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주여성 자조 모임으로 시작… 교민회로 대상 확대
홍성의 베트남인 1000여명… 봉사·축구 등 소모임 활발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인구 감소에 직면한 우리나라는 2020년 사상 첫 ‘인구 데드크로스(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많은 것)’ 발생으로 생산연령인구의 급격한 감소마저 우려되고 있다. 충남도는 인구소멸 위기 대응과 지역 경제 활성화, 사회통합 촉진 등을 위해 이민청 유치와 진일보한 이민정책 구축 등을 추진하고 있다. 내포뉴스는 이번 호부터 총 8회에 걸쳐 충남도의 이민정책과 이민자 인권 보호, 도내 다문화가정 지원 현황 등을 전한다.
지난 8월 18일 홍성전통시장 공연장에서는 ‘이국적인’ 이벤트가 열렸다. 강승규 국회의원과 이용록 홍성군수 등도 함께한 이날 행사의 주인공은 홍성의 베트남 사람들이었다. 홍성군베트남교민회가 자체 모금으로 마련한 이번 ‘베트남데이’는 베트남 독립기념일(9월 2일)과 홍성군베트남교민회 창립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내포뉴스는 지난달 27일 홍주쇼핑타운 내에 있는 사무실에서 김유경 회장을 만나 교민회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김유경 회장은 “홍성군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자조 모임으로 시작했고, 2021년 협의회가 됐다. 이후 유학생이나 축구 소모임 등 더 많은 베트남 사람이 어울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와 대상을 확대하게 됐다”며 “8월 20일 홍성군베트남교민회를 정식 등록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은 “홍성에 사는 베트남 사람은 1000여명 정도 된다. 청운대와 혜전대의 유학생도 꽤 되고, 근로자와 결혼이주여성 등도 있다”며 “30~40대 결혼이주여성이 가장 많고, 홍성읍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유롭게 우리 뜻대로 운영하기 위해 별도의 보조금 같은 것을 받지 않고 100% 우리 돈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별도 회원 가입 절차는 없다. 베트남 사람이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다”고 더했다.
홍성군베트남교민회는 소모임이 많다고 한다. 특히 봉사단과 축구팀이 가장 활성화돼 있다고 했다. 김 회장은 “봉사단은 자조 모임 시절부터 활동했다. 노인회관이나 요양병원 등에 가는데 적을 때는 5명, 많을 때는 20명쯤이 참여한다”며 “매주 일요일 모이는 축구팀은 45명이나 된다. 얼마 전에는 대회에도 나갔다”고 부연했다.
김 회장은 2008년 2월 6일 한국에 왔고, 2013년 귀화했다고 한다. 베트남에선 북부의 하이퐁에 살았고, 그때 이름은 ‘부 티 후엔’이었다. 그는 “문화 차이가 가장 힘들었다”며 “어르신 중에는 베트남을 못사는 나라로 여겨 무시하는 분도 있었다. 베트남에 냉장고나 에어컨이 있느냐는 질문도 종종 받았다. 다행히 요즘엔 인식이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홍성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8년쯤 일한 경력이 있으며, 충남경찰청과 홍성경찰서, 대전지법 홍성지원, 대전지검 홍성지청 등의 요청이 있을 때는 통역사로도 나간다. 김 회장은 “주한베트남교민회나 충남교민회 등과 연계해 교민회를 운영해 나갈 생각”이라며 “베트남 사람을 돕고 더 어울리는 일을 많이 하고 싶다”고 말했다.
끝으로 김유경 회장은 “베트남뿐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위한 ‘다문화 회관’이 꼭 생겼으면 좋겠다. 일이 있을 때마다 장소를 빌리는 게 힘든 부분 중 하나다. 모일 수 있는 장소만 생겨도 훨씬 나을 것 같다”며 “꼭 새 건물을 지어주지 않아도 된다. 운영도 우리 스스로 충분히 잘해 낼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 취재는 2024년 충청남도 지역 미디어 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