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4월 6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캄노우에서 열린 2022-2023 코파델레이 4강 2차전에서 원정팀 레알마드리드는 숙적 FC바르셀로나를 4-0으로 완파,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이날 레알의 승리 후 ‘명장’ 안첼로티 감독의 라커룸 토크가 화제가 됐다. 당시 안첼로티 감독은 “상대는 우리보다 나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베르나베우에서 가진 지난 1차전도, 캄노우에서 가진 리그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질 자신이 없다. 경기장에 나가 증명할 것이다. 오늘이 결승전이라는 생각을 잊지 말자”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갑자기 먼 나라 축구팀(비록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팀이지만)의 이야기를 꺼낸 건 ‘푸른 용의 해’ 2024년 갑진년(甲辰年)의 하프 타임을 맞았기 때문이다. 내포뉴스는 7월 23~26일 ‘매우 짧은’ 여름휴가에 들어간다. 필자가 지금을 하프 타임으로 여기는 이유다.
올해 상반기도 다사다난했다. 부족함이 많았지만 창간 3주년 특집호를 만들었고, 동료들과 베트남 워크숍을 다녀오기도 했다. 회사 차원의 굵직한 일들은 그런 것들이고, 개인적으로도 하루하루가, 또 매주가 매달이 쉽지 않았다. 2024년 상반기를 돌아보는 지금의 기분은 두 골 정도 아니 세 골쯤 먼저 실점한 축구팀의 심정과 비슷하다.
필자의 대학교 2학년 1학기 성적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여름방학 중 찾아온 그 공포스럽고 당황스러운 마음을 추스른 후 과감히 휴학계를 냈고, 1년간의 허송세월 후 다음 해 5월 군에 입대했다. 그때가 그립다. 그 결정이 옳았던 효율적이었던 혹은 후회스러웠던 것과는 상관없이 그렇게 돌아갈 수 혹은 피해 갈 수 있었던 시절이었기 때문이다. 이제 한 번 망쳐버린 시간에 회복한 기회 따위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올해 상반기 사회적 물의를 빚거나 현행법을 위반해 쇠고랑을 찼다거나 한 건 아니다. 그저 안 좋았던 건 조금 더 안 좋아지고, 그나마 괜찮았던 건 퇴색되어 버린 것 같다. 어쩌면 잘하지 못한 것도 잘못일 수 있다는 생각이다. 2024년 전반전이 딱 그랬고, 그래서 반성하고 있다.
그럼 우리 사회는, 이 나라의 올해 전반전은 어땠을까. 용산과 여의도는 하던 대로 그 지경이고, 경기 화성에선 참사가 벌어지기도 했다. 물론 경제는 여전히 어렵다. 특히 올해 전반전에는 대한축구협회의 활약(?)이 돋보였다. 지난해 ‘기습 사면’으로 도마 위에 오르고도 정신을 못 차렸는지, 감독 선임을 두고 이해하기 힘든 행위를 되풀이하며 국민의 화를 돋우고 있다. 그런데도 회장이란 사람은 4선 연임을 향해 눈 가린 경주마처럼 돌진하고 있다. 물론 극적으로 좋아질 가능성 따위는 없어 보인다.
#2 2001년 9월 29일 영국 런던 화이트 하트 레인에서 열린 토트넘 핫스퍼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경기에서 맨유는 전반에만 세 골을 헌납했다. 하지만 후반 시작 48초 만에 만회골을 넣은 맨유는 5-3 대역전 드라마를 완성했다. 이날의 기적 뒤에도 ‘명장’ 알렉스 퍼거슨의 라커룸 토크가 있었다. 당시 퍼거슨 감독은 하프 타임 라커룸에서 ”스스로의 모습이 안쓰럽다는 생각을 버려라. 너희는 이 나라 최고의 선수들이니 그에 걸맞은 플레이를 펼치라“고 독려했다고 알려졌다.
또 한 번 먼 나라 축구팀의 옛날이야기를 꺼낸 건 그게 칭찬이든 질책이든 잘못을 바로잡아주고, 반성할 기회를 줄 어른에 대한 그리움 때문이다. 어린 시절에는 무언가 잘못을 해도 그저 선친에게 혼이 나면 다시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가 그립다. 치가 떨릴 정도로 그립다. 지금 우리 사회에도, 이 나라에도 그런 어른이 있는지 모르겠다. 뭐라 단언할 수는 없다. 하나 확실한 건 필자는 그런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것이 아쉽지만, 그 누군가는 그런 어른의 역할을 꼭 하고 있길 바란다. 그래야 다가올 후반전은 더 아름다워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