해하고 익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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