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더위를 공부로 이기는 사람들
찜통더위를 공부로 이기는 사람들
  • 이번영 시민기자
  • 승인 2024.08.15 0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일소공도 강학회… ‘먹고 기록하고 연합하라’
지난 9~10일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열린 마을학회 일소공도 강학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지난 9~10일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열린 마을학회 일소공도 강학회 참가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체감온도 35℃ 이상, 폭염경보 발효 중, 한낮 야외 작업 자제, 수분 섭취와 휴식 시간 갖기, 온열질환에 유의 바랍니다.”

홍성군, 예산군, 청양군, 보령시 등 인근 시·군과 행정안전부의 안전안내 문자가 연일 쏟아지는 찜통더위 속에서 열두 시간 동안 연속 강의를 듣고 토론하는 ‘강학삼매경’에 빠져 더위를 이기는 사람들이 있다.

지난 9일 낮 12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장곡면 도산리 오누이다목적회관에서 열린 ‘먹고 기록하고 연합하라’ 주제의 마을학회 일소공도(공동대표 구자인) 제13차 강학회.

초청 강사는 ‘대한민국 치킨전’, ‘백남기 농민의 투쟁기록’ 등의 작가로 경향신문에 고정 칼럼을 쓰는 정은정 박사(농촌사화학자). 강의 주제는 음식의 산업사와 한국 농업, 우리에게 트랙터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은 농민들의 사회, 협동조합에서의 협동, 협동조합에서의 노동 등이었다.

정은정 박사가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정은정 박사가 특강을 하고 있다. 사진=이번영 시민기자

정 박사는 “한 때 모자라던 쌀이 천덕꾸러기가 됐다. 한국 음식의 산업변화를 통해 국내농업의 개입이 불가능해졌다, 백남기 농민의 억울한 죽음에 대한 책임도 처벌도 없이 사라져간다. 트랙터 개발과 수요 과정을 통해 농업기계 선진화의 그늘, 현대농업에서 사람 지우기 과정의 문제점” 등을 지적했다. 올해 7월 26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스마트농업법‘에 따라 2027년까지 전체 농업생산의 30%를 스마트농업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한 정부 정책에 맞춰 지난달 충남스마트팜 경영실습장 준공식을 갖고 본격화 나선 정책들에 대해서도 우려를 지적했다.

“100% 무인화 농업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농업기계화를 통해 생산한 농산물이 팔리지 않거니 가격 폭락으로 농기계가 농가 부채의 원인이 된 사례가 무수히 많다. 농산물 시장의 안정성과 에너지자립이 전제되지 않으면 스마트팜도 농민의 삶을 옥죄는 과잉 기술일 뿐이다. 외국에서는 최근 에너지 가격 상승이 기업들을 흔들고 있다. 네덜란드 그라우팜, 미국 앱하베스트와 에어로팜이 파산했으며 2023년 7월 인팜은 독일 베를린 본사를 폐쇄하고 영국 런던으로 이전했으나 파산신청을 했고 덴마크, 프랑스 등 다른 지역에 있던 지사도 사업을 접으며 유럽 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는 여름과 겨울 한 번씩 특정한 주제를 정해 1박 2일 12시간 연속 강연하는 강학회를 열고 있다. 강학회(講學會)는 조선시대 서원에서 스승과 유생이 함께 경서를 낭독하고 뜻을 풀이하며 문답하는 학습방식이었다. 유능한 스승을 모셔 특정 주제에 대해 며칠 밤낮으로 집중적인 논의와 토론을 하던 집단학습이었다. 마을학회 일소공도는 2017년부터 여름에는 이론 중심, 겨울에는 실무적 주제를 정해 강학회를 열고 있다. 이번이 13회째로 홍성지역 농민과 서울, 충북 등 외지인을 포함해 50여명이 참석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