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재생은 주민 스스로 계획 세우기부터”
“농촌 재생은 주민 스스로 계획 세우기부터”
  • 이번영 시민기자
  • 승인 2024.07.10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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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마네현 농촌 지역자주조직 연수기(上)
시마네현 오오난초 청사.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시마네현 오오난초 청사.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전국 농촌읍면단위성과공유회는 각 지역 농촌마을공동체 활동가 26명으로 ‘일본 시마네현 농촌RMO(지역자주조직) 연수단(단장 황종규 동양대 교수)’을 꾸려 지난 3일부터 4박 5일간 시마네현 운난시, 오오난초 등을 방문, 견학했다.

농촌읍면단위성과공유회는 마을연구소 일소공도 협동조합(대표 구자인)에서 전국 농촌 면 단위 선진지역이 겪고 있는 공통의 애로사항을 도출하고 각종 제도개선 및 신규 과제에 대한 토론, 정책 제안을 위해 2022년 홍성군 장곡면 오누이회관에서 전국 15개 면 지역 활동가들이 결성한 단체다.

연수단은 시마네현청 소재지인 마츠에시 레인보우 플라자 호텔 대회의실에서 호보 타케히코(保母武彦) 시마네대학 명예교수(일본재정학회 고문)의 ‘농촌 재생-마을만들기를 위한 일본 내발적 발전 사례’ 강연, 후지모토 하루히사(藤本晴久) 교수의 시마네현 농업과 농촌 현황 강의로 시작했다.

소규모 다기능 자치의 발생과 실천의 땅으로 이름난 운난시(雲南市) 시청을 방문해 요시야마(吉山) 부시장으로부터 6개 정촌 합병에 대한 강의 및 안내를 받고, 오오난초 6개 지역자주조직 방문, 도시루 하세가와(長谷川敏郞) 농민운동전국연합회장의 농민운동 전개 과정 강의, 작은거점 네트워크 등을 방문, 견학 일정으로 진행됐다.

동해를 사이에 두고 경상북도와 맞닿아 있는 인구 65만의 시마네현은 1889년부터 세 번의 대합병을 거친 19개 지자체로 구성돼 있다. 2004년 6개 정촌의 합병으로 탄생한 운난시는 인구 3만 3747명으로 우리나라 청양군 크기의 지방자치단체다. 합병 후에도 직불금을 기반으로 전통적인 마을 단위의 자치활동이 유지되고 있다. 당국에서 밀어붙이는 합병정책이 오히려 주민자치조직을 강화시켰다.

요시야마(吉山) 부시장은 “합병으로 행정비용은 줄었지만, 주민들이 전통적 자기 마을에 대한 애착심과 의욕 상실을 겪어 혼란을 치유하기 위한 비용이 많이 든다. 우선 통합 이전의 주소지를 사용하도록 해 위안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1914년 일제가 읍·면 단위로 행정구역을 개편하면서 풀뿌리 공동체의 토대가 무너졌으며 그 후 군사독재를 거치며 면 자치마저 없애버렸다. 일제가 식민 통치를 위해 만든 제도를 110년 동안 사용하며 자치 회복을 위한 어떤 노력도 보이지 않는 우리와 대비됐다.

호보 타케히코(保母武彦. 83세) 교수의 강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현대 농촌은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평화 위기 △경제와 인구가 동경과 서울 대도시로 일극 집중 △출산율 감소와 고령화로 인한 농림산업 존속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방자치와 지역사회 재생으로 대응해야 한다. 출발은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한 예측과 대응으로 시작해야 한다. 주민이 공동으로 계획을 세워 성공적으로 실천한 몇 지역 사례를 들겠다.

시마네현 다랭이 논밖에 없는 산 동네 ‘시목촌’의 경우 주민이 함께 10년 계획을 세워 임산업을 기반 사업으로 소득을 올려 7년간 78세대 131명이 마을로 돌아왔다.

중화학공업 육성을 통한 고도성장만 추구하는 정책은 환경만 파괴한다. 주민들은 대표자를 뽑아놓고 “4년 동안 잘 해주세요”라고 맡기고 끝난다. 정치인, 행정가들은 “우리가 알아서 잘 하겠다”고 답변만 한다. 이 같은 위임민주주의, 청부민주주의 작동을 청산해야 한다. 주민이 자주적으로 계획을 세우고 실천하는 지역 대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기업을 유치하고 보조금을 받아 성장, 발전시키겠다는 생각이 문제다. 안에서 스스로 주체가 되는 내발적 발전이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선 목적과 법규, 주체를 명확히 해야 한다. 목적은 주민의 행복이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지역에 있던 생활방식을 무시하면 안 된다. 주민들끼리 회의를 해보니 방법이 다 나왔다. 정부에 맡기면 농업 이야기만 하는데 주민들은 의료 복지를 우선 바란다. 지역 주민이 스스로 주체가 돼야 한다. - 다음호에 계속

황종규 방문단장으로부터 광천김 선물을 받는 호보 다케히코 시마네대 명예교수(왼쪽).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황종규 방문단장으로부터 광천김 선물을 받는 호보 다케히코 시마네대 명예교수(왼쪽).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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